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역(驛)-공주산성시장(場)

풍요한 땅이라 산세도 좋고 백제 흔적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지도 많은 곳이 공주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모였고 그만큼 장터의 기운도 남달랐다.

 

금강(錦江)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흐른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하여 북동으로 논산, 세종을 끼고 서남으로 꺾어 공주 부여를 품고, 천리의 여정을 다한 뒤 군산에 이르러 강은 바다가 된다. 금강이 둥그렇게 그려놓은 선, 그 안의 산하가 옛 백제의 영토다. 공주는 강이 삼각형을 이루는 북쪽 꼭짓점 아래 농사지을 적당한 들을 갖추고 그 뒤로는 야트막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외침을 막을 배산임수의 평온한 지세, 그래서 웅진이었던 공주는 5세기 백제의 도읍지가 된다. 공주는 번성했다. 호남에서 한양가는 육로의 길목이고, 서해로부터 흘러드는 물길도 활발하여 일찌감치 장이 섰다.

18세기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한 곳, 공주에만 14개의 장이 섰다는 기록이 있다. 돛을 이용하는 범선,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기선이 하루 200여 척 정박했다고도 한다. 그 강변, 포구에 유구한 역사의 오일장이 ‘공주장’이다. 담배와 술, 소가죽, 소금, 생선, 면화, 잡화 등이 주로 거래되었다. 하지만 강변이 취약한 것이 물이다. 본래 땅이 질고 물이 많은 미나리꽝 지역이라 비만 오면 침수되는 시장으로서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대대적인 매립작업을 벌여 땅을 돋우고 새로 장터를 마련한 것이 1937년, 지금의 공산성 아래쪽에 자리한 ‘공주산성시장’이다. 축구장 8개 정도의 크기에 상가 500여 곳, 노점 200여 개, 상인 2000여 명이 운집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통시장이다.

 

 

  • 석갈비 한 접시에 국밥 반탕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먼저 배를 채워야 한다. 소박한 먹을거리, 국밥과 국수가 유명하다. ‘공주국밥’은 시장에 왔다면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곳. 옛날 나무 팔러, 소 팔러, 소금 사러, 쌀 사러, 이고지고 장에 나온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곳이 60여 년 전통의 ‘이학식당’ 공주국밥이다. 푹 고은 사골에 양지나 사태 몇 점, 무와 대파를 넣고 대파가 뭉그러지게 끓인 소고기국 밥.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시장통에서 고봉덕 씨가 처음 시작했고, 역대 대통령 중 안 다녀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이학식당, 새이 학식당, 새이학가든, 이런 비슷한 이름으로 시장뿐 아니라 공주 곳곳 에서 성업 중이다. 8000원 국밥 한 그릇으로 부족하거든 석갈비를 한접시 먹고, 국밥은 반탕으로 시켜도 좋다.


시장 먹자골목 한쪽, 겨우 한 사람 드나들 만한 좁은 골목에 45년째 내려오는 국숫집이 있다. 청양분식, 한 그릇에 500원 할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3500원. 연탄불이 가스불로 바뀌고, 가게 앞에 커다란 솥을 걸어 하루 종일 멸치국물을 끓이고 있다. 오래 우린 국물에 갓 삶은 면을 담아 파, 마늘, 고춧가루, 김가루 얹고, 매일 담그는 겉절이와 적당히 익은 열무김치, 소찬에 국수 한 그릇.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 한 그릇,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친 사람들과, 고향 장거리에 소 팔고 돌아오는 사람들과,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시인 이상국처럼 국수는 허름한 식당에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청양분식 잔치국수를 맛보려면, 더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면, 10분 후루룩 먹을 것을 1시간 넘게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한다.

 

  • 요즘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의 장

우리나라 많은 전통시장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마트’ 에 밀려, 말 그대로 전통의 과거에 쫓기는 위기 상황에서, 활로로 모색된 것이 ‘젊음’이다. 공주산성시장 역시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11년 ‘가보고 깊은 전통시장 50선’에 선정되고, 이듬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등록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매주 금·토 요일 저녁 6시∼11시 ‘공주 밤마실 야시장’이 열려 술과 음식과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한마당 장판이 벌어진다. 여기에 ‘보부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꿀밤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박종민 씨(27)는 “청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청년이 알죠. 닭강정, 햄버 거, 소시지, 고기가 들어 있는 달걀말이, 수제맥주, 이런 기호에 맞는 메뉴들을 내놓으니 대학생들이 뒤풀 이로 야시장을 찾기도 하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기존 시장 상인들이 저 같은 신입생들을 잘 받아주셔서 고맙게 생각 합니다.”라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청년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는 야시장 먹거리 판매 코너는 베트남, 태국, 인도 등여러 나라의 음식을 싼값에 맛볼 수 있어 최고의 인기다.
또 공주 특산물 알밤을 재료로, 시장 상인들과 청년들이 공동 기획한 ‘수제 알밤 맥주 페스티벌’도 젊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다. 전통시장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오래된 해법으로 상생의 길을 찾는 것, 그리고 단순 상거래 시장에서 이야기와 새로운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 가볼 곳도 많은 문화유적지 공주

문화관광형 시장하면, 공주산성시장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 바로 뒤에옛 백제의 성곽 공산성이 자리하고,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송산리고분군과 무령왕릉, 공주국립박물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내친김에 하루 더 머문다면 가까운 부여로 자리를 옮겨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5층 석탑도 꼭 가보기를 권한다. 깊어가는 가을, 아이들과 함께 문화와 관광, 그리고 역사까지 포함한, 오래 기억에 남을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곳이다.

 

이광이 사진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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