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전발 0시 50분 기차
출발합니다

기본 정보
상품명 대전발 0시 50분 기차
출발합니다
상품요약정보 COVER STORY
EDITOR 정상미
PHOTO 이효태
선택할 수 있다면, 과거와 현재, 미래. 어느 시간에 머물 것인가. 미련이 남는 어제? 뜨거운 오늘? 궁금한 내일? 자, 지금부터 시간 여행을 떠난다.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 원도심 

 
“나때는 말이야. 무조건 완행열차였어. 시간은 오래 걸려도 낭만이 있었지. 조용필이 리메이크해 부른 명곡, ‘대전 블루스’ 노랫말에도 등장하잖아.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 분~ (중략) 아~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낭만의 ‘대전 블루스’에 젖어 떠나는 시간 여행
‘완행’은 사전적으로 느리게 감을 뜻한다. 일정한 구간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운행하면서 승객이 원하는 곳마다 서는 교통수단도 해당한다. 특급열차에 비해 타고 내릴 때도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을 것이고, 차창 밖의 풍경도 시선 속에 좀 더 오래 머물 터. 대전발 0시 50분 기차 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무엇을 마음에 담았을까? 자정이 한참 지난 뒤 떠나는 마지막 열차를 탔을 그들의 표정이 궁금하다. 대전역은 1904년 처음 문을 열었다. 1918년 한 차례 증·개축 을 거쳐 1928년 현 자리에 세운 신역사는 두 개의 둥근 돔과 원형 시계가 설치된 서양 중세풍 건물로 고고한 멋을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6·25전쟁의 포화 속에 파괴돼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전역은 만남의 장소이자, 우리나라 교통의 중심지다. ‘중도’로 불리는 대전 아닌가! 대전역 앞에는 이를 상징하는 꽃시계가 놓였고, 바로 옆에는 군인도, 여행객도 앞다퉈 인증사진을 남기는 포토존도 눈에 띈다. 


대전 0시 축제의 시작은 대전역에서, 노란 포토존에서 인증샷 남기기  


TIME TRAVEL DAEJEON
대전역 -> 한의약특화거리 -> 대전중앙시장 -> 대전아트시네마 -> 성심당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스카이로드) ->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

대전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만나고 헤어졌으니 구구절절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터. 8월에는 대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비추는 시간 여행 대축제가 열린다. 그 이름도 흥미로운 ‘대전 0시 축제’. 도심 곳곳에 플래카드가 나부껴 현장은 일찍부터 축제 분위기로 후끈하다. 8월 11일부터 17일, 축제 기간에는 대전역부터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까지 1k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그 자체로 대대적인 무대가 된다.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매일 오후 2시부터 자정 사이 잠자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퍼레이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 파티, 길거리 문화예술 공연, 육·해·공군 군악대의 마칭밴드 공연, 가요 ‘대전 블루스’를 소재로 한 창작가요제와 플래시몹, 미디어파사드로 황홀한 빛의 거리까지 대전의 여름밤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고 화려할 것이다. 

대전중앙시장과 연결된 한의약특화거리

미리 축제의 현장을 방문한 기자는 시간 여행의 흐름대로 대전 원도심을 탐험했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대전발 0시 50분 기차를 탄 듯, 한의약 특화거리에서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을 만났고,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도시, 대전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자, 대전역까지는 빠르고 편리한 SRT가 모십니다. 내려서는 이곳저곳 도보 여행이 가능하니 따라만 오세요.”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는 대전 약령시의 기운 

대전을 여러 번 왔지만 그동안 몰랐던 낯선 곳을 발견했다. 대전역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나 타나는 한의약특화거리다. 흔히 약방거리로 불린다. 골목 어귀에만 들어서도 진한 한약 냄새가 코끝에 맴도니 내가 맞게 왔는지 염려할 필요도 없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에는 광명한약방, 고명한의원, 동인당 한약방, 미송약방앗간, 고려한의원, 대전한의원, 원일당건재 한약, 중도약방앗간, 백제당한약국, 대보건강원, 경동건재한약방… 등의 간판들이 빼곡하다. 동네마다 한두 개 있는 것을 넘어 한 거리에 한의약 관련 업종들이 밀집해 있으니 참 진귀한 풍경이다. “여기가 어떤 거리냐고요?” 눈이 똥그래져 질문하는 기자에게 경동건재한약방 사장님이 반문하며 책 한권을 선물했다. 이 책을 보면 약방거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지난해 3월 발행된 <대전 한의약 거리 어제, 그리고 오늘>은 3명의 저자가 약방거리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조사하고, 그 자체로 역사의 증인인 터줏대감 사장님들을 인터뷰해 한의약 특화거리를 집중 조명한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책 은 대전 약령시의 역사가 1914년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대전역이 급부상하며 자연스럽게 공주에서 대전으로 약령시가 이동하게 됐다는 당시 신문 기록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 약방거리에는 3대째 가업을 잇는 곳도 적지 않다. 책을 들고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니 백제당한약국사장님이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신다. “한약재를 도소매하는 상인들이 대전역에서 금산으로 인삼을 유통하러 이동해 근방에 여인숙이며 칼국수 집도 많이 생겨났죠. 50대가 넘은 분들에게는 여기가 향수어린 거리예요.” 어쩌면 대전 칼국수의 역사는 약방거리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백제당한약국

백제당한약국은 1대 사장님의 두 아들이 각각 한의원과 한약도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형 사장님의 자녀들도 그 명맥을 잇는 중이라고. “사장님, 약방앗간이 뭐예요?” 정겹고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이다. “제분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를 들어 인삼이나 마, 약초들을 말려오면 약방앗간에서 분말이나 환으로 만들어주는 거죠. 한의원은 의료기관으로서 진료도 보고 치료도 하고 한약도 추출하죠. 한약방이나 한약국은 한약을 조제하고 추출하는 곳, 한약건강원은 약재를 달여주고, 한약도매업소는 한약 제품을 유통하죠.”


약령시 대전의 기운찬 역사를 만나는 한의약특화거리

몸이 아프면 병원 가서 진료 보고 약 짓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대전의 한의약특화거리에서는 한방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쉽고 편하게 이뤄진다. 굳이 약을 짓지 않아도 그 자체로 정겹고 멋스러운 이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진하고 깊은 한약 냄새도 맡고, 골목 명물 칼국수도 맛본다. 한의약특화거리는 대전중앙시장과 바로 연결되어 뚜벅이 여행자에게 최적의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영화 보고 쇼핑할까, 시장 구경하고 빵 살까?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하나인 중앙시장은 2000여 점포가 영업하고 있는 곳이다. 대도심 한복판에 이러한 규모의 시장이 어디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구경할 것이 차고 넘친다. 아케이드 천장 위에는 대전역을 모티브로 이정표를 달았는데 잡화도매역, 먹자역, 양키역, 생선골목역, 원단·홈커텐역 등으로 시장의 규모와 특색을 드러낸다. 



2000여 점포가 영업하는 대전중앙시장

시장은 대전역 1번 출구에서 140m 거리니 시장 구경을 제일 먼저 해도 좋겠다. 가게에는 갓 튀긴 통닭과 각종 전에 싱싱한 제철 과일, 당장에 필요치 않은데도 발길을 멈춰 세우는 색색의 홈웨어, 메이드 인 코리아 신발 이 줄 맞춰 객을 유혹한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는 시장 한쪽의 노포에서 머릿고기와 소주 한 잔 기울이면 여행 고수의 기운을 풍길 것만 같다. 

대전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대전역 사이를 흐르는 대전천

먹자역 밖으로 나오면 대전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대전역 사이를 흐르는 대전천이 보인다. 시원한 물에 발을 발목까지 담그고 한낮의 더위를 피하는 어른들,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물줄기를 쏘아올리는 분수까지 대전의 일상이 정겹다. 목척교 오른쪽 방향에는 대전아트시네마가 자리한다. 오래된 상가 건물 3층에 자리해 못 보고 지나쳤더니 거리의 상인분이 길을 안내한다. “내가 여기서만 30년 있었거든. 물어만 봐요.” 한의약특화거리에서도 느꼈지만, 여행객에게 한없이 친절한 대전 시민들이다. 낯선 길이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물어보시라. 

빈티지한 매력을 풍기는 소극장, 대전아트시네마

이런 곳에 극장이? 하는 마음으로 좁다란 계단을 따라 올라갔더니 그 자체로 빈티지한 매력을 풍기는 소극장이 나타난다. 약 100석의 상영관에서는 흔히 만날 수 없는 예술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장 예매는 물론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고, 운영진에 따르면 대덕구의 소소아트시네마도 못지않게 멋스럽다고. 대전에서 남다른 여행 경험을 하고 싶다면 두 곳 모두 참고하시길!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일대에 설치된 스카이로드

대전천의 목척교를 건너면 젊은이의 양지, 아니 젊은이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로 이어진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자니 눈앞에 멋스러운 건물이 자태를 드러낸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사진 자료로 마주한, 지금은 볼 수 없는 대전역 신역사와 분위기가 닮은 것 같다. 붉은 벽돌로 치장한 건물은 성심당 케익부띠끄,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성심당 본점 건물이 나타난다. 비가 오는 날에도 젊은이들 손마다 묵직하게 들려 있는 그 빵 봉투의 근원지다. 


성심당부띠끄, 본점, 성심밀방앗간 등이 자리한 성심당 거리 일대

대전역 광장에서 밀가루 2포대로 시작한 성심당의 전설 같은 역사는 1956년부터 시작된다. ‘빵순이’에 ‘빵지순례’라 는 신조어가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빵을 사랑하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고, 그만큼 사람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입맛은 까다로워졌다. 성심당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지며 오랜 역사도 지켜왔지만, 과거와 현재의 명성을 잇는 새로운 제품과 저마다의 취향을 저격하는 맛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대전으로 불러모은다. 빵순이 중 한 명인 기자가 한마디 덧붙이자면, 재료에 진심, 맛에 진심, 가격 착함, 하여 감사하다. 성심당을 비롯해 트렌디한 패션 매장이 밀집한 으능정이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성심당 본점

일몰 무렵에는 거리 한복판의 스카이로드(LED 영상아케이드 구조물)에 대전 0시 축제 등 관광 이슈부터 계절과 시간별 다채로운 영상물이 거리를 수놓고, 목척교를 사이로 달 조형물과 야경의 대전천도 낭만을 드러낸다. 시간 여행의 종착지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이다. 1932년 건립된 이곳은 옛 충남도청사 본관으로 대전에 현존하는 근대 관청 건물 중 제일 오래되었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오늘날은 대전의 독립운동사, 지리적 특성, 교통의 메카로서 도시, 대전을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전시물을 만날 수 있으며 건축미 또한 뛰어나 다양한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졌다. 높은 층고에 둥근 조명, 곡선 모양의 기둥과 독특한 몰딩, 바닥의 촘촘한 타일까지 곳곳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축제 기간에는 일대에 미디어아트가 진행되어 밤의 모습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KEYWORD 대전, 대전0시축제, 대전원도심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