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우주를 달릴때도 기차다움이란”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만들어진 철로를 달리는 기차를 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릴 때 봤던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내가 항상 품고 있던 동경이었다. 이럴 수가! 우주를 달리는 기차라니!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나는 주인공인 철이나 메텔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분명하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 하는 건 단 하나, 우주를 달리는 기차였다. 이름도 ‘쓰리나인 호(기차의 명칭)’ 라니 이건 도무지 우주를 달리는 것 말고는 다른 건 애초에 엄두조차 낼 수 없겠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다섯 살의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서기 2221년 지구엔 메갈로 폴리스라는 미래 도시가 있다. 이곳의 부유한 자들은 기계 몸에 인간의 정신을 옮겨 영생을 하고 가난한 자들은 보통의 육신을 가지고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빈민촌에 ‘쓰리나인호를 타고 프로메슘이라는 행성에 도착한 다면 기계몸으로 무료 개조를 해준다’는 소문이 퍼진다. 주인공 철이의 어머니는 아들을 행성으로 보내줘야겠다고 결심 한다. 그러나 기계로 개조한 백작 무리에 의해 어머니가 살해되자 철이는 복수를 다짐하며 우여곡절 끝에 쓰리나인호에 몸을 싣게 된다. 분명 매력적인 스토리의 만화영화지만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건 우주를 달리는 기차다. 검은색의 원통 모양을 한 석탄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하고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우주를 힘차게 달리는 기차라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그 기차가 분명한데 왜 내가 탈 땐 우주로 가지 않는 거지? 더군다나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쓰리나인호는 정말 오래된 옛날 기차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내가 탔던 기차가 실내도 외형도 훨씬 근사하잖아. 혹시 ‘아직은 내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어른들이 쉬쉬 비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다분히 음모론적인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어린이들이 알게 되면 울고불고 떼쓰며 태워달라고 그럴텐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건 도저히 손쓸 도리가 없잖아.”
“기다리게 합시다! 어른이 될 때까지! 그렇게 차례차례 한 명씩 태우는 거예요!”
아, 내가 떡국을 두 그릇씩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거였는데…. 뻔한 결론이지만 어른이 된 나에게 누군가 은밀히 다가와 우주 열차 999의 티켓을 건네는 일 따위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만화는 현실이 아니니깐. 그래도 입석을 받으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던건 숨길 수가 없군요.
내가 알고 있는 기차란 모름지기 우주에서도 하얀 연기를 요란하게 내뿜으며 일정한 리듬으로 칙칙폭폭 소리를 지르며 철로를 내달리는 그런 모습인데… 뭐랄까. 요즘의 고속열차를 보고 있자면 훨씬 미래적인 모습이지만 오히려 현실감이 없다고나 할까. 역시 기차는 칙칙폭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봉태규 협조 실버트레인(www.silvertrain.co.kr)

사진 찍는 하시시박의 남편이자 봉시하 아버지, 연예인 봉태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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