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일상, 사람, 나무, 작은 새들에 맞춤

사람들은 이 길 위에 자주 멈춰서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에 놓인 자신과 벗을 기록했다. 그 길 너머에는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가진 저어새가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 길은 삶의 한 페이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게는 모든 세상. 안산의 길들은 그렇게 계획되었다.

 

한낮의 성호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둥근 주먹을 받아주려면 두 손을 살포시 오므려야지. 보자 기에 들어온 주먹과 주먹을 감싼 보자기는 이 겨울, 난로보다 따뜻할 거야. 게임, 경쟁, 돈, 돈, 돈은 부는 바람에 잠시 맡겨두고 우리는 자주 서로에게 따뜻해야 한다. 삶의 보람이나 설렘은 서로의 따뜻함 속에 존재하니까. 사계절 봄처럼 환하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안산식물원 남부전시관을 찾았다.

노란 꽃에 내려앉은 벌은 몰입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매 순간 벌처럼 산다면 백 년도 길지 않으리. 안산식물원은 성호기념관, 단원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로 이 모든 곳은 성호공원 내에 있다. 한낮의 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며 새 소리가 이웃의 인사처럼 가까이 들린다.

높다란 나무 아래에는 아장아장 아기가 걸음을 떼고 있다. 엄마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무료 공연이다. 드넓은 잔디밭에 노신사 두 분은 언제부터 마주 앉아 있는지 세기의 바둑 대결에 한껏 골몰해계신다. 이 대결의 결과는 아까부터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조각상들에게 물으면 될 터. 나는 노신사 위를 날아가는 저 새처럼 안산의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한낮의 안산식물원, 이른 아침의 화랑유원지, 해 질 무렵의 안산갈대습지에는 이 도시가 얼마나 섬세하게 맞춤되어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산은 ‘계획도시’ 혹은 ‘전원주택도시’로 불린다. 안산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시 홈페이지에는 안산이 ‘완전히 계획된 도시’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동쪽은 군포시와 의왕시, 서쪽은 서해, 남쪽은 화성시, 북쪽은 시흥시에 접해 있다. 서울의 30km 반경 남서부에 위치하여 서울의 인구 및 산업 분산시책의 일환으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계획적이고 인공적으로 개발된 전원주택도시다.”

안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서 녹지율 74%의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한낮의 안산식물원, 이른 아침의 화랑유원지, 해질 무렵의 안산 갈대습지에는 이 도시가 얼마나 섬세하게 맞춤되어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다 마주친 그림 같은 풍경도 안산 시민들에게는 일상이라니, 섬세하게 맞춤되어 탄생된 도시는 남다른 것이다.

안산의 길들은 그렇게 계획되었다.

 

치유, 오락, 문화, 휴양시설을 갖춘 곳으로서 ‘화랑유원지’

1998년 조성되어 무려 이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안산 시민 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화랑유원지를 가보고 싶었다. 총면적이 61만㎡가 넘는 규모라고 들었는데 직접 가보니 그 수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됐다. 앞선 성호공원도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규모가 작지 않았는데, 왜 이곳에 굳이 ‘유원지’라는 명칭을 달았는지 알겠다. 유원지라고 해서 상업적인 위락 시설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능동적인 여가,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서 유원지라고 보면 좋겠다. 내비게이션의 지도에는 화랑유원지 내에 ‘화랑저수지’가 있음을 표시해주었는데, 예전에는 농경용수로 저수지의 물이 쓰였단다.

정식 명칭은 ‘화랑호수’로서 찬바람이 옷깃을 잔뜩 여미게 하는 이런 계절에는 안산갈대습지 못지않은 갈대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물들이 살고, 잊지 않고 찾아온 겨울 철새가 또 그들을 부지런히 쫓겠지. 이른 아침의 안개가 서서히 거치자 화랑유원지의 속살이 비로소 드러난다. 건물 자체가 작품처럼 근사한 경기도미술 관이 유원지 내에 있고, 알록달록한 색의 홀드(돌 모양의 작은 손잡이)가 촘촘히 박힌 화랑인공암벽등반장은 거인처럼 자세가 위풍당당하다. 감성도 채우고 땀도 쏟을 수 있는 화랑유원지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2022년 말까지 치유·오락·휴양시설을 갖춘 세계 적인 명소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맘때에는 화랑오토캠핑장에 마이카, 마이홈 같은 캠핑카를 정박해두고 좀 더 오래 함께하리.

 

___성호공원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성포동, 이동에 걸쳐 있는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과 체력 단련에 기여하고자 1997년에 조성되었다. 성호공원은 성호기념관, 성호 이익 선생 묘, 안산식물원, 노적봉 폭포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공원 내 조성된 단원조각 공원에는 우리나라 중견작가의 작품과 단원 미술대전의 우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___화랑유원지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복합 휴식 공간으로 사람과 자연과 철새들이 함께하는 자연 휴식 공간이자 가벼운 레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화랑호수와 산책로, 경기도미술관, 단원각, 잔디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화랑호수에는 갈대와 물풀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겨울 철새들이 떼를 지어 찾아온다. 단원각에서는 매년 새해맞이 타종 행사가 열린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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