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인사이트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 녹아들다

기본 정보
상품명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 녹아들다
상품요약정보 테크 인사이트

최신의 자동차 문화가 공간이라는 요소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로 변신한다.

📌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과학과 공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게 고찰하는 것을 즐기는 남자



서울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피치스 도원(Peaches D8NE)은 요즘 한국에 유행처럼 생겨나는 ‘자동차 문화 공간’을 대표한다. 레스토랑과 카페, 아기자기한 편집숍이 모여 있는 연무장길 중심 어딘가, 커다란 핑크색 건물이 시선을 잡는다. 입구에는 고성능 경주차가 전시되고, 차고 안에선 세상에서 단 한 대만 존재하는 튜닝카가 제작 중이다. 핑크색 건물과 차고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줄지어 사진을 찍는다.


이곳은 자동차를 테마로 하는 스트리트 컬처 브랜드인 ‘피치스’가 만든 자동차 문화 공간이다. 700여 평(약 2320㎡)의 널찍한 공간에는 보고, 먹고, 즐기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도원이란 이름도 다양한 문화가 ‘도원결의’해서 하나의 공간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처럼 ‘자동차 문화 공간’이란 말이 자연스럽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의 개념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간이 주는 힘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요즘, 자동차 문화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뿌리를 내리는 이유가 있다.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를 실체화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피치스 도원은 자동차를 주요 테마로 하면서도 패션, 스케이트보드, 미식 등 다채로운 문화를 융합한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다.


도원의 코어 공간인 ‘퓨얼(연료) 갤러리’에서는 흥겨운 음악과 조명이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거리 자동차 문화 코드를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패션과 음식도 결합시켰다. 노티드 도넛은 타이어 모양 도넛을 개발해 판매하고, 다운타우너에서는 자동차 장난감을 활용한 해피밀을 제공한다.

어른을 위한 라운지 바 ‘스모킹 타이거즈’도 인기 있는 공간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연료를 연소해 연기를 뿜어내는 것을 모티브로 물담배를 피우고 자유롭게 주류를 즐길 수 있다. 루프톱에서는 스케이트보드 파크를 만들어 멤버십 형태로 운영한다.


최근 오픈한 ‘젤라도원’에서는 피치스와 노티드의 협업으로 탄생한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도원은 자동차 문화를 코어 컬처로 하지만, 자동차 마니아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작은 자동차 문화 공간 ‘에레보(Erevo)’도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자동차 문화 공간이다. 약 1년 전, 갑자기 문을 열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곳은 자동차 디자인 명문 학교 ACCD 출신의 정영철 대표가 이끄는 곳이다. 아담한 실내 공간은 카페 형식을 기본으로 갤러리와 서가로 구성된다.


서가에서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섬세한 안목으로 수집한 자동차 관련 서적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 갤러리에서는 각 시즌에 맞춰 기획되는 자동차 디자인 중심 전시가 진행된다. 온
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연결성 강화와 정보 교류도 가능해서다.


일요일 오전 에레보의 작은 주차장에서 열리는 ‘롤링 선데이’ 행사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이 자리에 방문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각자가 타고 온 자동차가 곧 콘텐츠가 된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입소문 난 희귀한 자동차를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공간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진다. 작은 공간, 작은 주차장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소규모 그룹의 집중력을 극대화시켜 정보의 밀도가 알차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일러스트 이새

기업의 경우 좀 더 크고 확장된 규모로 자동차 공간을 발전시킨다. 서울 도산대로 사거리에 자리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자동차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곳은 브랜드의 방향성이 반영된 예술작품과 콘텐츠를 전시하는 문화 공간이다. 일단 대기업의 작품인 만큼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약 940평(3107㎡), 지하 1층과 지상 6층 건물에 통유리로 외벽을 이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유리로 된 건물 밖에는 그 흔한 브랜드 로고도 없다. 외부에서 들여다보이는 것이라곤 각종 파이프와 벽에 붙어 360도 돌아가는 현대그룹 자동차뿐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란 이름은 자동차 회사를 뜻하는 ‘모터’와 실험공간을 뜻하는 ‘스튜디오’의 합성어다.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건물 1층은 현대차를 주제로 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지금은 브랜드 헤리티지 기획으로 포니와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2층은 자동차 전문 도서관이다. 차종별 정비 설명서처럼 현대차 관련 서적 500여 권을 비롯해 희귀한 자동차 서적 3000여 권을 갖췄다. 건물 3층에서 5층까지 3개 층 창가에는 자동차 아홉 대를 공중에 매달아 뒀다. 그리고 자동차가 조금씩, 360도로 돌아간다.이것도 ‘카 로테이터’라는 전시 작품이다. 
자동차를 문화예술의 일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기아자동차의 문화 공간 ‘비트 360’, BMW의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뿐 아니라 ‘카페 마크 69’와 ‘스튜디오 H’, ‘벨리 커피 용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자동차 문화 공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공간은 대중과 원활한 소통을 유도하면서도 기업, 혹은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집중하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련하는 것이다. ‘공간이 주는 힘’이라는 설명은 현장에서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매일 보던 자동차라도 특별한 공간 안에선 그 가치가 새롭게 발견된다. 결국 자동차 문화 공간이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새로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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