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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의 기쁨과 슬픔

기본 정보
상품명 규제 완화의 기쁨과 슬픔
상품요약정보 경제 인사이트
전방위적 부동산 규제 완화가 불러오는 나비효과. 

📌전형진
한국경제의 프리미엄 부동산 브랜드 ‘집코노미’의 아들



부동산시장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효과겠죠. 막혔던 거래가 슬슬 재개되더니 일부 지역은 집값이 다시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간 부동산 가격을 짓누르던 금융시장 환경도 변화가 큽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DSR 빼고 다 풀었다
3월을 기점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비율 (DSR) 빼고 거의 다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도가 상향된 것은 물론 대출을 받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들도 대부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같은 ‘빚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 이들도 많습니다.

우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같은 규제지역에서도 다주택자의 대출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엔 은행에서 아예 돈을 빌릴 수 없었지만 이젠 30%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죠. 임대사업자와 매매사업자 또한 지역에 따라 집값의 30~60%를 대출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서민과 실수요자 기준을 충족하면 상향된 LTV를 적용받을 수 있긴 했지만, 금액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해왔었죠. 그런데 이 한도마저 없어졌습니다.

사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한 건 임차보증금과 관련이 깊습니다. 전셋값이 떨어지자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대출을 풀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없앤 게이 같은 맥락이죠. 원래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대출이더라도 집값이 15억 원을 넘는다면 2억 원의 한도만 책정되는 등의 조건이 있었지만 모두 없어졌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전세자금대출인데요, 그동안은 집을 가진 사람이 전세대출을 일으키는 게 어려웠습니다. 다주택자는 원천적으로 전세대출이 막히고, 1주택자여도 부부합산 소득과 기존 주택의 소재지, 가격 등을 따져서 제한했습니다. 이미 집이 있는데 뭐 하러 전셋집이 또 필요하냐는 이유에서였죠. 2019년 ‘12·16 대책’부터 3년가량 이어진 규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다주택자는 여전히 제한돼 있고 1주택자에 한해서입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게 아니라면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본인 소유 집을 전세로 주고 더 넓은 집에 전세로 들어가거나, 전세로 사는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매해놓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1주택자들의 운신 폭이 넓어진 것은 다행입니다.




금리까지 내려갈까
부동산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금리의 방향성이 바뀔 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일입니다. SVB와 한국 부동산의 연관성을 쉽게 떠올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금리라는 사슬로 엮여 있습니다. SVB 사태로 인한 미 중앙은행(Fed)의 결정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좌우하는 식으로 말이죠.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SVB 사태 이후론 금리 동결을 내다보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금리인상기의 상단이 어쩌면 현재 수준인 연 3.50%가 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습니다. 청약경쟁률이 오르고 일부 지역 매매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가 주는 신호는 큽니다. 특히 ‘앞으로 더 올리기는 힘들다’는 메시지의 힘은 강력합니다. 완화된 규제에 맞춰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에겐 구원인 셈이죠. 앞으로 주택 매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하게 따져봐야 하는 건 전세가격의 움직임입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일시적인 집값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여기서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전세가격 때문입니다. 매매가격이 오르더라도 전세가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결국 다시 떨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격을 줄곧 끌어내렸던 원인은 어떤 것이었나요. 공급이 아니라 금리였습니다.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금리변동에 취약해진 것이죠. 이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멈추거나 오히려 금리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다면 전셋값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물론 금리가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닙니다. 혹여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여전히 물가가 높고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부동산만 호경기를 보이긴 어렵다는 분석도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집을 사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순 있지만 직장이 없어질 수도 있는 셈이죠. 분명한 건 지난 1년 새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고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는 점입니다. 다시 풍향을 가늠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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