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전복한 예술가, 마르셀 뒤샹

예술은 반드시 무에서 유를 창조한 100% 창작물이라야 할까? 마르셀 뒤샹은 이 개념에 반기를 들었다. 남성용 소변기로 대변되는 ‘레디메이드 작품’으로 모두에게 충격을 준 그는 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혁명적인 예술가였다.

 

” 예술품이란 색을 칠하고 구성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선택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의사 뒤무셸의 초상

100.3×65.7cm, 캔버스에 유채, 1910
Philadelphia Museum of Art: The Louise and Walter Arensberg Collection, 1950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예술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는 이 질문은 자동적으로 한 사람을 소환한다. 변기를 예술로 둔갑시킨 예술계의 이단아 마르셀 뒤샹이다. 젊은 시절, 뒤샹은 상징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좋아했다. 쥘리앙 아카데미에 들어가지만 공부보 다는 캐리커처를 그리거나 자신의 지성을 시험할 수 있는 게임을 하며 보내는 것을 즐겼다. 때로는 자신의 캐리커처 작품에 익살스러운 요소를 첨가해 예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뒤샹의 작품과 삶의 패턴은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하는 일종의 법칙처럼 굳어졌다. 뒤샹은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를 ‘입체주의 앵데팡당전’에 출품했다가 주최 측으로부터 작품을 도로 가져가달라는 모욕을 경험한다. 소위 아방 가르드 미술가라 자처하는 이들의 폐쇄성에 실망한 그는 이런저런 규칙들에 제약받고 끌려다니는 것에 신물을 내고 ‘레디메이드’로 미술 작품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뒤엎는 시도를 한다. 예술가가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진부하거나 대량생산된 물건도 얼마든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뒤샹은 관습적인 미의 기준을 무시하고 미술 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문 첫 레디메이드 작품 <자전거 바퀴>를 선보인다. 그의 가장 악명 높은 작품은 뉴욕에서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파문과 스캔들을 일으킨 남성 소변기 <샘>이었다. 그는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변기를 떼어다 ‘리처드 머트(R.MUTT)’라는 이름으로 사인하고, 작품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고 혹평했으나 개중에는 그의 문제의식에 공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술에서 인습을 타파하려는 그의 접근 방식은 다다이즘에 영향을 미쳤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 2

147×89.2cm, 캔버스에 유채, 1912
Philadelphia Museum of Art: The Louise and Walter Arensberg Collection, 1950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1920년대에 뒤샹은 체스 게임에 빠져서 작품 활동을 중단할 정도였다. 그는 세계적인 체스 선수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그의 이미지는 ‘미술계의 문제아’일 뿐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섬광처럼 뒤샹이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뒤샹은 입체주의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뿐 아니라 팝아트와 개념미술, 미니멀리즘에도 영감을 주었으며, 나아가 다음 세대의 미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전시기간 내내 칸막이 뒤에 처박혀 폐기될 운명에 처한 <샘>에 분노한 뒤샹은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공개장’에서 이렇게 썼다. “예술품이란 색을 칠하고 구성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선택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혁명에 가까운 예술의 정의. 마르셀 뒤샹과 그의 작품 <샘>은 현대미술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30.5×38.1×45.7cm, 자기(磁器) 소변기, 1950(1917년 원본의 복제품)
Philadelphia Museum of Art: 125th Anniversary Acquisition.
Gift (by exchange) of Mrs. Herbert Cameron Morris, 1998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안과의사 목격자>와 뒤샹

21×15.9cm, 젤라틴 실버 프린트, 1967, 리처드 해밀턴 作
Philadelphia Museum of Art, Library and Archives: Gift of Jacqueline, Paul and Peter Matisse in memory of their mother Alexina Duchamp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 <마르셀 뒤샹>이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의 공동 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펼쳐진다. 마르셀 뒤샹의 삶과 예술을 집중 조명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표작인 <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 등 회화와 드로잉, 조각, 아카이브 자료 등 총 1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2018년 12월 22일 ~2019년 4월 7일|4000원|서울 종로구 삼청로 30|02-3701-9500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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