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으로 대동단결

블로그 누적 방문객 2165만9839명(4월 말 기준). 베이킹 레시피를 아낌없이 뿌리던 베이킹파파가 경기도 양평에 ‘베이킹타운’을 세웠다. 버터크림빵을 좋아하는 비너스, 돌처럼 딱딱한 빵도 맛있게 먹으며 응원하던 아내를 위해 그는 오늘도 밀가루와 씨름하며 행복을 구워낸다.

 

▲베이킹파파 서원희

인기 블로거이자 베이커. 거칠것 없이 살다 아내 ‘비너스’를 만나 ‘베이킹파파’라는 이름 아래 베이킹으로 대동단결하는 꿈을 꾸고 있다. 시작은 디시인사이드 과자·빵갤러리였고 스승은 유튜브였다. 인기의 주된 원인으로 자신 있게 ‘외모’를 꼽는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서 ‘베이킹타운’을 짓고 전원 생활을 만끽 중.

베이킹타운|경기 양평군 서종면 도장리 202

베이킹파파의 즐거운 홈베이킹|www.bakingpapa.com

베이킹

베이킹으로 대동단결! 빵 만드는 남자 베이킹파파입니다. 서른 셋에 시작해서 이제 10년 정도 됐나요? 그전에는 빵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고 반은 백수였어요(웃음). 어느 날 아내가 넌지시 베이킹을 권하더군요. 말도 안됐죠. 저는 빵을 잘 먹지도 않았고 요리를 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오케이, 제과제빵학원에 갔는데… 어라?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몇 년을 아무것도 안 하다시피 살았는데 뭔가를 새로 시작해서 성취를 이뤄보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제가 너무 잘하는거예요. 아마 두 달 다니고 제과 제빵자격증을 땄을거예요. 그때 아내가 오븐하고 중국산 반죽기 하나, 가정용 발효기를 사줬어요. 그 없는 살림에 쪼개서. 그때부터 두평짜리 공간에서 유튜브로 전 세계 베이킹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독학을 했고, 몇 몇 베이커리에 취직하면서는 블로그를 만들고 틈날때마다 빵 레시피와 팁을 올리기 시작했죠. 누가 질문하면 댓글도 달아주면서요. 일하다 팔을 다쳤을 때, 아내가 또 권하더군요. 공방을 차려서 베이킹 클래스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아내 뜻대로 시골 농가를 알아봅니다(웃음). 가진 돈은 없고 넓은 공간은 필요하고…. 그렇게 2013년 양평 일신리에 전세로 첫 번째 공방을 열었어요. 여기 도장리 ‘베이킹타운’은 저희가 새로 지은 두 번째 공간입니다. 7주로 운영하는 제빵 정규과정과 원데이 클래스가 때때로 열리고, 고양이 네 마리와 병아리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어요.

1 빵집을 직접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두 번째 이유는 수강생과 경쟁자가 되기 싫어서다. 2 이름하여 ‘GD빵’. 지드래곤 입대를 기념해 만들었다. 3 잘 만든 식빵은 찢어야 제맛.

 

비너스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걱정도 컸죠. 그래도 저희 정모 겸 집들이에 240여 분 정도 와주셔서 내심 기대하긴 했어요. 초반엔 블로그 이웃들이 응원차 많이 오셨는데 지금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호주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분, 청산도에서 배 타고 오신 분, 부산에서 용돈 모아온 중학생…. 수강생이 원데이·정규반 클래스 합쳐서 2000분정도 되니까, 어마어마하죠. 어느 동네를 가도 저희 수강생이 하는 베이커리가 있으니까요. 다 비너스, 우리 아내덕이죠. 사실 아내는 저랑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살던 동네도, 직업도, 취미도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거든요. 1990년대 후반, 아내는 게임개발자로 일하다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쉬던 중 무료함을 달래려 ‘더 포스 커밍 (The 4th coming)’이라는 캐나다 온라인게임을 하게 됩니다. 동시접속자가 20~30명이던 아주 마이너한 게임. 저는 제대하고 용산에서 일할 때, 동네 게임방에서 이게임을 접했어요. 하필 게임방 사장이 유저였던 거죠 (웃음). 당시 ‘비너스 님’이 플레이어 랭킹 1위였는데, 바로 아내였어요. 제 아이디는 ‘seo1111’. 언니인 척 접근해서 아이템도 얻고 ‘쩔’도 받으면서 친 해졌죠. 통칭 ‘세오 언니’. 실제론 제가 4살 연하인데(웃음)…. 그동안 살아 온 인생에 비추어보건대, 아내가 없었더라면 저는 아주 처참하게 살고 있을 거예요. 빵도 아내가 좋아해서 시작했던 거고요. 제 현재 위치가 대단 하진 않지만, 이 정도도 굉장히 과분하거든요. 비너스는 항상 멀리 내다보 고, 청개구리 베이킹파파는 ‘일단 No’를 외치지만 결국 비너스가 이깁니다.

 

1 알은 작지만 예쁘니까 키우는 ‘실키닭’ 요한이와 바흐. 2 양평에서의 새 보금자리, 베이킹타운 전경. 3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는 17년 차 부부. 4 수강생이 남긴 추억이 벌써 이렇게나 쌓였다.

 

상남자

전 제 외모를 아주 좋아해요. 일단 기골이 장대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살때는 제 외모가 매우 편할걸요? 아~무도 시비를 안 걸어(웃음). 학교 다닐때부터 별로 주먹다짐할 일이 없었어요.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일단 한 수 접죠. 수업 할 때도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됩니다. 으하하하. 비너스와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던 날, 양재동 언남중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제 첫인상이 그렇게 강렬했대요. 소위 ‘상남자’를 동경하던 아내였으니, 제 외모가 빛을 발 한 순간이었겠죠? 그렇게 편하게 살던 저였건만, 최근 2년 동안 인터넷에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마녀사냥 아닌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어요. 소송도 있었고 인신공격도 많이 당했는데, 아내가 여린 사람이라 많이 힘들어 했죠. 한동안 좀비 영화를 그렇게 보더니 이러는 거예요. “좀비는 참착해. 머리 안 굴리고 한가지 욕구에 충실하잖아. 사람보다 낫다.” 다행히 재판 부에서 저희 손을 들어줘서 억울함을 덜었지만, 하나 배웠어요. 돈이 정말 다가 아니라는 것. ‘근심거리’가 없는게 진짜 행복한 거예요. 올해는 정규반 수업을 줄이고 오래 미뤄뒀던 베이킹 레시피 책집필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비너스랑 고양이들, 우리 실키닭 요한이랑 바흐랑 같이 베이킹타운에서 하루하루를 게으르고 충실하게 보낼거예요. 요청하 는 분이 많아서 제빵 정규반 외에 제과 정규반 수업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 뒤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서 밀 재배도 해볼생각이고요. 경치 좋고, 공기 좋고, 그것 빼곤 다 불편하지만 베이킹타운은 계속됩니다. 하하.

5 수업이 없는 날은 새로운 레시 피를 연구한다. 6 폭풍우를 뚫고 완성된 화덕. 이 제 화덕피자를 먹을 수 있다. 7 오직 고양이들을 위한 별채. 맘 같아선 소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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