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작가 “잘 말하고 싶다면 먼저 펜을 드세요”

‘대통령의 입’ 작가 강원국은 잘 말하기 위해서는잘 써야 한다고 말한다.
김은아 사진 문덕관 장소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국민 MC’만이 마이크를 쥐는 시대는 지났다. 남녀노소 유튜버를 꿈꾸는 지금은 모두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싶어 한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있을까’다. 작가 강원국은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0년간 대우 김우중 회장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며 글쓰기 전문가로 살아왔다.

이후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를 통해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내고, 이를 강의와 방송에서 말로 풀어내며 글쓰기에서 말하기 전문가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최근 신간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펴내고, 말과 글을 ‘날줄과 씨줄과도 같다’고 정의한 그에게 잘 말하는 법을 물었다.

바야흐로 말하기의 시대입니다. 글쓰기에 방점이 찍힌 책을 낸 이유가 궁금합니다.

‘글쓰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해 잘아는 사람. 그런데 글쓰기에 대해 쓰다 보니 말을 잘하지 않으면 글을 잘 쓸 수 없더군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아도 말을 많이 하고 말을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면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서로 보완하고, 순환하는 두 가지의 관계를 담고 싶었어요.

원래 책 제목을 ‘말하듯이 쓰고, 글 쓰듯이 말하다’로 생각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다음 책은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까지 쓰기에 대한 책을 세 권 냈고, 이번 책으로 말과 글을 함께 다루었으니까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라’고 쓰셨죠. 작가님에게 안경을 닦는 행동이 그런 것처럼요.

요즘 새로 생긴 습관이 있어요. 와인을 마시는 겁니다. 지난 한글날에 출판사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노트북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술을 끊었었는데, 얼마 전 와인뷔페에 갔다가 와인의 맛을 알았죠. 그래서 요즘에는 글쓰기 전에 편의점에 가서 와인 한 병을 삽니다. 돌려서 딸 수있는 와인이면 뭐든지 상관없어요. 그것만 한 병 마시면 저는 어떤 글도 쓸 수 있어요(웃음). 완성도는 보장 못하지만, 우선 쓰고 나서 다음에 고치면 됩니다. 오늘도 마실 거예요. 하하.

이번 책에서 ‘누구나 책 한 권은 써보는 것이 좋다’는 부분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책이 있으면 전문성을 인정받아서 강연이나 기고 활동을 할 수 있죠.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프리 랜서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글쓰기에 앞서서 나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학창시절, 직장생활 동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총 3000권의 책을 읽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역시 독서가 달필의 기본인가요.

사실 읽은 책이 아니라 모은 책의 숫자입니다(웃음). 서점에서 사온 책을 책장에 딱 꽂아넣을 때의 그 뿌듯함은 아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여행 가기 전 계획을 세울 때가 가장 설레는 마음과 비슷한 것 아닐까요. 그 재미에 대학생 때는 과외해서 받은 돈으로 매일 책을 한 권씩 샀죠. 책을 고르기 위해 목차만큼은 열심히 읽었으니, 제 책을 쓸 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운이 좋아 늘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모부가 시인이셨고, 고등학교 때는 2층짜리 서점을 운영 하시던 고모 댁에서 살았습니다. 밤늦게 문 닫은 서점에서 혼자 어떤 책이든 읽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홍보실에 근무할 때도 사내 뉴스에 신간을 소개하기 위해서나 참여자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도 책을 많이 샀죠.

그때부터 ‘글쓰기’를 위해 평생을 보낼 것이라는 걸 짐작하셨나요.

아닙니다. 대학 때는 시험 볼 때를 빼면 글을 쓰지 않았고, 대우에서 사사(社史)를 쓴 것도 자의로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요.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뒤 생전에 남기신 말씀을 떠올린 다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분의 대통령을 모시며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으니,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라고 하셨죠. “소수가 누리던 것을 다수가 누리는 것이 진보이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역사의 진보에 기여하는 것” 이라고 하시면서요. 그 말씀이 <대통령의 글쓰기>를 작업할때 강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책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스스로 확신을 얻었고, 사명감으로도 이어진 것 같습니다.

작가 강원국의 ‘첫 작품’으로 생각하는 글은 어떤 것입니까.

초등학교 3학년 어버이날에 쓴 글입니다. 학기 초에 반장으로 뽑히니까 선생님이 엄마를 학교에 오시라고 했었죠. 그런데 어머니가 2월에 돌아가셨거든요. 어린 마음에 그 자리에서는말 못하고, 하루를 고민하다가 다음 날 솔직하게 말씀드렸 죠. 그 과정을 쓴 글인데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에게 읽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저에게 유년기뿐 아니라 학창시절, 대학에 다닐 때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 초등학교 때 생활기록부에 ‘표정이 어둡다’고 쓰일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별명이 ‘스마일’이 될 때까지 일부러 웃고 다녔죠. 또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을 겪을 정도로 멘탈이 취약해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대부분의 문제가 소통에서 비롯되더군요. 덕분에 소통의 기술을 키우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결국 저만의 경쟁력이 된 셈이죠.

말씀을 들어보니 작가에게나 직장인에게나 눈치가 빠르다는 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눈치도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을까요.

그렇죠,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도 결국 상사의 의도와 취지를 잘 파악해서 문자로 형상화하는 작업이니까요. 회장과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작업도 비슷합니다. 뼈대만 있는 요지에 살을 붙이는 것이죠. 말씀 사이의 빈칸을 잘 채워넣어야 합니다. 때로는 몇 시간 동안 말씀하신 내용을 10분 짜리로 압축해야 하죠.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하니 눈치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기를 수 있냐고요? 혼나는 걸 무서워하거나 칭찬받는 걸 좋아하면 자연히 눈치가 길러집니다(웃음). 저는 칭찬 받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습니다.

말하기, 듣기, 쓰기 모두에서 전문가이시니 일상에서도 소통으로 인한 문제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르죠. 축구 감독이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고, PD가 연기를 잘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랄까요.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말하기에 대해 고민해본 시간이 있기 때문 아닌가 싶습 니다. 특히 칭찬, 축하, 사과, 격려, 위로처럼 사적인 말하기를 연구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그냥’ 말하는 것이지요. 거기에다 국무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 공적인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겠죠.

작가님이 생각하는 요즘 가장 말을 잘하는 이는 누구입니까.

예전에는 같은 질문을 받으면 유시민 씨라고 대답했는데, 요즘은 과연 ‘말을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토론해서 이기는 사람, 박학다식해서 설명을 잘하는 사람, 촌철살인의 비판을 날리는 사람,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 그 전부이면서 전부가 아닐 수 있죠. 잠정적으로는 자신이 잘하는 하나의 분야를 파고드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앞으로 이런 생각들을 유튜브로 나눌 생각이에요. 이름하여 ‘강원국의 말빨글빨’입니다.

작가의 하루는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전과 후가 완전히 다릅니다. 전에는 매일 2~3개의 강연이 있었어요. 지역 강연도 많기 때문에 이동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갔죠. 그러다 보니 SRT를 거의 매일 탔어요. 수서역 근처에 집을 구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지금은 강의가 하나도 없습니다. 덕분에 넷플릭스와 24시간을 함께합니다. 아들 추천으로 입문했는데, 드라마 <킹덤>으로 시작해서 안 본 영화가 없어요. 보통 소파에 누워서 보는데 얼마나 누워 있었는지 자리가 다 삭았더라고요(웃음). 덕분에 살도 좀 쪘고요.

하하, 생각했던 베스트셀러 작가의 하루와는 차이가 큽니다.

사실은 조바심도 납니다. 일 중독인지 쉬고 있으니 불안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헛된 시간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라 마를 보는 와중에도 머리에서는 분명 계속 무언가를 쓰고 있거든요. 지금과 같은 숙성과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다음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국의 말하듯이 글쓰는 다섯 가지 방법

❶ 하루에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셀 수 없다. 이렇게 말을 하듯이 자주 써라.
❷ 쓰기 전에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보라.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확인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❸ 듣는 이가 있어야 말하듯이, 머릿속에 가상의 독자를 앉혀두라.
그리고 그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글을 써라.
❹ 구어체(口語體)로 쓰라. 잘 읽히고 잘 이해된다.
❺ 말할 때 표정과 손짓을 동원하는 것처럼 글에도 자신만의 표정, 즉 감정을 실어야 한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