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세요 입양 하세요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모른 척할 수없는 화두가 있다. 해를 거듭해 늘어나는 유기견 이야기다.

 

 

 

우리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작년 11월 경북 포항에 지진이 났을 때 많은 사람이 대피소를 찾았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왔던 사람들은 입구에서 되돌아가야 했다. 재난 대비 국민행동요령에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사람 피할 자리도 부족한데 동물이 웬 말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열악한 대피시설과 반려동물 인구 대비 미흡한 관련 제도가 아닐까?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반려동물’이 공식용어로 대체된 지 10년이 넘었건만 버젓이 ‘애완동물’이라 표기한 것만 봐도 그렇고, 이웃나라인 일본과 미국이 재난 발생 시 대피소에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왜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 불러야 할까? 애완의 완(玩)은 희롱할 완이다. ‘완구(玩具)’ 할 때 완, 즉 ‘장난감’이란 의미가 강하다. 똑같이 펄떡이는 심장을 가진,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장난감 사듯 쉽게 살 수 있다면 싫증 난다고 쉽게 버리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유기동물입양플랫폼 포인 핸드(http://pawinhand.kr)의 집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9만9000여 마리. 이 중 70% 이상이 개다. 여름휴가철인 6~8월과 추석, 설날 같은 명절 시즌이 소위 ‘유기견 발생 성수기’란다. 슬픈 일이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만약 당신이 반려견을 버렸다면, 반려견은 당장 개장수에게 잡혀가거나 로드 킬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렇지 않다면 동물보호법 제14조에 의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28개소) 혹은 민간위탁보호소(279개소) 중 한 곳으로 보내진다. 23일 내에 당신이 다시 데려가지 않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당신의 반려견을 기다리는 건 안락사뿐이다. 23일. 버림받은 생명체의 운명을 바꾸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고작 2만2000여 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가 감당하기엔 연간 10만 마리라는 숫자 역시 너무 벅찬 것도 현실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최황 활동가는 말한다.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도 개를 키우지 않는 거예요. 그게 불가능하다면, 아무나 쉽게 키우지 못하게 하는 거고요.” 동물보호단체의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캠페인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동물보 호소에서 입양한다면 유기동물 개체수는 줄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은 커질 테니까. 아무나 팔지 못하고, 아무나 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동물권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정부에서도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3년 반려견 등록을 의무화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출생신고를 하듯, 생후 3개월 이상된 반려견은 15자리의 고유 등록번호를 받을 의무가 있다. 이때 이름과 견종, 관할기관 등이 표시된 식별 장치도 달아주는데, 이 과정을 모두 마친 반려견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에 입장할 수있다. 이 밖에 2017년 동물을 유기했을 때 받는 과태료를 100만 원 미만에서 300만 원 이하로 상향하고,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등 관련 법규도 개정했다.

 

유기견을 입양한 셀럽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기견을 입양하는 셀러브리티도 크게 늘었다. 가장 유명한 유기견은 세계 최초로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토리’. 폐가에서 구조된 이후 풍산개 ‘마루’, 고양이 ‘찡찡이’와 함께 청와대를 맘껏 누비고 있다. 평소 개식용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동물 보호에 앞장서기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헤니 역시 골든 리트리버 ‘로스코’에 이어 ‘망고’까지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중이다.

동물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이효리의 ‘순심이’ 역시 유기견이었다. 현재 이효리는 강아지 다섯 마리, 고양이 세마리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아 역시 숨겨진 동물애호가다. 동생이 청계천에서 데려왔다는 유기견 ‘아랑이’를 돌보는 틈틈이 SBS <동물농장>에 출연해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알리는 등 반려견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 밖에 ‘감사’와 ‘해요’와 함께하는 윤계상, ‘남순이’와 함께하는 이경규, 14마리의 유기견을 품은 조윤희 등도 유기견을 입양한 스타다.

 

입양하기 전에 잠깐!

유기견 입양은 각 지방자치단체나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며, 사이트 회원가입을 하듯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현재 보호 중인 유기견의 이름과 사진, 나이, 약간의 특징에 대한 정보 역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물론 신청이 쉽다고 입양도 쉽게 되진 않는다. 신청서를 작성한 뒤 면담과 가정방문을 거치는 꼼꼼한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한번 상처를 받았던 동물들이기에, 다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왜 입양하려 하는가?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불쌍하다고 무작정 유기견을 입양한다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좋지 않다. 반려견을 키우는 데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돈이 들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부터 레스토랑, 여행, 쇼핑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존재와 함께 하는 것이다. “두 살짜리 아기를 15년 정도 키운다고 생각하면 비슷해요.” 카라 최황 활동가의 비유에도 그 마음 변치 않는다면, 유기동물 보호소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반려견 예비 부모를 위한 곳들

 

일러스트레이터 김혜정

‘아프다’ 시리즈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유기동물과 관련한 드로잉을 꾸준히 그리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동물은 아주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버려지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생명입니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그리고 평생 사랑해주세요. 성숙한 당신은 길들인 동물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인권만큼 중요한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곳. 1층에는 입양카페 ‘아름품’, 2층에는 ‘카라동물병원’, 3층에는 생활밀착형 동물전문도서관 ‘생명공감 킁킁’이 있다. 2015년부터 만 5세~초등학 생을 대상으로 동물보호교육도 실시한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2 02-3482-0999

 

동반북스

반려동물 책만 다루는 소규모 동네책방. 이따금 길냥이가 놀다 가기도 하는, 모두에게 오픈된 공간이다. 전문서적부터 에세이까지 큐레이션이 상당히 훌륭하므로 반려동물에 대해 공부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도서판매가의 1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며, 온라인서점도 운영한다.
13:00~21:00 (월요일 휴무)|경기 의정부시 신촌로6번길 29-22|031-847-5211|www.dongbanbooks.com

 

OhBoy! 커뮤니케이션 센터

동물복지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오보이 매거진>이 운영하는 공간. 2층에 위치한 편집매장에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이나 생활용품, 친환경적으로 제작되거나 지구 환경을 위해 기여하는 브랜드, 타임리스 디자인 제품이나 환경·동물 복지 관련 서적을 판매한다. 수익금 일부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 주차 가능, 반려동물 입장 가능. 13:00~20:00 (일·월요일 휴무)|서울 마포구 독막로14길 26| 02-324-9661

 

이현화 일러스트 김혜정 협조 카라(www.ekara.org), 케어(www.fromc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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