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따라 비밀산책, 서울 서순라길

종묘와 창덕궁 사이, 복잡한 종로에서 한꺼풀만 더 들어가면 아주 작고 조용한 돌담길이 나온다. ‘순라군이 다니는 서쪽 길’이란 뜻의 서순라길. 종묘와 창덕궁이 다시 이어지면 서순라길부터 왕이 행차하던 돈화문로까지 가는 발걸음도 더 가벼워질 것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타령’에 걸음을 바삐 했다. 국악 그룹 ‘이상’이 작은 마당에서 야외 공연에 한창이었다. 브런치를 즐기던 관광객,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인과 한데 어우러져 오랜만에 우리 가락에 흠뻑 취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방치되던 주유소 자리를 서울시가 매입해 2016년 새로 단장한 자연음향 국악전문 공연장이다.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양식이 혼합된 아담한 건물 안에 한옥 카페 ‘리빈’이 있고, 매월 새로운 국악 공연이 열린다. 6월엔 명인을 모시고 <국악의 맛>을 공연한다니 얼쑤,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세!

9:00~21:00(카페 리빈) │ 서울 종로구 율곡로 102 │ 02-3210-7001

 

갤러리소연카페

금속공예가 김승희 교수의 아틀리에와 갤러리를 겸한 카페. ‘작은 자연’이란 뜻의 ‘소연’은 김승희 교수의 장신구 브랜드이기도 하다. ‘금속공예’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대장간 작업부터 공부한 대한민국 1세대 금속공예가 김승희 교수의 초기 작품(1970~1988)을 모은 <눈물단지가 보물단지로…>가 전시 중이다. 6kg 쇠망치를 들고 눈물로 시작한 김승희 교수의 작품을 마음으로 감상해보자. 근래 먹은 팥빙수 중 가장 맛있는 팥빙수와 비매품이지만 한보따리 사가고픈 보리빵도 있다.

10:30~12:00 (일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49 │ 02-546-2497

 

촌스러운 안목

토르소에 걸고 있던 버튼 원피스가 너무나도 내 스타일이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연인>에 나올것 같은 느낌? 가게 안에 들어서니 벽에 붙은 ‘촌스러운 안목’이란 상호가 비로소 보인다. 이곳은 촌스러운건 모르겠고 내 눈엔 귀엽기만 한 옷을 파는 빈티지숍이다. 거의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신상을 업뎃한다. 가게를 직접 찾아준 손님에게 정을 듬뿍 담아 초코파이를 주는 점도 재미있다. 왠지 올 때마다 지를 것 같다.

11:00~20:00 (일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75 │ 010-2469-7441 │ 인스타그램 aan_mok

 

노스테라스 북카페

북카페는 더러 있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외국어로 쓴 한국에 대한 책만 모아놨기 때문. 영국 탐험가 바실 홀이 200년 전에 쓴 <10일간의 조선항해기>,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정우가 1892년 프랑스어로 번역한 <춘향전> 등 진귀한 고서는 눈으로만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아마존과 낯선 도시의 헌책방을 뒤지고 전문 딜러에게 의뢰해서 한 권 한 권 모은 책이다. 커피와 크루아상이 맛있고, 맥주도 간단하게 마실 수 있다.

2:00~22:00 │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12

 

창덕궁

우리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정도전을 비롯한 신하들이 설계한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은 왕(태종)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격무에 시달린 왕이 쉴 수 있도록 드넓은 후원과 자연에 폭 안긴 듯한 친자연적인 궁궐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후 1868년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정궁으로도 활약했다. 왕족만 들어갈 수 있었던 후원을 관람하려면 예약이 필수. 홈페이지를 통해 6일 전부터 선착순으로 받는다.

9:00~18:00 (월요일 휴무) 대인(만 25~64세) 3000원, 그 외 무료 │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종묘

한양으로 천도할 때 가장 먼저 터를 정했던 곳이 바로 종묘다. 충효사상을 근본으로 하는 조선에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는 종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일 터. 단청을 자제하고 월대를 높여 경건함과 웅장함을 강조했다. 종묘의 가운데 길은 신로(神路)이므로 밟지 않아야 한다.

시간제 관람(화요일 휴관), 토요일 자유관람 내국인(만 25~64세) 1000원, 그 외 무료 │ 서울 종로구 종로 157

 

다옴

처음엔 그릇 가게였지만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너무 남다른 나머지 빵을 팔았다가, 지금은 커피와 서양식 가정식을 곁들여 파는 곳. 파스타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곳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건 카레와 덮밥이다. 특히 ‘렌틸콩 마일드 카레’와 ‘들깨버섯덮밥’은 채식주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비건 요리. 김치도 젓갈을 넣지 않고 담갔다. 빈티지 그릇부터 도예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그릇을 취급한다.

11:00~18:00 (일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69 │ 02-780-3111 │ 들깨버섯덮밥 8000원

 

타이거타이거

런던에서 자주 가던(?) 클럽 이름과 똑같아서 무심코 들어가봤다. 웬걸, 다육이와 커피를 파는 초록초록한 카페&펍이었다. 1986년생 호랑이띠 김도훈·임민호 대표가 운영해서 ‘타이거 타이거’라나. 밖에서 상상한 모습과 2층, 3층의 풍경이 모두 다르므로 필히 확인해볼 것. 귀엽게도 음료와 다육이를 같이 사면 할인해준다.

평일·토요일 12:00~24:00, 일요일·공휴일 12:00~20:00 (매월 첫번째 월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27-13 │ 02-747-1986 │ 핑크레이디 7000원, 수제티라미수 플레인 6500원, 골든타이거더치커피 1만8000원

 

무드인디고

미셸 공드리의 영화처럼 일곱 빛깔 무지개 맛이 나는 컵케이크 가게. 수시로 만드는 수제 컵케이크와 주문제작으로 만드는 오더메이드 컵케이크 2종류로 나뉜다. 수량이 한정되어 조금만 늦게 가도 ‘오늘은 다 팔렸어요’라는 슬픈 안내를 받기 십상. 바닐라빈 버터크림을 얹은 ‘찰리 바닐라 컵케이크’와 ‘화이트 얼그레이 컵케이크’가 인기다. 1:1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하며, 주문제작은 4개 기준 2만5000원부터.

1:00~20:00 (휴무 시 인스타그램 공지) │ 010-7576-0122 │ 인스타그램 ol ve_mood_indigo

 

서울집시

두 명의 양조사가 세계를 유랑하며 실험적인 맥주를 만드는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 여행, 예술, 삶의 순간에서 영감을 얻어 ‘정글주스’, ‘광안리 프로젝트’, ‘소풍’ 등의 맥주를 탄생시켰다. 자체 양조장 없이 다른 브루어리와 컬래버레이션하는 ‘집시 브루잉’ 방식으로 만들어낸다는 점도 재미나고, 사장님의 말발(?)도 재미나다. ‘페루식 돼지갈비 튀김’, ‘오키나와 타고 라이스’ 등 안주만 먹어도 전 세계를 유랑하는 기분이다.

17:00~24:00 (월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07 │ 02-743-1212 │ 페루식 돼지갈비 튀김 1만4500원, 소풍 7900원

 

애프터워크33

대파와 마늘, 고추를 사랑하는 유기훈 대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불맛 확실하고 양도 넉넉해 의외로 남자들끼리도 많이 찾는다. 파스타와 리소토는 당연히 맛있고, 스테이크도 꽤 훌륭하다는 평. 가장 인기인 ‘마그마 리소토’와 ‘봉골레 파스타’를 주문했다. 둘 다 시원하고 얼큰하고 칼칼해서 또 낮술을 찾고 싶어졌다.

11:30~23:00 │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21 │ 070-4403-0033 │ 마그마 리소토 1만2800원, 봉골레 파스타 1만2000원

 

크레프레이

일본 하라주쿠 스타일의 크레페를 맛볼 수 있는 곳. 달콤한 디저트부터 든든한 한 끼 식사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크레페를 만든다. 일본에서는 크레페(crepe)를 ‘크레프’라 하는데, 일본인 레이 씨가 만들어서 ‘크레프레이’가 됐다나. 체인점 문의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다. 고랭지 딸기를 공수해 여름에도 생딸기를 공급하는 점이 매력 포인트!

11:00~21:00 (월요일 휴무) │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 02-763-0528 │ 딸기 마카롱크레프 5300원

 

예카페&비노

예카페는 인근 애연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서순라길 터줏대감이다. 바로 옆에 간단한 와인과 맥주를 취급하는 ‘비노’를 오픈해 그 사랑은 더욱 진해질 예정. 종묘 돌담 그늘 아래 당당히 낮술 한 잔 하는 기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를걸?

예카페 8:00~22:00, 비노 15:00~24:00 │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55 │ 02-3672-1599 │ 하우스와인 3900원, 자몽맥주 4000원

 

 

 

 

이현화 사진 문덕관 그림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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