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원도심

목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위하는 말인지, 말을 위한 말인지는 언제나처럼 구분하기 어렵다. 눈물과 항구로 정의되던 도시는 어쩌면 해상케이블카나 근대문화유산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됐든 밖이 아닌 안에서 목포 한 바 이루리.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악씨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인가 목포의 서름.”

– 노래비에 새겨진 ‘목포의 눈물’ 가사 중

 

목포의 정서에 관해

목포 유달산 자락에 이난영(1916∼1965)이 부른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있다. 1935년 ‘오케레코드’와 조선일보가 주최한 우리 노래 가사 모집에서 당선된 문일석의 ‘목포의 눈물’에 손목인이 작곡하고 이난영이 불렀다. 목포의 가난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스무 살 무렵의 이난영은 그렇게 가요계에 샛별로 등장해 영원한 여왕이 되었다. 이난영이 처음 그 노래를 불렀을 때 짐작이나 했을까? 한 사람의 궤적이 이다지도 깊이 새겨질지.

목포를 향해 가며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 알고 싶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목포의 정서였다. 저녁 어스름 목포 북항에 갔다. ‘목포의 눈물’이나 ‘목포는 항구다’로 대변되는 목포의 정서를 이곳에 가면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북항이라는 이정표가 보이자마자 항구 주변에 피어난 네온사인이 화려하다. 다투듯 기세가 등등해 묵직한 항구와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목적지는 그곳이 아니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 사이로 걸음을 떼자 검푸른 바다에 유유한 빛이 출렁인다. 푸르고 하얀 빛을 내뿜는 목포대교가 고혹적이다. 사장교 형태의 교량은 목포의 시조인 학을 형상화해 건설했다.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이 교량은 국도 1호선의 자동차 전용도로 교량이다.

목포는 국도 1호선의 시점으로 종점은 북한 신의주다. 이 목포대교를 따라 제한 없이 달리면 평안북도 신의주시까지 이른다. 그런 날이 올까? 이런 짐작할 수 없는 나날을 헤아린 탓에 ‘목포의 눈물’이 탄생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목포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했다. 1897년 고종칙령에 의해 자주적으로 개항했다지만, 그 안에 자주적인 힘이 온전히 깃들었는지는 의문이다. 개항과 동시에 목포는 급속적인 발전을 이뤘다. 대중문화의 보급, 외래문화의 정착, 근대 건축물이 세워졌다.

화려한 이면에는 항거와 만세운동이 있었으니, 목포는 일제강점기 수탈 도시로서 굴곡진 역사를 버티어냈다. 목포가 그 어느 도시보다 특별한 빛깔을 간직하고 있는 배경이다. 목포 전역에는 200여 채의 적산가옥이 남아 있다. 적산가옥은 적의 집을 뜻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일반에 불하된 일본인 소유의 주택이다.

목포 전역에 자리한 적산가옥의 수만큼 그 시대의 암울한 면이 드리워진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적산가옥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우리가 되돌아볼 역사로 보존하고 새롭게 가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이든 사람의 발길이 닿아야 역사가 남긴 교훈을 되새길 수 있으리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북항에서 4km 이내, 목포역에서는 걸어서 10분이면 목포 원도심에 닿는다. 1박 2일로 목포 여행을 계획한다면 원도심 도보여행을 추천한다.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목포 원도심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주말이면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목포 사람들에게 구도심으로 불리는 이곳은 유달산, 온금동 다순구미마을, 서산동 보리마당, 적산가옥이 밀집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백 년을 바라보는 적산가옥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센데, 기자에게는 이곳이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훌륭한 교육장으로 생각되었다. 어떤 건물은 목포의 근현대 역사와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떤 건물은 상점으로 사람들이 걸음하고 있다.

그중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은 구 목포 일본영사관(사적 제 289호)으로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이다. 제2관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조선농민 수탈기관으로 일컬어지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전라남도기념물 제174호로 지정되었다. 이 밖에도 당시 호남은행 목포지점, 일본식 가옥, 병원 관사, 교회, 상가주택 등이 개별등록문화재로 자리해 있다.

유달산 기슭, 노적봉 품 아래 위풍도 당당하게 자리한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을 찾았다. 붉은 벽돌의 2층 건물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워서 적잖이 마음이 아팠다. 건물에 들어서려면 그 앞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나쳐야 한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소녀의 손과 맨발을 어루만지며 치욕의 세월을 견뎌낸 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00년 1월에 착공해 그해 12월에 완공한 건물은 영사관, 목포이사청, 목포부청사로 광복 후에는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문화원으로 활용되었다. 현재는 목포의 근대 역사를 알 수있는 공간으로 1·2층 전시장을 조성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층 전시장 한편에 ‘대중문화의 시대’를 주제로 오디오 박스가 마련되어 있다. 헤드셋을 쓰자 이난영의 낭랑하고 구슬픈 음성이 귓가에 번진다.

건물 뒤에는 일제가 만든 방공호가 남아 있다. 성인 남녀가 머리를 세우고 편히 걸어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방공호의 길은 누가 냈을까? 곡괭이를 든 야윈 팔에 속옷만을 걸친 사내는 우리가 아는 아버지의 아버지였 으리라. 인간사에 일정하게 흐른다는 희로애락이 도시에도 있다면 앞으로 목포에는 희와 락만 있어야 공평하지 싶다.

 


 

1박 2일 목포 집중탐방

목포역 가까이에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명소가 집중되어 있다.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탐방, 식당과 카페, 유달산 둘레길 산책까지 동시에 해낼 수 있다. 목포역에서 채 1km도 되지 않으니 도보 여행도 추천한다.

 

  • AM09:00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목포의 근현대 시대상과 생활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은 당시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쓰인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이다. 대중문화, 만세운동, 저항의 제일선, 외래문화의 소용돌이에 선 목포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골목의 적산가옥은 현재 상업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도 있지만, 드나드는 이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이곳 상인의 말에 따르면 정치적 갑론을박으로 이슈가 되어 주말이면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고. 주변 상인들에게는 너무도 잘 된 일지만, 이슈가 거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 : 전남 목포시 영산로29번길 6

 

 

  • AM11:00 유달산

영혼이 거쳐가는 곳이라고 해서 영달산이라 고도 불렀다. 높이 228.3m, 총연장 6.3km로 길이 험하지 않으며 가볍게 산행하기에도 좋다. 노적봉관광안내소를 기점으로 10분에서 15분 남짓 오르면 노적봉, 오포대, 달선각에 이른다.

오포대에만 올라도 목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산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군량미가 쌓여있는 것처럼 위장해 왜군을 물리쳤다는 전술이 전해진다. 전통사찰 제69호인 달성사, 조각공원, 목포의 눈물 노래비를 볼 수 있다. 해 질 무렵 조각공원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아름다우니 추천한다. 삼학도의 목포요트마리나, 목포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전남 목포시 죽교동 산27-3

 

  • PM15:00 연희네 슈퍼

목포 서산동에 위치한 연희네 슈퍼는 영화 <1987>로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다. 원래 슈퍼이기도 한 이곳은 몇 년간 주인 없이 있다가 영화 세트장으로 새옷을 입으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연희네 슈퍼에는 순번을 돌아가며 문화해설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친절한 설명에 의하면 <1987>의 시나리오를 쓴 김경찬 작가가 목포 출신으로 당시 시대상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일대를 낙점했다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은 시화골목으로 단장해 집집마다 그림과 시가 보란 듯 그려져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이곳 주민들의 삶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혹시 실례가 될까 조용히 걸어 본다.

 


 

목포에서 하루 더~!

목포에 하루 더 머물 수 있다면 유달산권을 지나 삼학도권, 갓바위권까지 흘러가보자. 목포9경 중 3경을 차지하는 갓바위는 생각보다 거대하고 신비롭다. 왜 목포 하면 평화가 오버랩되는지 알게 되는 여정이다.

 

  • AM09:00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삼학도 근린공원

평일 한낮에도 관람객을 태운 관광버스 몇 대가 기념관 앞에 선다. 삼학로92번길에 자리한 기념관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자 2013년 개관했다. 지상 2층 규모로 전시동과 컨벤션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는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 작은 섬마을에서 평화의 씨앗이 태어나 세계에 평화의 빛을 비추었다. 언제나 어느 때나 평화는 옳다. 계절이 여름과 가까워지면 기념관 옆의 삼학도 수로길을 따라 카누를 탈 수도 있다. 봄에는 수로를 따라 조성된 1.5km 구간의 산책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도 좋겠다.

전남 목포시 삼학로92번길 68

 

  • AM11:00 갓바위·평화광장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는 총연장 298m, 폭 3.6~4.6m의 해상 보행교가 있다. 발 아래 파도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보행교에 서서 갓바위를 바라본다. 목포9경 중 3경을 차지하는 갓바위는 거대하고 신비롭다. 약 8000만 년 전 화산재가 굳어진 용결응회암으로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되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형상이라 갓바위로 불린다. 해상 보행교를 따라 걸으면 곧장 평화광장으로 연결된다. 도심속 해변공원인 평화광장에서는 봄, 가을이면 춤추는 바다분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친숙한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카페들이 즐비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전남 목포시 남농로 166-1

 

  • PM15:00 청호시장

목포9미는 모두 수산물이다. 세발낙지, 홍어 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찜), 준치무침, 아구탕(찜), 우럭간국.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목포에 왔으면 수산시장은 필수 코스로 들러야 한다. 목포 원도심을 대표하는 시장이 목포종합수산시장이라면 신도심은 청호시장이다.

인근 식당 사장님의 추천으로 청호시장에 들렀다. 가게마다 제철을 맞은 주꾸미부터 목포가 자랑하는 홍어가 즐비하다. 맞은편 사장님이 ‘살아 있는 생선’이라고 표현한 큰집수산의 사장님이 마침 홍어를 손질한다.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싱싱한 홍어 한 점도 얻어먹는다. 쫄깃쫄깃! “아따, 역시 목포는 홍어랑께!”

|전남 목포시 석현로 28|

 


 

행복한 고민, 무엇을 먹을까?

먹을 게 너무 많아서 고민되는 목포, 이 맛을 추천합니다!

 

  • 초원식당 ‘갈치조림’

목포 앞바다에서 잡은 먹갈치는 유난히 달고 맛있다.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의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주문했다. 벽에 걸린 목포음식 명인 인증서에 맛에 대한 자부심이 읽힌다. 갈치 살이 부드럽고 푸짐하다. 후한 밑반찬은 아무래도 목포의 인심인 것 같다.

|갈치조림 (2인) 3만 원|전남 목포시 번화로 37-6|

 

  • 유성해장국 ‘황태미역국’

사장님의 고향 홍도에서 가져온 돌미역이 꼬들하고 황태와 잘 어울린다. 여기에 맛있게 먹은 밑반찬의 정체를 물어보니 해남이 고향이 라는 직원분이 ‘꽝다리 젓갈’이라고 한다. “전 라도에서는 황석어를 꽝다리라고 하는데 맛이 기가 막히지요?”

 

  • 미락식당 ‘꽃게비빔밥’

노적봉 관광안내소 직원분의 추천으로 찾아간 미락식당. 이곳에도 목포음식 명인 인증서가 걸려 있다. 기대에 가득 차 주문한 꽃게비 빔밥은 말 그대로 밥도둑이다. 깨와 조미김에 공깃밥 하나 넣고 꽃게장 쓱쓱 비비면 또 오고 싶은 맛

|꽃게비빔밥(2인) 2만6000원|전남 목포시 백년대로231번길 12|

 

 

 

너는 감성 돋고, 나는 입맛 돋고

역사, 자부심, 문화까지 이야기가 있는 디저트 투어!

 

  •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가비1935’

적산가옥을 활용한 대표적인 상업공간이다. 1935년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날짜를 기념해 카페 이름을 지었다. 친절하고 손맛 좋은 사장 님의 디저트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블루베리푸딩 3500원 / 후르츠아이스티 5500원|전남 목포시 영산로 18|

 

  • 평화광장 ‘룰리스’ 카페

목포에서 나고 자란 목포토박이 사장님은 알아주는 라테아트 마스터다.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 카페라테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는 평화광장 한가운데 자리한다.

|카페라테 4500원|전남 목포시 미항로 97|

 

  • 전통의 디저트 ‘쑥꿀레’

전통의 디저트 ‘쑥꿀레’

Since 1956의 분식점이자 디저트 맛집이다. 목포 원도심에서 오랜 기간 사랑방 역할을 했을 이곳에는 사장님이 어머니께 전수받은 쑥꿀레를 내놓는다. 지나치게 달지 않은 조청에 부드러운 쑥떡이 담겨 있다. 목포 향토음식으로 지정될 만큼 맛도 의미도 깊다.

|쑥꿀레 5000원|전남 목포시 영산로59번길 43-1|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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