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CATION #3 - LUXURY

오흐부아, 아니 아비앙토!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남프랑스

기본 정보
상품명 오흐부아, 아니 아비앙토!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남프랑스
상품요약정보 VACATION #3 - LUXURY
EDITOR 박소윤
PHOTO Ara Ko
협조 프랑스관광청

프랑스에는 두 가지 작별 인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Au revoir(오흐부아·안녕)’와 재회의 의미를 내포하는 ‘À bientôt(아비앙토)’다.

남프랑스에서 보낸 일주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기며 ‘아비앙토’라 되뇌었다.

“우리 곧, 또 보자!” 







알랭 드 보통은 저서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중략)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꼭 맞는 말이다. 14시간+알파(α)라는 지루한 비행시간과, 가끔은 따뜻하다 못해 따갑게까지 느껴졌던 햇살마저도 미화돼 다시 프랑스에 돌아가고 싶어졌으니.





노란 외벽이 특징인 엑상프로방스의 건물들



VIBE: 엑상프로방스부터 아비뇽까지, 도시마다 다른 멋
 
흔히 ‘남프랑스’로 통칭하는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로 떠난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약 1시간 반이면 프랑스 제3의 도시이자 남프랑스의 중심 마르세유 공항에 닿는다. 뜨거운 태양과 푸른 하늘, 이국적인 분위기 덕에 유럽인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여름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한국과 사뭇 다른 강렬한 햇빛에 눈이 부셨다. 남프랑스를 여행한다면 모자와 선글라스·선크림, 그리고 시원한 생수 한 병은 필수다.
 

엑상프로방스의 낮 전경


걸으면 보이는 도시, 프로방스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프로방스 지방 중에서도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이 도드라지는 도시다. 노란 건물과 푸른 하늘의 대비가 특히 아름다워 홀린 듯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대부분 17~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엑상프로방스 인근의 채석장인 비베무스의 바위로 지어진 덕에 대체로 비슷한 노란빛을 띤다. 4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의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천천히 거닐며 역사와 현대가 만난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심 곳곳에 숨어 있는 분수도 또 다른 볼거리다. ‘Aix’는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데, 이름에 걸맞게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1000여 개의 분수를 찾아볼 수 있다.


웅장한 아비뇽 교황청의 외관


‘교황의 도시’로 불리는 ‘아비뇽(Avignon)’은 중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높은 성벽 안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순간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로마 교황청을 남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한 ‘아비뇽 유수’로 유명한데, 1309~1377년까지 약 70년 동안 총 7대의 교황들이 아비뇽에서 머물렀다. 바티칸에서만 못한 처지가 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 건물의 끝과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웅장하게 지은 아비뇽 교황청의 자태가 이를 증명해준다.
 
아비뇽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non)’. 1947년 교황청 안에서 펼쳐진 연극이 시초가 돼 영화·뮤지컬·춤 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 축제로 발전했다. 페스티벌 기간 교황청 안뜰에는 1947개의 좌석이 설치되는데, 이는 축제가 처음 개최된 해인 1947년을 의미한다. 인구가 10만 명도 되지 않아 비교적 한적한 도시지만, 페스티벌이 열리는 매년 7월이면 도심 전체가 하나의 극장이 된다. 화려하게 단장한 건물들과 활기 넘치는 광장, 북적이는 관광객 덕에 불볕더위도 잠시 잊게 되는 순간이다.



아비뇽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아비뇽 다리 위에서 다 같이 춤추자~ 동그라미 그리며.” 아비뇽 시청사가 자리한 메인 광장이자 도심의 중심인 오를로주 광장을 지나면 ‘아비뇽 다리 위에서’라는 민요로 널리 알려진 아비뇽 다리를 만날 수 있다. 론강 위에 지어진 이 다리에는 12세기 무렵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신의 계시를 듣고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와 ‘성 베네제교’라 불리기도 한다. 로세 데 돔 전망대에 오르면 아비뇽 다리를 비롯해 인근 소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도보 투어가 힘들다면 미니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아비뇽 시내 주요 관광지를 도는 코스로, 약 45분이 소요된다. 가격은 10유로(약 1만4000원).
 

엑상프로방스의 5성급 호텔 ‘빌라 갈리치’


럭셔리의 정점, 프라이빗 스테이
 
여름 휴가지로 이름난 지방답게 럭셔리 숙소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를레 & 샤토(Relais & Châeau)’ 타이틀을 단 호텔을 눈여겨보자. 호텔에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로, 300가지가 넘는 까다로운 기준과 심사를 통과해야 해 ‘호텔계의 미슐랭’이라 불린다. 엑상프로방스에 위치한 ‘빌라 갈리치 – 를레 & 샤토(Villa Gallici - Relais & Châteaux)’는 17개 객실과 6개의 스위트룸을 구비한 5성급 호텔이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여름휴가를 보낸 장소로도 유명하다. 프로방스 지역의 최고급 와인을 보유한 와인 셀러와 현지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갖췄다.
 
아비뇽에는 중세적 매력을 즐기기 좋은 ‘라 미랑드 호텔(La Mirande Hôtel)’이 있다. 를레 & 샤토 멤버는 아니지만, 교황청 동쪽 벽과 가까이 위치해 어느 객실에서든 환상적인 성벽 뷰를 감상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진 객실과 욕실의 카라라 대리석, 벽을 수놓은 각종 예술작품까지 신경 쓴 세심함에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충만해진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애프터눈 티룸, 소규모 다이닝룸 등 숙박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버려진 채석장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예술로 물들다
 
복합문화공간이 핫한 건 한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다. 18세기에 지어진 옛 저택을 아트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코몽 아트센터(Caumont Centre d’Art)’는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간이다. 엑상프로방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소극장을 운영하며, 상설 전시를 비롯해 기획전·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전이 열린다.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경험이 되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레 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의 옛 채석장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공연장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이 좋은 예다. 빛의 채석장을 찾았을 때는 <네덜란드 거장들: 베르메르에서 반 고흐까지 “From Vermeer to Van Gogh : The Dutch Masters”>와 <색채의 건축가, 몬드리안> 전시가 한창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울퉁불퉁한 석회석을 비추는 빛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한참을 가만히 서 감상하게 하는 매력이 이곳엔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빛의 시리즈’ 전시는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열리는 ‘빛의 벙커’, 서울에서 진행되는 ‘빛의 시어터’다.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프로방스 음식


TASTE: 아다지오(Adagio·매우 느리게), 프랑스의 맛
 
프로방스의 음식은 누가 맛봐도 단번에 그 특징을 알아챌 수 있다. 버터를 적게 사용해 담백하고,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어 소박하면서도 따뜻하다. 모든 맛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비옥한 땅과 바다를 끼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 올리브와 각종 과일 등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15분 컷’이 진리인 한국의 식사 예절은 잠시 넣어두자. 프랑스답게 모든 음식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미해야 한다.
 

와이너리 ‘메종 부아숑’에서 진행하는 와인 워크숍



와인과 빵은 언제나 옳다
 
프랑스를 이야기하며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는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로, 보르도·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 3대 고급 와인으로 꼽힌다. 과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이 늘 교황의 식탁에 올랐기에 ‘교황의 와인’이라 불린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신의 물방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들


1898년부터 4대째 전통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 ‘메종 부아숑(Maison Bouachon)’을 찾았다. 본래 오크통을 제조하던 곳이었으나, 후에 와인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보르도·부르고뉴의 와인이 싱글 품종의 와인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면, 이곳의 와인은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한층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고 와인을 음미하며 품종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다. 생산하는 와인의 80%가 레드와인이고 화이트와인은 매년 약 3000병만 한정 발매한다. 수출도 하지 않아 오직 이 와이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와인 워크숍, 와이너리 투어 등을 운영하는데, 와인과 초콜릿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워크숍은 필수 코스다.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는 ‘배럴 테이스팅(barrel tasting)’을 경험할 수 있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가격은 35유로(약 4만9000원)다.



몽블랑·파리 브레스트·랄필 등 프랑스 전통 디저트들


120여 년 전 비누 생산자가 살던 삭막한 공간에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라 트리뷔 데 구르망(La Tribu des Gourmands)’은 파티시에 이반 바레가 운영하는 페이스트리 전문점 겸 티하우스로, 전시·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파리의 3대 럭셔리 호텔인 르브리스톨 호텔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프랑스 전통 디저트를 만들어낸다. 밤을 주재료로 한 ‘몽블랑(Mont Blanc)’, 프로방스 지역 디저트 ‘칼리송(Calisson)’에서 영감을 얻은 ‘랄필(L’Alpilles)’ 등이 대표 메뉴다.





블라인드 테스트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로즈 에 마리우스' 내부


SCENT: 와인·라벤더·올리브, 프로방스 향의 모든 것
 
엑상프로방스의 호텔·상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갈리(Magali) 대표가 프로방스 지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과 이곳의 로제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브랜드 ‘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의 향이다. 로제와인을 마신 듯 상큼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이 향은 곧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3가지 프로방스 로제와인을 시음하고 향수 제작에 영감을 준 와인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롯해 향초·향수 제작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라벤더 공예가 엘사 렌탈이 진행하는 전통 퓌조 만들기 수업


이맘때 프로방스에는 보랏빛 파도가 넘실거린다. 해가 강하고 연중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띠기 때문에 이곳의 라벤더는 다소 일찍 보랏빛 얼굴를 내민다. 6~7월은 프로방스에서 라벤더를 보기 가장 좋은 때다. 라벤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트루 라벤더’는 800m의 고지대에서만 자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벤더는 ‘라벤딘’으로, 라벤더의 약 80%를 차지한다. 색이 진하고 다량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약효는 따로 없다.
 
18세기 말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퓌조는 리본과 라벤더를 한 땀 한 땀 엮어 꽃의 향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예품이다. 탈취제로 사용하거나 리넨 등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딱 2곳만이 전통 퓌조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프로방스의 ‘아틀리에 퓌조 드 라벙드(L’ATELIER DES FUSEAUX DE LAVANDE)’다. 퓌조 만들기 수업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는 65유로(약 9만 원)다. 말리지 않은 생 라벤더를 사용해 최대 4년까지 향이 지속된다.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향으로 남기는 셈이다.

‘랑팔 라투르’의 마르세유 전통 비누


‘살롱 드 프로방스(Salon de Provence)’는 1870~1920년대 사이 기름과 비누를 활발하게 생산하면서 산업도시로 흥했던 곳이다. 2차 산업이 쇠퇴하며 도시의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1828년 설립돼 5대째 이어져 오는 ‘랑팔 라투르 비누 공장(Rampal Latour soap factory)’만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창업주가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장인 정신과 비누 제작 노하우 역시 그대로다. 정사각형의 마르세유 전통 비누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인공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순하고, 단단한 텍스처로 무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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