점(點) 그 안의 세상, 김환기

 

작은 섬마을 소년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큰 획을 그은 거장이 되었다. 국내 추상미술을 이끌고 전 세계에 한국 미술의 가치를 알린 서양화가 김환기. 그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난다.

 

      

그림 한 점 가격이 무려 85억2996만 원(6200만 홍콩달러). 지난 5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작품이 바로 ‘붉은 점화’로 통칭 되는 김환기의 <3-Ⅱ-72 #220>(1972)이다. 큼지막한 화폭 위에 하나하나 붉은색 점을 찍어 스며들게 하고, 상단 역시 푸른색 점으로 작은 역삼각형을 그려 넣었다. 빽빽하게 채워진 점들은 단조롭지만 춤을 추듯 유연하다.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매번 본인의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우는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한국인의 감성을 서구적인 기법에 녹여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현했다. 물론 처음부터 20세기 역작이 된 김환기 표 점화를 세상에 내놓은 건 아니다.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바뀌듯 그의 작품도 변화해왔으니 시기별로 나누면 크게 일본 동경과 서울시대(1933~1956), 프랑스 파리와 서울시대(1956~1963), 뉴욕시대(1963~1974)로 구분할 수 있다. 동경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미술양식을 접한 그는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화풍을 시도하고 서울로 돌아와 다양한 추상화를 선보였다. 예술적 도전을 위해 파리로 건너간 이후 그의 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매화와 항아리 등 한국적인 소재가 화폭을 누비고, 더 나아가 달빛이 스민 듯한 푸른 빛깔 속에 한국의 자연을 간결하고 독창적으로 담으며 한국 추상미술의 서막을 연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뉴욕행을 선택, 열악한 환경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10년의 세월 동안 화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운다.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추상미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탐구는 비로소 점(點)으로 표현되었다. 감히 잴 수 없는 예술의 세계, 담으려 해도 넘치는 상상력, 깊이를 알 수 없는 갈증과 고뇌. 이 모든 것이 점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혔다. 화폭에 스며들고, 번지고, 겹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른 점(點), 그것은 그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못할 예술의 ‘본질’이 된 것이다.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

– 1970년 1월 27일 김환기 작가의 일기 中

 

 

 

달 두 개 1961 Oil on Canvas 130×193cm

 

 

여름달밤 1961 Oil on Canvas 194×145cm

 

 

3-Ⅱ-72 #220 1972 Oil on Cotton 254×202cm

 

 

론도 1938 Oil on Canvas 61×71.5cm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 개관 20주년이자 이왕가미술관 건립 80주년을 기념해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는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생과 1972년 근대미술 60년 전’, ‘1973~1998년: 기증을 통한 근대미술 컬렉션’, ‘1998년 덕수궁관 개관과 다시 찾은 근대미술’, ‘미술관, 20년의 궤적’ 등 총 5부로 구성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 김환기를 비롯해 오지호, 박수근, 이중섭, 안중식 등 총 73명 작가의 작품 90점과 건축도면 30점, 아카이브 100여 점을 소개한다.

│~2018년 10월 14일(월요일 휴관)│3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02-2022-0600│

 

 

 

세 사람 이중섭 作 1943~1945 Pencil on Paper 18.3×27.7cm

 

 

남향집 오지호 作 1939 Oil on Canvas 80×65cm

 

 

 

 

김정원

작품 사진 및 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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