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을 버무리니 그것이 예술이더라, 최정화

 

세상에 하찮은 물건은 없다. 철거 현장의 콘크리트 덩어리도, 낡디 낡은 양은냄비도 몸통 잃은 플라스틱 뚜껑도 쓰임이 있다. 그래서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그것들을 모아 맛깔나게 버무려놓을 뿐이다.

 

일상의 흔한 소재를 예술로 바꾸는 작가 최정화. 그가 만든 거대한 숲은 가까이 들여다보기 전까지 가늠할 길이 없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탑이 알 고 보면 바다에 버려진 부표이고, 알록달록 예쁜 꽃이 가까이 보면 파리채이며, 초록빛깔 푸른 숲은 평범한 소쿠리다. 숲을 본 뒤 알게 되는 나무의 정체에 관객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웃고, 예술이 이리 가까이 있음에 웃는다. 최정화의 작품은 늘 이런 식이다. ‘쓸모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바꾼다. 누군가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지나칠지 모르나,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 어떤 것도 가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그의 삶이 그랬다. 장난감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어린 시절부터 길가에 떨어진 단추, 옷핀, 버스표 등을 주워 나름의 방식으로 놀이를 즐겼고, 미대생이 되어서도 일상과 괴리된 예술을 좇지 않고 주변에 널린 재료를 재조립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작가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을 때에도 기쁨보다는 오히려 회의가 컸다. 누군가 정해놓은 틀에 끼워 맞춘 작품을 과연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잘 그리는 기술만으로 평가받는다면 차라리 하지 말자. 그렇게 최정화는 전형적인 작가의 삶 대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술집, 카페, 복합문화공간 등을 만들며 오로지 ‘최정화’식 길을 걸었다. 그의 끼와 재 능을 단박에 알아본 건 일본의 어느 큐레이터. ‘최정화’의 아이덴티티를 믿고 지지한 덕분에 작가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 후로 무려 25년이다. 거대한 꽃과 과일, 플라스틱 그릇으로 쌓아올린 알케미(Alchemy)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친 결과 그는 이제 전 세계 기획전과 비엔날레에서 앞다투어 초청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변한 건 없다. 여전히 버려진 물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보고 세워보고 눕혀보고 뒤집어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쓰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존재하는 이유와 그것의 가치를 찾는 과정, 최정화의 ‘평범한’ 일상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예술로 다가온다.

 

1987년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6년과 1987년에 <드로잉-Ⅱ>와 <체體>라는 작품으로 각각 중앙미술대전 장려상과 대상을 수상했다. 1989년 가슴시각개발 연구소를 만들어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화 미술감독, 아트디렉터, 그래픽디자이너, 설치예술가,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전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에 초청되어 작품을 전시하고, 수많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 미술감독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최정화의 작업실. 초록빛 담쟁이 넝쿨 우거진 오래된 2층 양옥,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별천지가 따로 없다. 손톱만큼 작은 인형 신발부터 다양한 모양의 가면, 낡은 의자와 소반,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장식품까지 작가가 그동안 수집한 물건과 작품으로 가득하다. 보물찾기 하듯 구경하기 좋은 골동품 가게처럼 그의 작업실 곳곳에는 ‘예술’ 이라는 ‘재미’가 숨어 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 최정화 – 꽃, 숲 Blooming Matrix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 최정화 – 꽃, 숲 Blooming Matrix> 전시회를 앞 두고 있다. 이불,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에 이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최정화가 진두지휘하는 릴레이 프로젝트로 냄비, 그릇, 밥솥 등 일상의 소재를 통해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전시를 펼칠 것이다.

│2018년 9월 5일~2019년 2월 10일(월요일 휴관)│서울관 통합권 4000원│서울 종로구 삼청로 30│02-3701-9500│www.mmca.go.kr│

 

 

김정원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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