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역 온양온천시장

천안삼거리(현 회덕분기점)는 교통 요충지로 멀리 전라도와 경상도로 뻗어나가는 시발점이었다. 장이 들어서기 딱 좋은 지역인 데다 오가는 사람도 많았으니 그곳에 들어선 시장의 유명세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먼 길을 갈 때는 꼭 쉬어가야 하고, 또 쉬어가야 먼 길을 갈 수 있다. 옛날에 봇짐 싸들고 한양을 향해서 갈 때, 평길과 산길을 두루 거쳐, 걷고 걸어서, 물 있는 곳에서 목을 축이고, 집 있는 곳에서 자고 가다 보면 한 달이 넘는 긴 여정이다. 그 길 위에서 멈추는 곳은 대체로 두 가지인데, 평길에서는 길과 길이 만나는 삼거리고, 산길에서는 경사가 한번 꺾어지는 고갯마루다. 삼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장이 섰고, 고갯마루에는 어김없이 주막집이 있었다. 삼거리와 고갯마루,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그 두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곳이 천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삼거리가 천안이었고, 전라도에서 금남정맥을 넘고 경상도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멀리 드넓은 평야가 시작되는 곳이 천안이다.

천안역은 1905년 경부선의 개통으로 문을 열었다. 1914년에는 호남선도 지나가고, 1922년에 장항선(당시 충남선)까지 개통되면서, 그야 말로 사통팔달의 요충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다가 2004년 고속철 시대가 도래하면서 천안역은 100년의 영화를 뒤로하고 특급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니, ‘천안아산역(온양온천)’의 탄생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역 이름이 제일 길지 않을까 싶다. 천안과 아산의 분쟁으로 2년 이상 역명을 정하지 못했던 우여곡절이 그렇게 긴 이름을 낳았다. 82세에 돌연 가출한 레프 톨스토이가 기차를 타고 가다 내린 철도역 아스타포보. 거기서 톨스토이는 역사의 작은 방한 칸에서 고열에 시달리다 일주일 만에 객사 했다. 그런 사연으로 아스타포보역은 훗날 ‘톨스토이역’으로 개명되었는데, 그 역 이름에 추억이 있고, 어떤 인생의 종착(終着)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천안아산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면 온양온천역이다. 역의 왼편으로 온천이 즐비하고, 큰길을 건너면 온양온천시장이다. 이곳은 5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인 상설시장으로 아산에서 제일 크다. 4일과 9일에는 오일장이 더해져 역 주위로 노점이 늘어선다. “온양온천은 1960~70년대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어요. 신랑신부들이 와서 먹고 자고 온천하고, 평생 한 번 쓰는 거라, 패물과 옷가지와 부모님 선물을 몽땅 사가지고 갑니다. 얼마나 장사가 잘되었겠어요? 흥청망청 돈이 돌던 전성기였지요.” 김승태 상인회장의 말이다. 신혼여행지가 제주로 바뀌면서 시장은 상당히 위축되었지만, 서울발 전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시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샘솟는 거리, 맛내는 거리, 멋내는 거리.

‘샘솟는 거리’는 시장 초입에서 300여m에 펼쳐진 제일 긴 구역이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화류를 판다. 입구에 족욕을 할 수 있는 ‘건강의 샘’이 있어서 쉼터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물이 얼어 겨울철에는 쉰다.

‘맛내는 거리’는 말 그대로 먹을 것 천지다. 소머리국밥을 파는 ‘새벽집’이 유명하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다 6년 전에 오픈했다는 주인 양미순 씨(57)는 “남보다 더 여러 번 끓여서 기름기를 완전히 빼고,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비결”이라고 했다. “처음엔 새벽에 문을 여느라 고생도 많이 했는데 손님이 안 와요, 왜 그런가 했더니 전부 온천에 가 있는 거예요. 관광객들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도 일단 일어나면 온천부터 하고 밥을 먹어요.” 그래서 새벽집 입구에 ‘새벽엔 안 열어요’라고 써 놓 다. 8시 넘어야 연다. 삼색호떡과 홍두깨 칼국수, 콩나물 떡볶이집이 시장의 명물이다. 삼색호떡집은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한 아주머니가 “호떡집에 불났네” 하고 지나간다. 하나에 1000원씩 하는 호떡은 복분자, 단호박, 시금치를 넣어 만든 3종류로 붉고 노랗고 푸른빛을 띠어 삼색이다.

 

 

 

이광이(동화작가) 사진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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