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순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화장품
드렁크엘리펀트

기본 정보
상품명 순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화장품
드렁크엘리펀트
상품요약정보 브랜드 인사이트
‘클린뷰티’를 지향하는 드렁크엘리펀트

📌김동훈(서양고전학자)
인문학의 서사를 담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이상가


‘클린뷰티’란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화장품을 뜻한다. 주로 유기농과 자연, 비건 등의 성분으로 화장품이 제조된다. 이는 최근 지속 가능한 환경과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 화장품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가치소비를 즐기는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개념을 뷰티 시장에 처음으로 자리 잡게 한 회사는 드렁크엘리펀트다. 그런데 화장품의 브랜드가 ‘술 취한 코끼리(Drunk Elephant)’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술에 취하면 알코올을 분해하려고 수분이 빠져 피부에 나쁠 뿐만 아니라 코끼리의 피부가 좋은 피부 이미지와는 전혀 상극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이 브랜드명으로 정해진 사연은 이렇다.


창업자 티파니 마스터슨은 어느 날아프리카의 코끼리가 마룰라 열매를 먹고 나면 술 취한 듯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마룰라 오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 오일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소량의 물만으로도 나무가 생존할 수 있는 생명력, 항산화 반응, 활성화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풍부했다. 피부 관리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즉 브랜드 이름에는 천연 성분을 중히 여기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의심스럽다면 배제하라-서스피셔스 6
피부가 민감하던 마스터슨은 걸핏하면 생기는 피부 트러블 등 온갖 피부 고민을 안고 살아왔다. 이런 예민한 피부를 관리하려고 수많은 화장품을 사용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면서 화장품 성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스터슨은 우연한 기회에 말레이시아산 고급 비누를 미국에 유통하면서 자신도 사용했다. 피부는 당장에 진정되었고 깨끗해졌다. 그녀는 당장 비누 회사에 비결을 물었지만 기밀 유지 때문에 성분을 알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마스터슨은 화장품 성분에 대해 공부에 나섰다. 결국 비누 성분을 알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효과가 빠른 대신 피부염을 발생시킬 위험을 가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그 비누를 유통시킬 수 없었다.


마스터슨이 피부에 안 좋은 성분을 하나둘 가려내기 시작하자 화장품에 있어서는 안 될 여섯 가지 성분이 선별되었다. 이 성분들을 피부 관리, 그러니까 클렌징, 스킨 토너, 스킨 에센스, 각질 제거, 크림 등의 스킨케어 루틴에서 제거했더니 피부가 깨끗하고 건강하며 유분과 수분도 균형 잡힌 상태로 돌아왔다. 피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의심되었던 성분들은 에센셜 오일, 실리콘, 화학 자외선 차단제, 계면활성제(SLS), 향료 및 염료, 드라잉 알코올이었다.


향료는 화장품에 좋은 향을 만들고 염료는 색을 예쁘게 하지만 피부에 자극적이었다. 실리콘은 피부의 촉감을 좋게 하지만 활성성분 흡수를 막고 피부 건조를 유발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성분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을 시중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마스터슨이 직접 화장품 제조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





화장품 제조에 있어서 마스터슨은 유해하다고 판명된 ‘의심스러운 6가지’ 성분을 ‘서스피셔스 6(suspicious six)’이라 이름 붙이고 자신이 만드는 화장품의 성분에서 배제함을 원칙으로 했다. 탐정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의심을 받는 범인을 천연덕스럽게 지칭하는 듯 “의심이 든다면 배제한다(If there’s any DOUBT it’s OUT)”는 광고 문안은 ‘술 취한 코끼리’라는 브랜드명과 함께 고객들에게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건강한 피부를 회복하려면 이 여섯 가지 성분을 화장품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서 드렁크엘리펀트의 브랜드 파워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마스터스는 화장품 업계의 통념을 깨는 아주 단순하고 순수한 이론을 세웠다. 즉 ‘피부가 예민한 것은 선천적이기보다는 화장품 성분 때문이다’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예민한 채 태어났다기보다는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안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민감한 피부도 그와 마찬가지다. 민감성 피부를 갖고 태어나서 피부 트러블이 있다기보다는 자극적이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을 사용해서 피부가 예민하게 된 것이다.


이런 순수하고 단순한 진리를 바탕으로 드렁크엘리펀트는 자사의 화장품 제품을 피부 타입별로 절대 나누지 않았다. 또한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성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동물성 성분이 전혀 없는 12가지 비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드렁크엘리펀트의 제품 라인에는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한 클렌저, 토너, 세럼, 마스크, 아이크림, 모이스처라이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드렁크엘리펀트는 2019년 10월 시세이도 그룹에 1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되고 창업자 마스터슨이 여전히 이브랜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유지되고 있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피부에 대한 가치관은 드렁크엘리펀트, 서스피셔스 6, 클린뷰티라는 단어들을 통해 드러난다.


‘술 취한 코끼리’라는 브랜드명의 호기심 유발과 함께 ‘의심스러운 여섯 가지’ 배제 원칙, 피부는 선천적으로 건강하다는 진리를 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명명들이 재미있는 것만큼 반전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거기서 도달하게 되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감탄의 코드는 간단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전혀 사소한 것이 아닌 진실, ‘궁금하게 하라, 의심이 든다면 배제하라, 단순한 진리를 가지라.’ 피부에 해롭다고 의심되는 성분들만 제외해도 피부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접근법이 브랜드의 가치를 올렸다.
아마도 이렇게 산다면 우리도 명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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