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가 박영남의 본능적 손놀림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

 

 

박영남은?
197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3년 뉴욕시립대학교 회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제3회 김수근미술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개인전에 이어 2014년 <Self Replica>, 2015년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Ⅰ>, 2016년 <파리 아트페어> 등 서울과 뉴욕, 파리, 독일 등에서 꾸준하게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박영남 작가의 아틀리에에 햇살이 스며든다. 여러 개의 캔버스를 눕히고 자기 복제를 하듯 이어나가는 페인팅. 물감을 손에 묻히고 문지르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물감통은 온갖 컬러로 뒤범벅이 되었다. 작품은 또 다른 영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지금 몰입하는 작품은 또 다른 작품을 부르는 초대장이다.

 

추상화가 박영남의 그림 속 세상은 넓다. 빛과 어둠, 자연의 숨결까지 작가가 느끼는 감정이 자유롭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의 손끝에서 번져나간다. 일명 핑거 페인팅.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붓이 아니라 그의 손가락인 까닭이다. 미국 유학시절,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구입한 물감을 손에 움켜쥐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손가락에 비싼 물감을 짜고 문지르기까지의 망설임과 두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는 그때의 감정을 마치 시력을 잃어가는 모네가 수련을 그릴 때의 망설임,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는 두려움과 맞닿아 있지 않았을까라고 떠올린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온전히 내 것이 되었을 때의 황홀함, 그 희열이 여태껏 박영남을 예술가로 숨 쉬게 해왔다.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휘몰아치듯 빠르게 전개된다. 쉽게 건조되는 아크릴 물감의 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오로지 자연광 아래에서 작업하는 것 또한 빛의 움직임, 구름이 만드는 잔잔한 어둠, 비와 눈이 주는 미묘한 변화를 그림에 녹이기 위함이다. 물감이 마르는 속도를 조율해 여러 겹으로 중첩되는 과정을 거쳐 캔버스가 바로 세워지는 순간, 마침내 존재 이유가 생긴다. 작품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그건 슬픔일 수도, 외로움일 수도, 기쁨일수도 있다. 누구도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달의 노래 200x250cm, Acrylic On Canvas, 2013
Moonlight Song 2 52x110cm, Pigment Print, 2016 KRW 750,000

 

 

김정원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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