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 : 소유] 쇼핑하라, 쇼핑하고 싶은 것처럼

쇼핑하러 가기 VS 쇼핑하기

‘쇼핑하러 가기’는 전 세계 대부분의 소비자가 여가를 즐기는 방법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쇼핑하러 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새 물건을 갖게 되면 즐겁고 흥분이 되어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호화롭게 장식된 쇼핑몰을 둘러보는 데서 쾌감을 느낄 수 있어서, 시선을 끄는 진열대나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즐거워서, 점원의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서, 무료함이나 울적함을 달랠 수 있어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운동을 할 겸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쇼핑하러 가는 행위를 통해 가장 만끽하고 있는 느낌은 자신감이다.
이처럼 ‘쇼핑하러 가기’는 대부분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쇼핑하기’는 (특히 남성의 경우) 가능한 한 빨리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로 생각한다. 남성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특수기동대가 인질 구출작전을 실행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남성들은 대부분 사야 할 물건을 집어들고 신속히 쇼핑몰을 빠져나온다.
쇼핑은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그 물건들을 반드시 갖고 싶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세제나 고양이 배변용 모래, 기저귀를 정말 갖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물건들은 설거지를 하고 고양이를 기르고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쇼핑하기’는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쇼핑하러 가기’는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다.

내가 ‘예쁜 쓰레기’를 사는 이유

일단 ‘필요’가 구매자의 뇌에 단단히 자리를 잡으면, 구매자는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다. 단순한 ‘욕구’가 반드시 충족 되어야만 하는 ‘필요충족욕구’로 바뀌기 때문이다. 필요충족욕구가 만들어내는 감정적 욕망은 너무도 강력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이에 서스캐처 원대학의 짐 풀러(Jim Pooler)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의 경제체제하에서는 거의 모든 구매 행위를 구매자가 그 물건이 진정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심지어는 다소 지나치다 싶은 구매 행위조차도 그러하다. 그리고 원하는 것에 못 미치는 물건은 그 어떤 것도 구매자를 충족시킬 수 없다. 10대는 단순히 최신 유행 제품이 갖고 싶은 게 아니다. 10대 청소년은 유행하는 옷이나 액세서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인들이 홈시어터 시스템을 사는 이유도 그렇다.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모두 하나씩 장만했기 때문에 자신도 반드시 장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현대 경제체제하에서 이루어지는 구매의 본질이다. 현대 경제체제하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설령 불필요해 보일지라도, 단순히 욕구가 아니라 필요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갖고 싶은 걸 다 살 순 없는 노릇. 도처에 숨은 지름신으로부터 충동구매의 유혹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주겠다. 푸른색 커스터드 크림이 담긴 그릇에 분홍색 코끼리가 뛰어드는 모습을 10초 동안 상상하라.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생각 차단기(Thought Stopper)’라 부른다. 약효는 몇 초에 불과하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엔 충분할 것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소비자 선택에 관한 심리를 연구하는 ‘마인드랩 인터내셔널’의 창시자이자 회장. 웨스트민스터대학과 서섹스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뇌활동 분석에 응용하는 분야의 권위자로 ‘뉴로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뇌를 훔치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4) 중 일부를 발췌·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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