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양조장

이원양조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섬에 발을 들인 것처럼 좀 전까지 있던 세계와 단절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저 속 안에 향수 주머니가 별안간 터져 눈물이 날 것만 같다.

 

90년 가까운 세월 흘린 땀은 몇 말이며, 나눈 추억은 몇 가마니인가

이원양조장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지었다. 양조장 마당은 당연히 제비의 영역일 터, 양조장에 사람 손님이 오든 말든 제비는 아까부터 들어오고 나가고 날갯짓이 바쁘다. 그와중에 ‘누룩’이도 소리 없이 뛰어 다닌다. 강현준 대표 왈, 전국에 크고 작은 양조장이 1200개는 될 터인데 그곳의 ‘누룩’ 이름을 가진 동물만 500마리는 될 거라고.

“누룩아, 누룩아” 정다운 이름을 불러본다. 올 듯 말 듯 장난꾸러기 새끼 고양이와 지지배배 제비 식구가 90년 된 양조장에 생기로운 웃음을 드리운다. 올해 87세인 아버지는 늘 아들에게 양조장의 앞날을 묻고, 지난날의 영화를 얘기하곤 한다.

“1930년에 이원양조장이 설립되고 아버지는 스물도 안 되어 양조장 3대 대표로 취임하셨어요. 아버지 나이 9세 때 할아버지(2대 대표 강문회)가 돌아가시면서 일찍이 책임감을 갖고 양조장 사업을 시작하셨지요. 대한민국 근대사 100년, 그 격변의 세월을 아버지는 담담히 이겨내셨어요. 온 마을이 가난하던 시절에는 양조장이 마을의 대소사에 참여하여 힘을 보태고,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찾아와 우리 술을 받아갔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죠.”

1930년대 면 단위의 거대한 양조장이 들어서며 우리나라 가양주 문화는 쇠퇴하고 대단위 상업 술이 급속히 발달했다. 시간이 흘러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지고 유통망이 거시적으로 확대되며 큰 사랑을 받았던 전국의 양조장 중 많은 수가 문을 닫았다. 성년이 되고 외지에서 양조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던 강현준 대표는 오히려 좀 더 객관적으로 이원양조장을 들여다보고 그 너머까지를 내다보며 나아갈 바를 그리고 있다.

“이원양조장은 상업적인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에요. 탄생부터가 그러했지요. 90년 가까운 역사를 통해 우리만이 간직한 기술과 의미를 잘 간직하되, 전통 방식이라서 인정받는 술이 아닌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우리 술을 만들고자 해요. 상업 주조공간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서 이 모습을 잃지 않고 백 년, 이백 년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을 다독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수’ 한 잔에 띄워 보내는 밝은 내일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며 막걸리의 주요 재료는 쌀에서 밀로 대체되었다. 강현준 대표는 이원양조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탁주 ‘향수’를 새롭게 출시했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 충북 옥천으로 대표작인 ‘향수’와 밀 막걸리의 향수를 간직한 분들에게 추억의 맛을 돌려주는 의미를 담았다. 수입 밀보다 더 귀하고 비싼 우리 밀에 감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제조되는 ‘향수’는 묵직하고 깊은 맛을 자랑한다. 달콤한 술보다 뻑뻑하고 드라이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술이 될법하다. 유리병에 담겨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향수’는 알코올 함량 9%의 우리 밀 대표주자, ‘시 인의 마을’은 국내산 쌀로 빚은 탁주로 알코올 함량 10%다.

또 하나 이원양조장을 대표하는 탁주는 ‘아이원’이다. 강현준 대표의 야심작 중 하나인데 ‘이원’의 영문명 IWON을 사용해 이 막걸리를 마시면 승리한다는 기운도 담았다. 이원양조장에서도 술을 사갈 수 있는데 아이원 750ml는 1000원, 1700ml는 2000원이다. 맑고 청량하며 가벼운 단맛에 술이 술술. 이 맛과 양에 이 가격이라니 인심한 번 넉넉하다.

이원양조장에서는 올해 말 숙성 부분에 중점을 둔 증류식 소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오랜 세월 탁주만 생산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양곡관리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쌀보다 밀이 훨씬 비쌌으니 쌀 막걸리가 대세였죠. 혹자는 많은 양조장이 수입 밀가 루로 술을 만들면서 주질이 떨어져 막걸리가 외면받았다고 하는데 재료의 특색이 달라지면서 익숙 하던 맛이 낯설게 느껴지는 거죠. 누구에게는 추억의 맛이 최고의 술맛으로 기억될 수 있는 법이니 까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는 것들에 경계를 두지 않고 우리 이원양조 장의 역사를 담은 좋은 술, 맛있는 술을 꾸준히 생산하고자 합니다.”

이원양조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섬에 발을 들인 것처럼 좀 전까지 있던 세계와 단절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건물만 약 992㎡(300평), 부지가 약 6612㎡(2000평)로 구석구석 살아있는 박물관에 놓인 것 같다. 강현준 대표가 어린 시절 ‘삼촌’이라고 부르던 직원만 20~30명, 그들이 이곳저곳 에서 각자의 할 일에 매진했을 모습을 그려본다. 얼마나 활기가 넘치고 왁자했을까.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다. 현재 많은 사람이 이원양조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경험한다.

강현준 대표가 자신하는 ‘도리뱅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시인의 마을’이며 ‘향수’ 등의 이원양조장 대표 술과 곁들이는 것이다. 빙어를 굽듯이 튀겨내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모양을 낸 도리뱅뱅은 한 입에 먹기도 좋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라 탁주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도리뱅뱅 처음 드셔보셨어요?

이원양조장 다시 오시겠네요.” 이 맛을 잊지 못해 이원양조장을 다시 찾을 정도라니 내일 추억이 될맛을 마음껏 음미한다. 도리뱅뱅을 못 잊어서, 보고 싶은 아버지를 못 잊어서, 향수에 흠뻑 빠지고자 이원양조장을 찾으리. 또 찾으리.

 

  • PRODUCT

아이원 750ml 1000원, 1700ml 2000원 알코올 함량 6%

향수 700ml 6500원 알코올 함량 9%

시인의 마을 700ml 6500원 알코올 함량 10%

 

  • PROGRAM

도리뱅뱅투어

90년 역사가 흐르는 양조장을 견학하고, 도리뱅뱅 쿠킹 클래스 체험. 2시간 소요.
1만 5000원, 홈페이지 예약 필수

※ 이 밖에 이원양조장은 견학부터 나만의 원주, 누룩만들기, 술빚기 체험, 마스터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