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청룡의 해
목포에서 나는 꿈

기본 정보
상품명 청룡의 해
목포에서 나는 꿈
상품요약정보 COVER STORY
EDITOR 정상미
PHOTO 이효태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가 함께이기 때문이지. 역시 포기보다 인내가 옳았다고 고개 끄덕이게 되는 곳, 여기는 높고 낮은 목포의 고하도.




일정한 흐름으로 출렁이는 쪽빛 바다. 윤슬 반짝이는 파도에 겨울 철새 두 마리가 몸을 맡긴 채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 크고 넓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가 둘은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가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파도가 닿은 머리를 흔들며 하염없이 나아갈 뿐이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때 첫 번째 행선지였던 고하도
섬의 형상이 바다로 나아가는 용을 닮았다하여 ‘용섬’, 보물이 숨겨 있다고 하여 ‘보화도’로도 불린다


용섬, 고하도에 가면
무릇 삶이란,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일이 전 과정일진대 어느 순간 혼자서만 잘 살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등에 기대어 체온을 나누고, 기꺼이 안부를 묻는 일. 때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그에게 ‘저 모퉁이를 돌면 네가 찾는 길이 있을 거야’ 꺾인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기도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소명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목포항에서 1.2㎞ 거리에 면적 2.35㎢, 해안선 길이 10.7㎞의 작은 섬이 있다. 마냥 사랑스럽고, 한편으로는 경이로운 겨울 철새의 뒷모습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의 이름은 고하도.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때 첫 번째 행선지였던 고하도는 섬의 형상이 바다로 나아가는 용을 닮았다 하여 ‘용섬’,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하여 ‘보화도’로도 불린다. 


해안동굴탐방로 저편으로 보이는 목포 원도심의 다순구미 마을

목포 유달산, 유달유원지, 목포항 등에서 직선거리에 위치하는 고하도는 일몰 무렵이면 길고 긴 고하도 해상데크(Deck)에 조명이 켜지며 목포를 찾은 이들의 호기심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 2012년 개통한 목포대교를 따라 수 분이면 도착하고,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왕복 40여 분 거리로 쉽게 오갈 수 있으니 목포에 왔다면 꼭 들러봄직하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그 안에 보석 같은 명소들이 알알이 박혀 하루를 온전히 고하도에서 보내도 부족하지 않다. 여행의 한때를 잠시나마 붙잡아둘 수 있는 고하도 해상데크는 바닷길과 숲길이 골고루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로 목포해상케이블카 고하도스테이션 - 용오름 둘레숲길(경사형 엘리베이터) - 고하도 전망대 - 고하도 해상데크로 여정이 이뤄진다. 


판옥선을 형상화한 고하도 전망대

바닷길과 숲길을 걸어요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탑승하지 않았다면 고하도스테이션 공용 주차장부터 걷기 여정이 시작된다. 고하도스테이션 오른편에는 용오름 둘레숲길에 오르는 나무 계단이 촘촘하다. 용오름 둘레숲길에 오르면 오른편으로 바다, 우리가 건너왔던 유달산이 이제는 반대 방향에 직선거리로 보인다. 사람들을 가득 태운 유람선도 북항에 정박한 채 또 다른 바닷길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전망이 펼쳐지는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채 유유히 걸음을 옮기면, 높이 24m에 달하는 특별한 형태의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하도와 깊은 인연을 지닌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을 형상화한 고하도 전망대다. 정상에 오르자 바다 위에 긴 띠를 두른 고하도 해상데크부터 목포대교, 유달산, 현대삼호중공업, 목포신항만, 신안의 섬까지 서남해안권 수문장으로 불리는 목포의 위용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고하도 전망대에서 목포항, 목포대교, 원도심 일대의 풍경을 감상한다


영광과 상처 모두 끌어안은 채
고하도 전망대와 연결된 데크길은 양갈래로 왼쪽은 용머리탐방로(931m), 오른쪽은 해안동굴탐방로(768m)다. 고하도의 지형이 용을 닮았다는 것은 용머리탐방로라는 이름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용의 머리를 향해 가는 탐방로 끝자락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용머리 포토존이 자리하고, 해안동굴탐방로 끝자락에는 일제강점기에 군사 작전용으로 만든 인공(진지) 동굴이 남아 영광과 상처로 얼룩진 역사를 비춘다.


고하도 해상데크 끝자락에서 만나는 해안(진지)동굴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상데크를 걷는다. 수없이 파도가 닿은 해안가 암벽은 작자 미상의 작품이 되어 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20여 분이 지났을까, 짙푸른 바다에 면류관처럼 드리워진 목포대교가 성큼 드러난다. 그 아래에는 황금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이 태양빛을 받아 광채가 난다. 용머리 조형물 뒷길은 용오름 둘레숲길과 이어져 해상데크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용머리탐방로에서 만날 수 있는 용머리 조형물과 이순신 장군 동상

이순신 장군과 고하도
고하도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응축된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기백이 서려 있는 자랑스러운 고하도이충무공유적, 일제의 패망이 짙게 드리워졌던 때의 진지동굴, 목포의 자랑이자 수탈의 상징인 김, 쌀, 소금, 목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뺏기지 않은 민족의 얼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고하도이충무공유적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서북풍을 막아주고, 전선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하다. 섬 안을 둘러보니 지형이 대단히 좋다. 그래서 머물기로 했다”라고 고하도를 기록했다. 고하도 선착장에서 약 200m 떨어진 당산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고하도이충 무 공 유적(高下島李忠武公遺蹟)이 자리한다.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은 고하도에 머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영산강 입구에 위치한 고하도는 병력 보충과 군량 조달이 이로웠고, 전선을 건조할 목재가 풍부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고하도에 머물며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았다.
모충각의 비문에 당시의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은 1597년(선조 30)에서 1598년(선조 31)까지 108일간 고하도에 머물며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았고, 이후 노량해전에서 일본군을 격파했다. 이를 기념한 고하도이충무공유적의 모충각에는 장군이 고하도를 수군 통제영으로 선정하게 된 경위와 전시 군량미의 중요성이 기록된 비문이 있다. 1722년(경종 2)에 세워진 비문은 일제강점기 야산에 버려져 있던 것을 광복이 되면서 주민들이 다시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육지면 재배에 성공한 고하도에 조성된 목화체험장

재미와 의미를 찾아, 새로운 목포
일제강점기에 목포는 1흑 3백의 고장으로 불렸다. 1흑은 김, 3백은 각각 쌀, 소금, 면화로 면화의 물동량이 그중 가장 많았는데 이 면화의 산지가 바로 고하도다. 고하도는 1월 평균기온이 1.6℃, 8월 한여름에도 24.9℃로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 특성을 지닌다. 1904년 일본영사 와카마쓰 우사부로(若松兎三郞)는 고하도에 대표적인 목화 품종인 미국 육지면을 시험 재배한다. 고하도의 기후와 토양은 육지면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는 데 꼭 들어맞았다. 목화 하면 목포일 정도로 재배는 성공했고, 수탈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2012년 10월 고하도에는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목화체험장이 문을 열었다. 총 2만8000㎡ 규모로 조성한 목화체험장은 목화문화관, 유리온실의 주요 건물과 함께 목화조형물, 야외 목화밭, 대규모 어린이 놀이시설과 실외정원을 갖추고 있다. 지난 역사의 그림자와 우리가 그려야 할 내일의 모습까지 목화체험장 곳곳을 둘러보며 상기해본다. 어린 자녀와 함께 고하도를 방문했다면 목화체험장과 함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도 꼭 들러보자. 한반도를 비롯해 호남 섬 연안에 분포하는 생물에 대한 이해를 다채로운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고하도에서 목화체험장과 함께 가보면 좋을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1897년 10월 1일 개항한 목포는 호남 제1의 항구도시로서 명성을 쌓았다. 수많은 만남이 목포에서 이뤄졌고, 청춘들은 목포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아 꿈을 꾸었다. 오늘날의 목포는 그때의 목포처럼 재미와 의미를 찾아 떠나온 이들로 점차 새로워지고 있다. SRT목포역에서 도보 5분이면 친구처럼 정다운 부부가 운영하는 구보스테이에 도착한다. 


목포에서 새 날을 시작한 구보스테이

오랜 서울살이를 접고 목포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부부의 이야기는 퍽 흥미롭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손끝부터 마음 저쪽까지 온기가 들어찬다. 이 부부처럼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거나 관심이 있다면, 우선 그 지역에서 한 달 살기를 추천한다. 유난히 나랑 합이 맞는 골목의 분위기, 거리, 소통하게 될 주민들의 표정까지도 남다르게 다가오는 곳이 있을 것이다. 구보스테이는 만남의 도시를 상징하듯 수많은 여관(장)이 모여 있는 원도심 한복판에 북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축물이 목포근대역사관 1관

목포원도심은 걸어 다니며 마주해야 더욱 진한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무대가 된 골목길, 건축물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 서로 연결되어 있어 걷다 보면 마주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서 일직선으로 500m 거리에는 정미소와 기름을 짜던 공장 등 근대건축물 9동을 복원한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근대건축물 9동을 복원해 새롭게 문을 연 목포 원도심의 송자르트

복원에만 10여 년이 걸릴 정도로 공들인 송자르트는 하나의 테마파크로 봐도 무관할 만큼 규모와 분위기가 남다르다. 각 건축물은 원래의 쓰임과 원형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크게 6곳의 공간으로 구성해 오랜 세월 사장님 부부가 수집한 크고 작은 소품들로 채웠다. 베이커리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운영하는 송자르트에서 다시 7분을 걸어 나가면 목포는 항구다, 드넓은 바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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