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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창으로 가야지

기본 정보
상품명 다시 고창으로 가야지
상품요약정보 COVER STORY
EDITOR 정상미
PHOTO 이효태
모델 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hkTcTeOFgpWzO_nXyh3AJXr5n5PF24Md
청보리 살랑 고창의 봄은 좋아라.
꽃무릇 붉은 파도, 선운사의 가을은 좋아라.
머리에 돌을 이고 겨울의 고창읍성을 걸어야지.
하얀 눈 떨쳐내고 푸른 기세 당당한 맹종죽 그 안에 머물러야지.
그리고 또 다른 봄이 오면 춘백 피어나는 고창으로 가야지.

 


 
길이 약 1.7km, 폭 2m의 백사장으로 이뤄진 구시포해수욕장은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볼 수 있는 명소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 구시포해수욕장
가슴에 담은 낙조


"꿈같은 겨울 바다가 우리 앞에 있다.
구시포해수욕장에 떨어지는 붉은 태양이온 세상에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자’ 태양 아래 선 사람들이 셔터를 누른다."


 

조선 시대 왜적으로부터 호남 내륙을 방어하기 위해 축성한 고창읍성은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16만5858㎡에 이른다 



 

고창읍성 안의 맹종죽림



전북 고창군 고창읍 | 고창읍성
검고 푸른 숲의 세계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고창읍성을 한 바퀴, 두 바퀴 걷는다. 겨울인데도 양지에는 푸릇한 잔디가 깔려 봄인가 싶은데, 대지와 하늘을 가릴 듯 키 큰맹종죽이 검고 푸른 숲의 세계로 이끈다.



고창 심원면과 부안 변산반도 사이 5000년 전 형성된 곰소만에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2배에 달하는 고창갯벌이 자리한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 고창갯벌
황금색, 붉은색 갯벌


펄·혼합·모래 갯벌이 조화롭게 분포되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고창갯벌.
이편에는 갈대밭이, 저편에는 칠면초와 나문재 등 염생식물이 그저 까맣기만 할 것 같은 갯벌을 붉은색, 황금색으로 칠한다.


 

대나무 중의 대나무로 불리는 맹종죽


지도에서 전북 고창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나라 서남단, 지도에 손을 대고 문지르면 둥근 무릎이 간질간질할 것만 같은 그런 속 자리. 고창을 경계로 위로는 전북, 아래는 전남이 된다.
 
고창의 모양을 생각하다

고창읍성이 자리한 고창읍에는 ‘모양’으로 이름한 제품과 건물이 유독 눈에 띈다. 모양? 어떤 모양이지? 고창읍성 또한 모양성으로 불린다. 스무고개 하듯 고창의 역사를 더듬는다. 고창은 고조선 이후 생긴 삼한 중 가장 세력이 컸던 마한의 54국 중 하나인 ‘모로비리국’으로 추정된다.

아산면 봉덕리에는 마한시대 분구묘인 ‘고창 봉덕리 고분 군’이 자리하고, 1호분에선 당시 시대상을 담은 금동신발이 출토되어 지난 2021년 4월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모로비리국의 머리글자인 ‘모’는 보리 모(牟)에서 백제시대에털 모(毛)가 된다. 고창은 백제시대 ‘모량부리현’이 있던 곳으로 모량의 좋을 량(良) 자가 발음하기 좋은 볕 양(陽)이 되며 ‘모양부리’로 불렸다. 이어 신라 경덕왕 때 고창현이된 뒤 오늘날의 지명으로 굳어졌다.

스무고개 끝에 다다랐다. 즉 고창은 모양이고, 모양은 고창이다. 태양 빛이 넉넉한 따뜻한 지역, 푸르고 보드라운 털이 바람에 날리는 청보리의 모양. 고창읍성을 이르는 또다른 말, 모양성이다. 고창읍성은 정문이자 북문인 공북 루를 사이로 넉넉한 두 팔을 펼친 듯 완만한 성벽이 자리 한다. 공북루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커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창읍성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온다. 세시풍속으로 이어진 답성놀이로 머리에 돌을 이고 읍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 세 바퀴를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것이다. 성 입구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을 보니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나이 드신 부모가 극락승천한다면 효심 가득한 자녀는 바위라도 등에 지고 읍성을 돌아볼 것이다. 내 자녀가 무병 장수한다면 어느 부모가 돌을 머리에 이지 않을까.

 
고창읍성의 서문 진서루에 서면 고창읍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로 옆길은 맹종죽림으로 이어진다.

“실장님, 제가 대신 답성놀이 해드려요?” 겨울 찬바람에 찡한 코를 문지르며 포토그래퍼 실장님께 괜한 농담을 건넨다. 고창읍의 전경이 발아래 펼쳐지는 성벽 위를 천천히 걸어본다. 바람에 키 큰 소나무가 머리를 살랑이는 소리, 겨울인데도 양지에는 푸릇한 잔디가 깔려 봄인지 싶다. 조선시대 왜적으로부터 호남 내륙을 방어하기 위해 축성한 고창읍성은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16만5858㎡에 이른다. 정확한 축성일은 알 수 없으나 조선 세종 32년(1450)부터 단종 원년(1453)까지 전라좌우도 19개 군·현에서 분담하여 축성한 흔적이 성벽 구간마다 각자되어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고창읍성을 돌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고창읍성은 동문 등양루, 서문 진서루, 북문 공북루의 3개 문과 이 문을 보호하는 3개의 옹성, 성벽 바깥의 방어시설인 6 개의 치성으로 이뤄졌다. 읍성 안에는 동헌·객사를 비롯하여 22동의 관아 건물이 자리했으나 대부분 소실됐다. 1976년부터 30여 년의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는 동헌, 객사, 풍화루, 공북루, 진서루, 등양루, 관청, 작청, 내아, 성황사 등 14동이 복원되었다.

액자 소설처럼 고창읍성에는 고창읍성만큼이나 명성이 자자한 명소가 있다. 진서루 바로 옆길에 자리한 맹종죽림이다. 고개를 한없이 뒤로 꺾어도 그 끝이 담기지 않을 만큼 하늘을 가리는 맹종죽이 숲을 이뤘다. 드라마 <추노>, 영화 <왕의 남자> <관상>을 맹종죽림에서 촬영했는데 그 안으로 들어서면 만인의 찬사를 받는 영화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매 계절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상하농원푸릇한 배추들은 겨울 김장용으로 쓰인다

오늘 하루는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처럼

무해하다는 것은 이 동물들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강선달저수지 수변덱 옆으로 어쩌면 상하농원에서 가장 세심한 공간일지도 모르는 육성목장이 자리한다새끼를 가진 어미 소부터 젖먹이 송아지와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양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사육된다


윤기나는 황토색 털에 짙은 아이라인을 바른 듯한 눈망울의 저지(Jersey) 젖소가 낯선 손님을 빤히 쳐다본다먹이를 주었더니 큰 머리로 손을 쳐낸다너른 목초지에 자유롭게 살아가는 면양의 새끼들도 바라는 것 하나 없다는 눈망울로 보금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거울을 보지 못했지만 기자의 눈도 한없이 순해졌을 것이다.


상하목장의 아기양들

더불어 삶을 정의하는 공간이 있다면 상하농원일 것이다상하농원은 고창군과 매일유업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공생의 뜻을 세상에 널리 전하는 곳이다이상향으로 그려지는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이 각각의 현장에서 실현되는 상하농원은 대부분의 직원이 전북과 고창 주민이다농원 자체가 작은 마을이라 할 만큼 부족함이 없다다툼이나 미움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평화로운 언덕에는 두꺼운 털옷을 입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털옷도 깨끗하기 그지없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양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운 손길도 생각하게 한다.
 

육성목장 안에서 섬세한 보살핌을 받는 동물들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상하농원에서는 1차 농축수산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에 대한 부가가치가 조화롭게 만들어진다이를 대표하는 공간이 각각 유기농목장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체험도 가능한 햄·과일·참기름·발효 공방농원 회관·식당·상회상하 키친·목장으로 6차산업의 선순환을 이룬다여행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상하농원이라면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무기(?)가 가득하다화학적 가공을 최소화한 건물들은 흙과 벽돌자갈과 자연석들로 꾸며져 웅장하고도 온화하다그 안에는 파머스빌리지호텔과 글램핑 등 묵어갈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자리한다.



상하농원의 파머스빌리지호텔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객실에는 나무로 만든 각종 집기와 싱글침대 두 개가 놓여 있다왜싱글침대일까통창 앞에 놓인 너른 책상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나 자신에게 좀더 집중하는 여정을 보내라는 메시지가 아닐지저녁 어스름 스탠드의 조명을 켜자 진 웹스터가 쓴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가 된 것 같다.

우울한 수요일을 보내야 했던 고아 소녀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주디가 첫 번째 여름방학을 보낸 윌로 농장창문을 열면 보이던 평화로운 초원과 눈부신 햇빛파란 하늘은 내가 직접 본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평화로운 상하농원의 풍경

테라스로 나가 오늘 경험한 상하농원의 장면들을 하나씩 넘겨보았다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설향 딸기는 상하농원에서 전국으로 유통되고유기농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의 우유는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된다고창을 비롯해 전북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식재료는 정성 가득한 셰프의 손길로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된다


꿈 같은 하루는 만들기 나름일몰 시간에 맞춰 상하농원 인근에 자리한 구시포해수욕장으로 향한다명사십리해 변의 겨울바람은 매서운데 그 아래로 떨어지는 태양은 붉디붉어 온 세상에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태양 아래 선 사람들이 셔터를 누른다여름이면 수많은 사람이 여가를 즐기러겨울에는 서해 낙조의 낭만을 지켜보러 찾아와 영 쓸쓸할 새가 없는 구시포해수욕장상하농원에 들렀다면 콤비처럼 들러봐야 할 명소 중의 명소다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볼 수 있는 구시포해수욕장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니까

전북 고창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고창갯벌선운산도립공원운곡람 사르습지동림저수지 야생동식물보호구역고창고인돌유적이 핵심지역에 속한다그중 고창갯벌은 찬 겨울에 들러도 광활한 자연생태계의 신비를 가슴에 품을 수 있다고창 심원면과 부안 변산반도 사이 5000년 전 형성된 곰소만에 광활한 고창갯벌이 펼쳐진다


면적 64.66㎢의 갯벌은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2배에 달하며육지로 깊숙이 들어온 내만형 갯벌로 펄·혼합·모래 갯벌이 조화롭게 분포되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갯벌에 속한 다. 2021년 7월 고창갯벌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서천갯벌신안 갯벌보성순천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며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광활한 탐방로를 따라 고창갯벌을 오감으로 담는다이편에는 갈대밭이저편에는 칠면초와 나문재 등의 염생식물이 그저 까맣기만 할것 같은 갯벌을 붉은색황금색으로 칠한다저서생물염생식물멸종위기 물새의 서식처 갯벌에는 생태계 환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생물을 숨어 바라볼 수 있는 관찰대가 설치되어 있다. 40여 분 자전거를 타고 유유자적 고창갯벌을 돌아본 뒤에는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기다린다이곳 역시 규모가 어마어마하니 탈것을 이용해보자.
 
 고창고인돌유적은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밀집 분포된 곳으로 고인돌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부터 죽림선사마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탐방열차에 몸을 싣고 고창고인돌유적을 한 바퀴 스케치한다출발지인 고인돌박물관에서 1~5코스를 지나는 데 약 30분 걸리니 이곳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지레짐작해본다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고인돌유적은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밀집 분포된 곳으로 500여 기의 고인돌과 간 돌검가락바퀴 등의 유물이 발굴되었다고인 돌박물관에서는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채집한 청동기시대의 각종 유물 및 생활상과 세계의 고인돌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오는 8월 27일까지 1층 전시관에서 미디어아트 특별전 <기적의 빛희망을 밝히다>가 열리니 참고하자. 3층 체험학습실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체험공간선사시대 사냥꾼이 되어 고창의 숲속바닷속을 탐험하는 인터랙티브 체험존과 고인돌 만들기움집에서 청동기 보물찾기 등의 터치모니터 게임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박물관 밖에는 선사마을체험마당전시마당의 테마공간으로 조성된 야외전 시실이 자리한다청동기시대 움집 생활 모습과 토기·석기 만드는 모습이 실감나게 펼쳐지니 구석구석 생생한 추억을 만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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