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양촌양조

운동장을 내달리는 순수한 아이들은다 커서 알겠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다닌 학교가 아직도 건재하고, 고향에 터를 내리고 잘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모든 것이 오래되었지만 모든 것이 다른 날의 양촌양조를 찾았다.

 

논산 양촌면, 산 좋고 물 좋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여행’이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캐치프레이즈를 유심히 들여다볼 때가 있다.

여기에 ‘구석구석’ 단어 하나를 빼보자. 감은 알지만 곶감은 모르는 것과 같고, 김치는 알지만 김장은 모르는 것과 같다. ‘구석구석’ 없이는 대한민국을 잘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탑정호, 관촉사, 명재고택 등 충남 논산의 이름난 명소를 두루 여행했다. 덕분에 연무대로만 상징됐던 논산의 회로에 반짝이는 스파클이 일었다. 이번에는 논산의 양촌양조를 방문하며 우리나라가 또 얼마나 넓은지, 같은 지역이라 해도 구석구석 얼마나 다른지 느꼈다.

어느덧 우리나라 양조장을 방문한 지 다섯 번째다. 모든 취재를 끝내고 인사를 나누는 중에 양촌양조 대표의 형님으로부터 ‘어떻게 우리 양조장을 선택하여 취재를 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의 의지로 왔지만 지금껏 찾아간 양조장 마다 무엇인가 있어서 기자를 부른 것 같다. 술맛 전문가도 아니고, 양조장에 대해서도 무지한 나를.

그저 각각의 만남이 소중할 뿐이다.

‘산 좋고, 물 좋고’는 양촌양조를 두고 하는 말처럼 더없이 어울린다. 푸른 인내천이 굽이굽이 흐르는그 앞에, 호남의 소금강이라 일컫는 대둔산이 지켜줄 듯 서 있는 가운데 양촌양조가 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품고 있다.

“저는 논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바로 이 초등학교를 다녔지요.”

양촌양조와 어깨를 맞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 양촌초등학교가 있다. 이동중 대표는 물론 그의 아버지도 이곳을 졸업했다. 양촌초등학교는 1919년 4월 1일 양촌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이 마침 4월 1일. 당시에는 몰랐는데 딱 백 년이 되던 날이었다. 운동장을 내달리는 순수한 아이들은 다 커서 알겠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다닌 학교가 아직도 건재하고, 고향에 터를 내리고 잘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3대째 양조장을 운영하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것도 나고 자란 고향에서요. 제 아버지도, 저도 장남은 아니었는데 양조장을 운영하게 된 데는 우리 술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라고 봐요. 특히 저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농대를 진학하고 과수원을 운영 하게 됐어요. 교수님의 지도 아래 농업과 관련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니 새로운 작물도 들이고 과수원도 더욱 커졌지요. 선친에게 이런저런 꾸지람을 들으며 술 빚는 법도 몸과 마음으로 배웠습니다. 여기에 경험한 것처럼 좀 더 과학적인 기술을 더해 양조장을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지켜온 역사, 우수한 제품으로 지켜낼 내일

이동중 대표는 200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양조장 운영관리를 도맡았다. 대학 시절, 교수님의 가르침 속에 동기들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연구·분석하며 한 단계 도약하던 시절은 귀한 자산이 되었다. 현재 양촌양조는 막걸리 5종, 청주 1종을 제조하는데 그중 양촌양조 하면 떠오르는 ‘우렁이쌀 손막걸리’가 이동중 대표가 새롭게 고안해낸 제품이다. 좋은 쌀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술이 되지는 않기에, 이 새로운 막걸리가 탄생하기까지 이동중 대표의 집념은 물론 여러 분야의 전문 가들이 힘을 보탰다.

“한때 막걸리는 농주로서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는 술이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기호에 따라 이런 술, 저런 술을 골라 마시고 주요 소비자도 젊은 층으로 옮아갔죠. 이에 따라 좀 더 깔끔하고 달콤한 맛의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양촌 우렁이쌀 손막걸리’는 저의 대학 동기이기도 한 친구의 농가(은진면 와야리 소재)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무농약 햅쌀로 만듭니다. 농사짓는 분들은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아실 겁니다. 좋은 쌀로 좋은 맛을 내기 위해 건양대 전통주사업단과 산학협동을 했고 덕분에 깔끔하면서도 달콤한 맛의 일관성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2016년 우렁이쌀 손막걸리를 첫 출시하고, 이듬해에는 국립농업과학원과 기술협력으로 ‘양촌 우렁 이쌀 청주’를 선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양촌양조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제품이 되었어요.”

1931년 설립되어 2019년, 양촌양조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통’이라는 자체의 브랜드에 멈추지 않고 전통과 새 시대의 흐름에 유연히 길을 내었다.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흘러오는 동안 우리 술에 대한 정부의 규정과 규제는 달라졌다. 술체를 이용해 직접 손으로 걸러낸 막걸리는 기계화되었다. 기계화가 되었지만 만드는 사람의 손길은 여전히 중요하다. 쌀을 깨끗이 씻고, 수증기를 이용해 술밥을 만들고, 날씨 변화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제어한다. 마음 없이는 좋은 술이 안 된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이 맛 논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세계로

정성으로 재배한 농가의 쌀, 그 가치와 맛을 누구에게나 고스란히 전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과 협력 하여 만들어낸 귀한 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선가는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파’, ‘배가 금방 불러’, ‘막걸리는 촌스러워’라고 단정한다. 내가 아는 그만큼이 때론 전부가 된다. 일일이 붙들고참 좋은 우리 술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동중 대표는 새로운 로고를 개발해 양촌양조에 변화를 모색했다. 대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막걸리, 막걸리는 촌스럽다는 인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 결과 양촌막걸리의 디자인은 2014년 10월, 막걸리업계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에 드는 ‘레드닷 디자인상(Red Dot Design Award)’을 수상했다. 막걸리병의 ‘양촌’을 자세히 보자. ‘양’에서 ㅇ자를. ‘촌’에서 ㄴ자를 떼고 보면 역동적인 사람이 보인다. 마치 ‘나도 먹자’, ‘함께 먹자’ 말하며 달려 오는 듯하다. 대형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는 양촌양조의 술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게 들려줄 것 같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소리글로서의 기능적인 우수함은 물론 우리 술을 세계에 알린 역할도 했다고.
맛? 두말하면 잔소리. 같이 마시고 싶은 맛이다.


발효실에는 양촌 생동동주며, 우렁이쌀 청주가 발효숙성 중이다. 지금 당장 소문만 내면 꿀벌 백 마리가 날아와 앉을 것만 같은 향기가 그득하다. 이동중 대표가 긴 주걱으로 숙성 중인 청주 한 모금을 권한다. 감동이 밀려온다. 어쩜 이렇게 달콤하지? 아무런 감미료 없이도 달고 깊은 맛의 청주는 60일간의 저온숙성방식을 거쳐 상품화된다. 평일 오전에 양촌양조 술맛을 익히 알고 있는 젊은 남녀가 일부러 찾아와 설레는 표정으로 양촌양조의 술을 잔뜩 사간다. 지난번 왔을 때는 양조장이 문을 닫아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양촌양조에 방문하면 이렇게 술도 사갈 수 있고, 발효실 위층에 마련된 전시공간에서 발효 중인 술을 가까이 관람할 수 있다. 양촌양조의 역사부터 누룩, 효소와 효모에 대한 지식도 잘 배워갈 수 있으니 꼭 한 번 방문하여 오감 만족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양촌양조

충남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1665번길 14-9
041-741-2011
www.iyangchon.com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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