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행성에서 만드는 핸드메이드 인형

충주 토박이 이현정·이정희 자매. 충주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충주 구도심에서 자신들을 똑닮은 핸드메이드 인형을 만든다. ‘제이플래닛’이란 그들만의 행성에서.

 

 

인형작가 이현정

딸 승아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심했어요. 아이가 자는 틈을 타서 조금씩 인형을 만들었어요.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취미로 건물을 사서 공방을 만들고 ‘인형작가’가 될 줄이야…. 원래 미술학원을 했었는데 승아가 도통 모유를 끊지 않아서 복귀를 못했고, 그래서 더 우울했던 거거든요. ‘일’은 참 중요해요. 아마 인형이 없었으면 계속 집에서 우울해하지 않았을까요? 결과적으로, 잘했어 승아야(웃음)!

서울에서 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도 많고, 어디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서 자라서 그런가, 그런 점이 엄청 갑갑하더라고요. 도시에 비하면 문화생활도 힘들고,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하기도 불편하지만 이런 고요와 여유를 과연 다른 데서 얻을 수 있을까요? ‘제 워크앤 라이프 밸런스’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어요. 지금 생활에 너무 만족하거든요!

인형 만들 때가 제일 행복해요. 슬럼프요? 슬럼프가 왔을 때 만든 인형이 제일 예쁘던데요!

 

인형작가 이정희

언니의 슬럼프가 자주 왔으면 좋겠는 동생이자 준서맘 이정희입니다. 친동생은 아니고 사촌동생인데, 저희 사촌들만 열다섯이에요. 어릴 때부터 친자매보다 더 가깝게 지내더니 이제 일도 같이 하고 있네요. 언니가 고등학생 때까지 마론 인형을 갖고 놀았는데, 같이 밤새워 인형옷 만들고 놀던 게 바로 저랍니다. 자매가 나란히 충주 토박이 남편을 만나 주말부부로 사는 것도 똑같아요! 동업자다 보니 ‘솔직히 머리 끄덩이 잡고 안 싸웠느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데, 서로 배려해서 그런가? 전혀 문제없습니다.

일단 취미로 시작해서 일이 되긴 했는데, 좋아서 하는 일은 정말 최고예요. 그리고 저녁이 확실히 보장됩니다.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다섯 시에 퇴근, 주 4일 근무인데 일반 회사에 다녔으면 어려웠겠죠? 그리고 원데이 클래스를 하면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동네 분들이 자주 마실 오시는 것도 좋아요. 뚝딱 만들어 먹는 점심도 좋고,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곱씹는 것도 좋고요. 충주에 있으면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된답니다.

 

제이플래닛

저는 2010년 태어났어요. 처음엔 블로그로 알음알음 판매를 했는데, 2012년 유아동복 브랜드 ‘밍크뮤’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사업자등록을 하게 됐죠. 온라인몰도 생겨났고요. 첫 번째 보금자리는 10층 남짓의 복층 건물이었는데, 저는 지금 자리가 더 맘에 들어요. 멋지게 리모델링돼서 그런 것도 있고, 승아랑 준서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잖아요. 현정과 정희가 만든 핸드메이드 인형을 파는 쇼룸과 DIY 패키지를 포장하고 신제품을 연구하는 작업실, 매주 인형 클래스가 열리는 살롱까지 그녀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원래 여기는 충주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었대요. 그런데 저쪽에 새 아파트가 들어 서면서 빈 점포와 집들이 많아졌어요. 시청에서 원도심 골목을 활성화시키고자 저를 ‘청년가게 1호점’으로 선정했고, 곧 이 골목에 카페랑 게스트 하우스가 생겨난대요. 그러면 현정과 정희는 웃음이 더 많아질 거예요. 아침마다 골목길을 지나면서 이웃들과 “안녕!” 인사하는 아침을 꿈꾼댔거든요. 큰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인형을 만드는 사람들이 풀어내는 온갖 하소연은 매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랍니다.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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