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중에 제일은 4월의 봄나물이다

봄나물, 어린 엽록소의 기쁨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겨울 동안의 추위와 노동과 폭음으로 꼬였던 창자가 기지개를 켰다. 몸속으로 봄의 흙냄새가 자욱이 퍼지고 혈관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응달에도 봄풀이 돋는 것 같았다.”

4월의 나물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제철’의 귀함을 알기 때문이다. 아내가 끓인 냉잇국에서 봄을 느낀 소설가 김훈도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 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빛의 냄새, 싹터오르는 풋것의 비린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내놓는 평화”를 느끼며, “뿌리에는 봄 땅의 부풀어오르는 힘과 흙냄새를 빨아들이던 가는 실뿌리의 강인함이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이파리에는 봄의 햇살과 더불어 놀던 어린 엽록소의 기쁨”을 씹는 행위를 통해서.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겨우내 묵은지와 말린 나물로 버텨오다 드디어 만난 봄나물. 하우스 재배가 없던 시절에는 봄나물이 금보다 귀한 존재이자 새 농사를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채취한 햇나물을 정성스레 손질해 웃어른께 올리고, 입춘에 이웃끼리 나물을 선물했던 풍습이 생겼으리라.

봄나물로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봄나물에 풍부한 비타민C와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이 봄철 무기력증과 춘곤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봄나물의 ‘초록’이 주는 시각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초록색에는 평화·편안함·자연· 조화 등의 이미지가 있어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부쩍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다면, 짬을 내어 봄나물을 식탁에 올려봄이 어떨까. 마늘 쫑쫑 썰어 휘리릭 무쳐낸 봄동 겉절이, 마른 김에 돌돌 싸면 밥도둑 따로 없는 달래 간장, 소금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 푹 찍어먹는 두릅숙회…. 어린 시절, 엄마 따라 나물 캐러간 이름 모를 산의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질 것이다. 물기 머금어 촉촉한 흙냄새와 여린 순의 부드러움, 청량감 넘치는 산의 공기와 따스한 봄바람…. 모두 봄나물이었다.

 

 

이현화 일러스트 이상호 참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2>, <일 잘하는 그녀의 컬러 스타일북>

→ SRT매거진 페이스북으로 이동

→ SRT매거진 인스타그램으로 이동

SHAR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