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북스 심선화, 멋있게 살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경기도 의정부에 살면서 20대의 절반을 야근과 철야로 지새웠다. ‘마흔 전에 내 가게를 하고 말 거야!’ 때가 왔고, 동물 전문 책방 ‘동반북스’를 열었다. 걸어서 25분. 짧아진 출퇴근길과 길고 멋있는 하루를 얻었다.

 

      

 

 

 

나다움

누구나 ‘자기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저는 좀 일찍 안 편이죠. 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나 다운 걸 빨리 찾아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마흔 전에 내 가게를 해야지’란 꿈이 있었어요. 직장생활은 10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10년 동안 IT업계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어요. 슬슬 젊은 감각에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관리직에 대한 야망도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12년 동안 함께해온 반려견 ‘달래’가 많이 아팠어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해서 뒷바라지만으로도 벅찼죠. 가장 중요한 게 뭘까, 가장 나 다운 게 뭘까. 선택과 집중 끝에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했어요. 그렇게 여기 의정부에 ‘동반북스’를 연 지 벌써 1년이 됐네요. 특별히 독서를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어릴 때 책 대여점이나 만화방에서 실컷 놀았던 향수가 있었어요. ‘동물 전문 책방’이 된 건 달래 덕분이죠. 달래를 돌보려고 동물 관련 책을 찾아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필요한 책은 없더라고요. 나 같은 사람이 많을 텐데. 동물 책을 모아서 편집할 필요성이 있다면, 이왕이면 내가 해보면 어떨까. 서울 ‘슈뢰딩거’, 천안 ‘분홍코’, 춘천 ‘파피루스’…. 고양이 책방은 전국에 몇 군데 있는데 반려동물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책방은 아직 저희밖에 없네요. 비록 달래는 작년 9월에 제 곁을 떠났지만, 제게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해줬어요. 마흔 전에 내 가게를 하는 꿈을 이루게 해줬으니까요.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저는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둔 게 아니에요. IT업계 특성상 20대의 대부분을 야근과 철야로 보냈지만 그렇게 싫지는 않았거든요. 공대 나와서 디자이너가 됐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니까. 다만 정년 보장이 되지 않는 지금 시스템에서, 소수의 몇 명에 들기 위해 저는 치열하게 못 살아요.

 

 

 

용기와 자신감

‘나다움’을 찾았으면 나답게 살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도 있어야겠죠. 동물 전문 책방을 한다고 했을 때 안 말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직장을 그만둔다고? 그것도 개 때문에? 관두고 뭐 할 건데. 그게 되겠어? 심지어 동물을 좋아하는 반려인들조차도. 지금은 뭐 별 말 없어요.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좋니?’ 하거나 한편으론 ‘부럽다’는 반응들이죠. 왜냐면 지금도 누군가는 직장을 전전긍긍, 용기와 자신감 없이 다니고 있거든요. 어쨌거나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까 인터뷰도 와주시잖아요, 하하. 얼마 전에는 휴가 나온 건장한 군인이 오셨어요. 중학생 때 반려견 ‘콩이’를 처음 만났대요. 그때는 본인도, 콩이도 어리니까 마냥 놀기만 했는데 이제 콩이도 9살이고 본인은 군대에 있다 보니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래요. 결국 <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랑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건강 실용서 한 권을 사가셨어요. 반려견 키우시는 분들은 니즈가 정확해요. 훈련 아니면 건강(웃음)! 고양이는 좀 더 다양하죠. 소설, 그림, 에세이….

동반북스의 타깃은 30대 후반입니다. 30대 후반은 돼야 반려동물을 케어할 필요성을 느끼시더라고요. 주로 출간한 지 1년 이내의 신작 중에서 제 취향에 맞게 큐레이팅하는데, 해외 도서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알아보거나 아마존을 이용하고 있어요. SNS 피드에서 발견할 때도 있고, 출판사에서 보내주기도 하고.

발품 팔아서 구하는 거죠. 그리고 책 수익의 1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사실 책 팔아서 이 정도면 엄청난 금액이에요(웃음)! 왜 10%냐면, 동반북스에서 파는 대부분의 책이 대형 온라인서점에서 10% 정도 할인되거든요. 우리가 똑같이 10% 싸게 판다고 사람들이 여기서 책을 살 것 같진 않았어요. 그럴 거면 차라리 그만큼 기부를 하자는 생각을 한 거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제일 바빠요. 같이 영화를 본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을 하거든요. 작가는 물론 동물 관련 책을 내신 분이겠죠? 책이 출판된 시점에 맞춰서 직접 섭외를 합니다. 가게가 협소하고 거리도 있어서 10명 내외로 알음알음하고 있어요. 첫 번째 작가는 <마음을 그리다>란 그림 에세이로 유명한 김혜정 일러스트레이터였어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팬이었거든요. 책방을 열고 전시를 하게 되면 첫 번째는 이분이라고 옛날부터 정해놨었어요. 영광스럽게도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셔서 어찌나 기쁘던지. 역시 섭외는 ‘팬심’입니다(웃음). 얼마 전부터 동물 책 이외의 책도 리미티드로 선보이고 있어요. 가끔 동물책방인지 모르고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했던 거죠. 지금은 김종완 작가의 책을 진행 중인데, 이분이 한 장 한 장 직접 프린트해서 가내수공업으로 제본하는 분이거든요. 책 넘길 때 손맛이 장난 아니에요. 아마 독립 출판 취급하는 서점에 이분 책은 다 들어가 있을걸요? 이렇게 먼슬리 에디션은 역시나 팬심을 토대로 5~6번째까지 리스트를 만들어뒀습니다. 다음엔 어떤 책이 등장할지 기대해주세요. 동반북스에는 동물을 그리는 분, 동물에 대한 글을 쓰는 분, 혹은 굿즈 같은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분도 많이 찾아오세요. 이렇게 한 분 두 분 모이다 보면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동반북스만의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멋있게. ‘멋’이란 단어를 좋아해요. 별거 아닌데 멋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화려하고 돈이 많고 옷을 잘 입고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진 무언가. 저도 한 멋 하죠(웃음). 항상 주문처럼 되뇌어요. 난 멋있어. 난 멋있게 살 거야!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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