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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
전세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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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
전세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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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숨은 주인공, 전세가격을 들여다보다.


📌전형진
한국경제의 프리미엄 부동산 브랜드 ‘집코노미’의 아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승 전망과 하락 전망이 비등비등했지만 이젠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가격의 낙폭도 크지만 중요한 건 기울기인데요, 지난 한 해의 집값 변동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가파르게 가격이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거의 하락장과는 다른 지표를 한 가지 확인했습니다. 바로 전세가격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하락기엔 전세가격이 오르는 게 공식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고, 그만큼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세가격은 수요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공급량도 중요하죠. 여기서 공급량이란 입주 물량, 즉 새로 지어져 시중에 전세로 나올 수 있는 집의 숫자입니다. 매매가격도 입주 물량의 영향을 받지만 전세가격은 특히 예민하게 움직입니다. 현재의 가치만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매매가격은 그 집을 소유함으로써 미래에 누릴 수 있는 장래의 가치까지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입주 물량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전세가격은 그 집에 2년 동안 주거하는데 드는 비용 그 자체일 뿐입니다.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는 건 주변에 대안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그만큼 전세가격이 떨어지게 되는 원리죠.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수급이 절대적이란 의미입니다.


그래서 전세가격은 지역별 입주 물량에 따른 개별성이 굉장히 강합니다. 아무리 하락기여도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은 전세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외려 떨어지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입주 물량만 계산해도 특정 지역의 전세가격 흐름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에는 전세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한 가지 늘었습니다. 바로 기준금리입니다. 2017년을 전후해서 정책자금 등 전세자금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요,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 49조원 규모였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171조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이 수치는 그만큼 금리변동에 취약해진 임차인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금리 시기엔 전세대출 이자를 내고 사는 게 저렴한 월세에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중금리 시기로 접어드니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전세대출 대부분이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이같은 금리변동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 같은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KB국민은행 집계 기준으로 2021년 12.01%를 나타냈던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3.84%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집계한 수치로는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전년 대비 변동폭을 따져 보면 역대 가장 큰 수준이죠.


연도별 전셋값 움직임을 선으로 그려보면 지난해는 벼랑에서 바위가 떨어지듯 수직 낙하하는 그래프가 됩니다. 그런데 이 그래프의 위아래를 뒤집어보면 금리 변동 그래프와 일치합니다. 금리가 내려가던 시기엔 전세가격이 야금야금 올랐고, 반대로 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에 접어들자 전셋값이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죠. 전셋값이 ‘금리 인버스’가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의 충격적인 폭락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전세가격이 금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전세가격을 예측하기 위해 입주 물량뿐만 아니라 금리의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죠.


일러스트 이새


당장 올해는 어떨까요. 우선 기준금리는 아직 정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죠. 전세대출 차주, 즉 세입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당분간은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입주 물량은 어떨까요. 부동산 R114가 집계한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 가구입니다. 지난해(33만 가구)는 물론 2021년(28만 가구)과 비교해도 늘어난 수치죠. 금리는 오르는데 입주 물량이 증가한다는 건,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지역별 편차가 있겠으나 전국적인 시황을 따졌을 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전세가격이 떨어질 때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집주인입니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상환할 돈이 없기 때문이죠. 원래는 세입자가 냈던 보증금을 갖고 있다 돌려줘야 하지만 보통은 이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사용합니다. 다음에 들어오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상환하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 같은 가정은 전세가격이 늘 오르는 상황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전세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질 땐 차액만큼을 집주인이 구해 보충해야 하는 것이죠. 이게 바로 역전세입니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역전세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급 측면에서의 부담뿐 아니라 2년 전 비정상적으로 올려받았던 보증금 때문입니다.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자 많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새로 받으면서 임대료를 확 올렸는데요, 2021년 전세가격 변동률이 12.01%로 기록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당시 보증금을 올려받았던 세입자들의 만기가 올해 줄줄이 다가옵니다. 수억 원씩 떨어진 전세가격을 아무렇지 않게 돌려줄 수 있는 집주인이 얼마나 될까요.


정부가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서둘러 해제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규제를 푼다고 해서 모든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이렇게 궁지에 몰린 임대인들의 집은 시차를 두고 경매시장에 나오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경매시장에 물건이 쌓인다는 건 매매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 임차인들의 피해는 많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돼 있기도 합니다. 결국 전세가격 움직임이 부동산시장의 많은 부분에서 분위기와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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