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오글 사이

금속공예가의 근본을 지니고 제작자로 살아가며 한결같고 절제된 삶을 꿈꾸는 김동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대부분을 살아왔고, 차갑고 딱딱한 금속을 만지면서도 따뜻한 나무를 그리워하는 그는 끼어들기보다 차라리 유턴을 택하고 마는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이 ‘쓰임’을 전제로한 다정함에서 비롯하듯이. 

 

 

 

김동규
1982년생 쉬운 남자. 장인정신으로 낯설고 감성적인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이자 금속공예디자이너. 오랫동안 운영해온 블로그(blog.naver.com/rbooraza)와 인스타그램(@echohands_studio)에서 그를 만날수 있다. 대구 중구 이천로 181 3층 www.echohands.com

 

한결같음
저는 ‘툴 메이커(tool maker)’입니다. 이게 가장 담백한 텍스트인 것 같아요. 누군가 부연설명을 요구하면 ‘금속을 주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죠. 파인아트가 철학을 판다면 공예가는 ‘쓰이는 물건’을 만들잖아요. 저는 제가 쓸 것과 남이 쓸 도구를 만드니, 툴 메이커가 맞겠죠. 근본은 ‘금속공예가’ 일 겁니다. 저 스스로 이 말을 계속 지우려고는 하지만.
‘에코핸즈(echohands)’는 공예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만든 스터디그룹입니다. 졸업하고 계속 작업하는 사람이 저뿐이라 제가 계속 이 이름을 쓰고 있는데…. ‘artisan spirit’이랄지 ‘strange&sensitive’가 우리의 지향점이 라고 당당히 밝혔지만 지금 보면 참 오만하고 오글거린달까요(웃음). 현재 에코핸즈는 100% 오더메이드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의뢰를 하면 가구, 조명, 로고라벨, 주얼리 등 그것에 맞는 작품을 만듭니다. 2010년부터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가죽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쓰는 수공구와 카페 같은 상업공간에 쓰일 금속 집기나 하드웨어 작업이 한몫했죠. 얼마 전에 작업실과 분리한 쇼룸을 오픈했고, 상시판매가 가능한 소품 라인업도 구상 중입니다. 계속 시행착오 중이라 제가 금속공예가의 ‘정석’이 될 순 없어요.
‘회사 다니며 돈을 모아서 작업실을 차려야지’ 했던 선후배 중에 지금 작업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걸 보며 ‘뜻이 있다면 바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니까요. 중간에 여러 번 고비가 올 때마다 ‘이걸 안 하면 나는 뭐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나니까 이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한결같이 작업을 이어가고픈 욕심이죠.

절제
그래도 많이 한결같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심플한 삶이잖아요. 남들이랑 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만, 결국 작업실과 집을 반복하는 일이거든요. 굉장히, 지극히 패턴적인 삶. 수도사처럼 절제된 삶을 동경하고 있어요. 작업실, 집, 작업실, 집. 이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그렇던가요? ‘반경 1마일의 삶’을 꿈꿉니다. 운동은 좋아하는데 어디 다니는 걸 좀 힘들어하거든요(웃음). 여행하고 싶은 욕망이 없어요. 집에서 디스커버리 채널을 본다면 모를까. 그래서 여행가를 보면 경외감이 듭니다.
자기가 쓸 것을 자기가 만드는 것, 굉장히 소모적인 일입니다만…. 지금 쇼룸에 있는 가구와 소품은 제가 직접 만들거나 자주 왕래하는 목공방에 의뢰한 것들입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사는 삶, 이것이 제 꿈인 것 같네요. 가장 최근 작업은 쇼룸 한가운데를 차지한 월넛 바테이블입니다. 월넛과 황동, 검증된 조합이죠. 제 작업이 구조적이고 첨단 장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테크니컬한 것이라면, 황동이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가 맞을 겁니다. 적동이 무르고 좀 더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라면, 황동은 훨씬 제 뜻대로 움직여 주거든요. 만들면서 작업에 진도가 나가는 것 같고, ‘느낌이 좋다, 예쁘겠어’ 하고 짐작되는 건 분명히 황동인 것 같아요. 아, 이건 제 경험치와 관련된 문제려나요(웃음)?

말동무
제가 어려서 그런데,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만큼 혼자 오랫동안 살고 싶어요. 공예가로서도, 수컷으로서도. 아, 너무 인간미가 없나(웃음)?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외로움을 타지도 않지만, 그래도 가끔 떠들 수 있는 말동무는 있었으면 좋겠네요. 친구는 자주 안 만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로 만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거의 혼자 있어요. 일로 만나도 친해지면 친구니까 ‘친구’의 바운더리는 넓을 수 있겠지만…. 아, 내가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죠. 다정하고 싶은데. 약속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있죠, 있는데… 약속 없이 만나긴 싫은 것 같아요(웃음). 약속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 중에 김동준이라고, 도자기를 치열하게 만드는 선배가 있어요. 이 잔도 그 선배가 선물한 건데, 저는 캐러멜을 담아놓고 있네요. 이런 의외성, 좋아합니다. 여기도 보세요. 키 트레이(key tray)로 만들었지만 저는 늘 다른 용도로 쓰고 있죠.
얼마 전엔 제 SNS에 누가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5년 전에 샀는데 아직 잘 쓰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만들었던 가죽공예 툴이었죠. ‘내가 잘해오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과 ‘허튼 걸 팔진 않았구나’ 하는 안심이 들더군요.
5년 안에 아틀리에를 완성해서,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살고, 제가 작업하고, 제가 보여드릴 공간이 한꺼번에 있는. 저평가된 땅이든 건물이든 사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꾸며보고 싶어요. 막 3층에 지하실도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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