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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확장한다
CES 2023의 새로운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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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혁신이 확장한다
CES 2023의 새로운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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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에서 등장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혁신적 기술들.

📌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과학과 공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게 고찰하는 것을 즐기는 남자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개최된다. CES는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최신 기술과 동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다. ICT 분야의 최신 동향은 경계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동차, 이동통신 기술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고객과 미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한다.


올해 CES의 주요 화두는 탈중앙화와 모빌리티였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등 ‘웹 3.0’이 주요 주제로 등장했고, 모빌리티라는 관점에서 자동차 관련 기업이 300여 개나 참석해 글로벌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TV가 주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CES 2023에서 주목받은 신기술 대부분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혁신이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과정으로 새로운 미래 기술을 제시해서다. 내장 기술 분야에서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SK온의 ‘SF(Super Fast)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SF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기술 중 가장 빠른 충전 속도를 발휘한다. 니켈 함량 83% 이하인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로 약 18분 만에 배터리 전체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급속충전은 충전 시 음극 저항을 얼마나 낮추는지가 핵심 기술이다. SK온은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특수 코팅 공법과 함께 셀 저항을 발생시키는 접착제를 최소화하는 공정을 새롭게 개발했다. 급속충전과 배터리 수명 유지라는 상대적인 한계도 극복했다. 배터리는 급속충전 기간이 늘어날수록 사용(방전) 가능 횟수가 줄어든다. 반면 SF 배터리는 급속충전만으로도 일반 배터리와 비슷한 라이프사이클(충·방전)을 실현한다. 해당 배터리 기술은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을 통해 제품으로 출시되어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


급속충전 배터리 기술은 우리 삶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컨대 전기차 보급률을 지금보다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미래 전기차의 완성도는 결국 ‘얼마나 멀리 가는지’뿐만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10분 이하로 배터리 완전 충전이 가능해진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재급유만큼이나 편의성이 증가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 분야에 특히 진심을 담은 것은 LG전자였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여서 만든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았다. 천장에서 시작돼 마치 파도처럼 휘어진 디스플레이 무리가 바닥에서 올라온 디스플레이와 지평선을 만든다. 압도적인 사이즈로 한눈에 모든 화면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태양계, 사하라 사막, 북극 빙하 같은 영상 콘텐츠가 지나가는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났다.


LG 전시 부스에는 투명 텔레비전 ‘올레드 T’가 놀라움을 선사했다. 올레드 T는 기본 패널이 유리처럼 투명해서 반대편이 훤히 보인다. 마치 창문처럼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는 기능성과 함께 증강현실(AR)처럼 투명 화면 전용 콘텐츠와 접목될 것으로 평가받는 미래 가전 기술이다. 패널 전원을 껐을 때는 약간 뿌연 유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원이 들어오면 여느 TV처럼 콘텐츠가 선명하게 보인다. 투명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2년 전 CES에서 공개한 후 소비자 제품 형태로는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가까운 미래에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래핀스퀘어의 친환경 히터 ‘그래핀 라디에이터’도 주목할 기술이었다. 그래핀 라디에이터는 그래핀의 뛰어난 발열성을 이용한 신개념 난방 가전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단층의 평면을 이루는 첨단 나노 소재다. 강철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도도가 좋으며, 전자의 이동 속도가 실리콘의 100배에 이르면서도 유연하고 투명하여 ‘꿈의 신소재’라 불린다.


이 그래핀 구조를 얇은 디스플레이 안에 넣어서, 기계가 작동하는 동안 주변으로 열을 발산한다. 그래핀 라디에이터의 경우 ‘Z’ 모양의 폴더블 구조로 제작돼 접어서 휴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명 디스플레이에 홀로그램 기술을 접목해 모닥불 같은 영상을 실감 나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래핀 히터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코일 방식의 히터보다 최대 3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면서도 전자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이다. 관련 기술을 사용하면 가까운 미래 일반 가정에서도 창문, 거울, 액자 등이 은은하게 열을 발산하며 난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IoT 장비가 점점 늘어나는 과정에서 이들을 체계적이고 쉽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최신 IoT 통신 규격인 매터(Matter)를 지원하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발표했다. 매터 규격을 지원하는 모든 IoT 기계를 특정 브랜드 장비로 일괄 제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의미 있는 기술이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매터 규격 IoT 기계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끝. 스마트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조명, 커튼, 전원 콘센트 등 제품을 단일 앱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 등록된 기기들을 사용자 상황에 맞게 동작하는 루틴 기능으로 편리한 사용도 돕는다. 예컨대 사용자가 취침을 동작으로 설정하면 침실 TV와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닫히는 등 주변에 연결된 IoT 기계가 곧바로 수면 세팅으로 변경되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아웃도어용 텐트에 태양광 발전 패널과 충전 솔루션을 더해 최대 1200W 전력을 자체 공급하는 에너지 솔루션, ‘제커리 라이트 텐드-에어’.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의 ‘이그잭트샷’은 인공지능 기술을 대형 트랙터에 접목한 신기술로 주목받았다. 각종 센서와 온라인 연결 장치를 단트랙터가 스스로 움직이며 텃밭에 비료를 뿌리고 씨앗을 심는다. 하루에 약 15km를 움직이며 최대 3500만 개종자를 심는다니, 혁신적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 지난 몇 년간 CES는 볼거리로 가득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지난 2~3년간은 살짝 주춤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술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관람객 입장에서 CES는 볼거리 가득한 축제다. 반면 기업에게는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이 분야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말처럼, 특정 분야의 선두주자가 혁신이란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동안 후발주자는 선두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간다. 신기술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현상도 이런 배경이 있다. 혁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혁신한다.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빠르게 융합되는 지금, 기술적 진보와 발전은 확장한다는 설명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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