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역(驛)-자유시장(場)

먹을거리 끊이지 않는 남도에서도 전남 목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민어다. 자유시장은 수산물 도매시장이 성업중이라 그 귀하다는 민어도 먹고 목포 정감도 느끼기에 제격인 곳이다.

 

여름 하루를 먹는 것으로만 말하자면, 아침은 미역오이냉국에 고추를 된장 찍어 소박하게 집에서 먹고, 점심은 서울의 을밀대나 을지면옥, 우래옥을 찾아 심심한 국물의 평양 냉면을 한 그릇 먹고, 저녁은 민어를 먹고 싶다. 민어를 먹으려면 서울 수서역으로 가서 목포로 가는 SRT를 타야 한다. 목포역에서 택시로 10여 분, ‘자유시장’에 가면 장 바닥에 민어 천지다. 매일 새벽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경매가 벌어져 이곳으로 넘어온 것들이다. 민어는 큰 것이, 수컷이 맛있다. 7kg을 기준으로 해서 더 나가는 것이 쫄깃하고 고소하고, 그러니 비싸다.

임자수산 주인 주명희 씨(56)가 날렵한 칼을 하나 들고 민어를 해체하면서 설명한다. “민어는 1㎏의 가격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여, 5㎏짜리 민어다 그러면 1㎏당 5 만 원 해서 한 25만 원 보면 되고, 10㎏짜리 민어다 그러면 1㎏당 가격이 팍 뛰어, 1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100만 원까지는 아니어도 클수록 팍팍 뛴다 그 말 이요. 가격이 그날그날 다른데, 오늘 경매가가 7㎏ 기준으로 1㎏당 6만5000원이 었어요.” 비늘을 벗기고, 등뼈 양쪽의 살을 바르고, 통통한 알과 허연 부레를 떼내기까지 5분밖에 안 걸린다. 거의 달인 수준이다. 자유시장은 점포가 180여 개다. 임자수산 같은 수산 도매상이 약 절반이고, 그 수산물을 파 는 계절 음식점이 30여 곳 해서 일부 농공산물 빼면 80%가 수산물을 취급한다. 자유시장은 회를 뜨는 곳과 회를 파는 곳이 다르다. ‘식당’에 들어가서 회를 시키면 옆집 ‘수산’에서 회를 들고 온다. ‘식당’은 그 회에 다 온갖 밑반찬과 탕을 끓여 내준다. 이런 분업 시스템 이 싱싱한 회를 도매가에 먹을 수 있게 한다.

 

음식 맛은 발에서 나온다

계절음식점 ‘한샘이네’,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민어회 4명 한상에 8만 원 정도. 선홍색 회가 수북하고 위쪽에 껍질이 붙은 뱃살과 부레 몇 점이 놓여 있다. 피를 빼서 2∼3일 냉장 숙성시킨 선어회다. 여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히는 민어, 비릿하지도 않고 담백하면서 단맛이 돈다. 민어는 해양수산부가 붕장어와 더 불어 8월의 ‘어식백세(魚食100세)’ 수산물로 꼽은 생선이기도 하다. 한샘이네 주인 염미순 씨(53)는 “왜 우리 집이 인기가 많은 줄 아시냐?” 묻더니 “다른 것 없어요, 식당은 맛이 최고요, 맛은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발에서 나오는 거라요,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공판장에 나가 싱싱한 것 가져다가 많이 주고, 싸게 주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 답까지 일러준다. “여름 민어만 그런 것이 아니라 1∼2월 숭어로 시작해서 봄 되면 도다리, 밥알 박힌 주꾸미, 갑오징어, 멍게하고 미더덕, 오뉴월에 병치(병어), 꽃게 암컷, 낙지, 7월에 민어, 하모(갯장어), 갈치, 그러다 가을에 찬 바람 돌면 전어, 대하, 자연산 농어가 그때 맛있지, 그리고 광어, 꽃게 수컷, 낙지, 전복, 그러면 다시 겨울이요.” 염씨 입에서 바다에서 잡힌 한 해의 생선들이 한 바퀴 돈다. 중요한 하나를 빠뜨렸다는 듯이 “홍어는 1년 내내 언제나 맛 있고요잉∼” 하고 덧붙인다.

 

가수 이름 딴 남진 야시장은 또 다른 명물

목포는 무안에 속해 있던 작은 어촌이었다. 강화도 조약(1876)에 따라 1897년 목포항이 개항되고 17년 뒤인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목포는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바다의 뱃길과 육지의 철길은 그 도시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한말 격변과 혼란 속에서 외세에 의한 수탈의 통로였다. 수탈된 물산은 ‘1흑3백’이다. 1흑은 김이고, 3백은 쌀, 면화, 소금이다. 어쨌거나 목포는 물류의 요충으로 급성장하여 1932년 인구 6만의 전국 6대 도시가 된다. 목포역이 개통되고 역 주변에 노점들이 생겨났는데, 그것이 훗날 자유시장이다. 당시 노점들은 직접 생산한 농수산물을 팔아 신선하고 값이 싸서 장사가 잘됐다. 노점은 새벽에 장이 섰다가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도깨비시장’의 시기를 거쳐 ‘상설시장’으로 발전했다. 그때 상인들은 시에서 불하받은 땅에 직접 적금운동을 벌여 건물을 세우고 장옥을 마련했다. 그런 끈끈한 결속력 덕분에 자유시장은 목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2000년대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전통시장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곳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촌각을 다투는 수산물의 특징 덕분에, 갓 잡아온 수산물을 경매하는 수산시장과 나란히 전통시장의 맥을 잘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는 목포 출신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남진 야시장’이 개설되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 6시∼10시 트로트 가수 초청공연, 노래자랑, 남진 모창대회 같은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진다. 시장 통로에는 T자 형태로 작은 포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홍어, 꽃게, 낙지 등등 온갖 수산물과 다양한 먹을거리의 잔치가 열린다.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새홍어 주인 김용희 씨(58)는 야시장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띠고 젊은이들이 찾아와줘서 제일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장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추억이 있고, 먹고 즐기면서 진짜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어 맛 좀 봤냐?”라고 묻더니 좋은 정보를 알려준다. “진짜 민어는 9월에 먹는 것이요, 왜 그러냐고요? 말복 지나면 민어 값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지거든, 지금은 너무 비싸고 그때 먹어야 돼요. 그러니까 9월에 다시 와서 민어 양껏 한번 드시랑게.”

이광이 사진 최배문

 


 

 

 
 

SRT매거진 페이스북으로 이동

SRT매거진 인스타그램으로 이동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