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 로스터리’ 대표 향기 나는 일상

‘블루밍 로스터리’ 이소연·허홍 대표 향기 나는 일상

 

시작은 ‘살고 보자’였지만 아예 서울을 떠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건강 때문에, 둘째는 행복 때문에, 셋째는 철학 때문에 문경에서 꿈을 실현하고 있는 부부, 이소연 씨와 허홍 씨의 전략 100% 귀촌 이야기.

 

 

 

 

건강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드는 플라워 테라피스트, 이소연입니다. 태어난 곳은 서울인데 3살 때 경북 상주로 왔대요. 부모님이 귀촌하시려고 지도에서 한 가운데를 딱 찍으니 상주였다나요(웃음). 그렇게 상주와 문경을 오가다 대학에 가면서 쭉 서울살이를 했는데 다시 고향에 와서 살게 되다니, 참 신기하죠? 어릴 땐 시골에서 자라는 게 참 싫었거든요. 귀촌한 이유는 딱 하나예요. 건강. 딸 지온이가 태어나자마자 아토피가 너무 심했거든요. 같은 시기에 남편도 출근이 불가능할 만큼 몸이 상했고요. 다들 그렇겠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잖아요. 제게 행복은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건데, 그러려면 일단 건강해야겠죠. 건강해야 힘이 나고, 힘이 나면 발전할 수 있으니까.

저는 원래 종합병원 심리 치료사였어요. 근데 왜 문경에서 ‘꽃’을 하냐고요? 3년 전만 해도 ‘프리저브드 플라워’란 개념이 생소하기도 했고, 워낙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이게 생화에 특수 처리를 하는 거라 공예에 가깝거든요. 사실 아이템보단 목적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꽃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직접 만지면서 힐링이 되잖아요. 프리저브드 플라워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요청을 받으면 출강을 나가기도 하는데 할머니들이 특히 좋아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힐링이 되고요. 최근 3년 동안 많이 변하긴 했지만, 문경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체된 도시예요. 근데 또 제 성격이 가만히 못 있거든요(웃음). 저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문경에 ‘놀 데가 없다’는 거예요. 작가들이 전시도 하고, 같은 꿈을 가진 사람끼리 교류도 하고…. 블루밍로스터리를 기점으로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계속 늘려가고 싶어요.

 

철학

커피 볶는 남자, 허홍입니다. 기업 컨설팅을 하다 대기업 전략기획실로 이직했는데, 전사가 절 다 알 때쯤 되니까 몸이 딱 망가지더라고요. 원래 술 마시면 안 되는 체질인데 술자리를 너무 좋아 해서…. ‘도장깨기’도 아닌데 제가 왜 그랬을까요(웃음). 와이프 말로는 출세욕(?)때문이라는데, 그땐 그랬나봐요.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다니면서 도시에서 사는 게 성공이라고. 사실 처음부터 ‘문경에서 살까’는 아니었어요. 퇴사 후 1년 동안 강원도에서 요양을 했었는데 다시 서울로 갈지, 아님 아예 시골에 정착을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너무 집안에서 자료만 찾다 답답해서 취미로 배운 게 커피예요(웃음). 그러다 장인·장모님이 계신 ‘문경’의 가능성을 봤어요. 지도에서 정 가운데라는 건 가장 내륙이란 말이잖아요. 어떤 문화적인 이슈가 가장 천천히 들어오는. 동시에 문경은 역사적으로 폐광산이 있는, 한때 외지인이 몰려들고 돈이 잘 돌았던 도시죠. 그래서 사람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요. 자본이 없으니 당장 카페는 무리고, 로스터리부터 해야겠다. 미국도 스타벅스에서 블루보틀로 넘어가고 있으니 경북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죠. 커피나 꽃, 둘 다 필수재이긴 하지만 일종의 작은 사치잖아요. 1차는 지역적으로, 2차는 산업적으로 접근했던 거죠.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냥 다니고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원하는 소득수준에 도달했을 때, 뭔가 살 만해졌을 때 정체되나봐요. 겉만 좋아지고 속은 뻥 뚫려 있는. 전략기획팀에서 하는 일이 그렇잖아요. 회사 비전 만드는 것. 핵심가 치나 미래가치에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해요. 가치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행복하려면 결국 본인의 것을 강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 같아요.

 

영향력

저는 영남의 첫 관문, 문경입니다. 아시다시피 문경새재로 유명합니다. 문경에는 산이 참 많아요. 그래서 아주 옛날부터 문경 사람들은 땅속에서 무연탄을 캐거나,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 팔았지요. 문경이 고려청자부터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에 이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900년 넘게 도자기로 이름을 날리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폐광이 됐지만 한때 탄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때만큼 이곳이 사람으로, 활기로 가득 찼던 때가 없었으니까요. 그런 제게 요즘 흥미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3년 전 한 가족이 이사를 왔는데, 이곳에서 꽃이랑 커피를 한다지 뭡니까. 서울 한강변에 있던 전셋집 보증금에 정부지원금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집 구하고, 가게 얻고, 장비 사고, 차 바꾸니 딱 맞더래요. 점집 건물을 싸게 빌려서 싹 뜯어고치고 죽어라 버텼더니, 신기하게도 딱 6개월 무렵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지요. 올 초에 모전천으로 새 터를 잡았고요. 우리 문경 사람들이 속정 깊고 뒤끝 없지만 표현이 좀 세거든요. 한번은 어떤 할아버지가 바깥주인한테 가더니 “커피가 와이리 시그로와예!” 하데요(웃음).

서울토박이가 시다는 건지, 쓰다는 건지 뭔 뜻인 줄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요. 요즘 로스팅 랩을 이전한다고 잠도 못 자고 고생하는데, 일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그래야 제가 좋아하는 지온이를 자주 볼 테니까요. 서울만 가면 아팠던 지온이가 엄마아빠 손잡고 쪼르르, 블루밍로스터리에 와서 고사리손을 보태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세요? 미국 포틀랜드처럼 문경의 지역사회를 잘 만들어가고픈 부부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블루밍로스터리

심리학을 전공한 아내 이소연 씨와 경영학을 전공한 남편 허홍 씨가 오순도순 꽃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곳. 꿈 많은 아내는 책 <신나게 일하고 행복하게 육아하기>를 썼고, 뒤늦게 커피에 푹 빠진 남편은 2017년 ‘마스터 오브 카페’ 에스프레소 블렌드 2위의 영광을 얻었다. 회사를 그만둬도,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11:00~21:00 (화요일 휴무)│경북 문경시 운동장로 35│www.bloomingroastery.com│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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