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보다 헌것, 재생산보다 오리지널

영화 마케터에서 패션디자이너, 가구디자이너까지 직업을 세번이나 바꾼 용감한 여자, 신민정. 만들기, 고양이, 빈티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하이엔드 펫퍼니처 ‘핸드크라프트’를 론칭했다. 아버지를 닮아 까탈스러운 취향을 가진 그녀의 가구는 그 어떤 까탈스러운 고양이도 만족시킨다.

 

 

 

 

만들기

안녕하세요, 핸드크라프트(www.hand-craft.co.kr) 오너이자 목수 신민정입니다. 사람 가구에도 잘 쓰지 않는 최상급 재료로 반려동물 장난감, 생활용품, 가구를 만들어요. 연극영화 전공을 살려 영화 마케팅 일을 했었는데 너무 소모적이더라고요. 고민 끝에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어요. 영화로 박사학위를 따서 대학교수에 도전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막상 파리에 도착해서는 패션 디자인스쿨에 입학원서를 낸 거예요. 여태했던 영화 공부를 프랑스어로 또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든 거죠. 워낙 옷과 영화를 좋아했기에 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과제를 하면서도 참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그렇게 ‘스튜디오 베르소(Studio Berçot)’를 졸업하고 드민(DEMIN)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했지요.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취미로 목공을 배웠는데 세상에, 또 너무 재밌는 거예요. 디자인만 계속 ‘뽑아내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가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시작해서 끝낼수 있으니까요. 만족감이 훨씬 컸죠. 그렇게 가구디자이너 겸 목수가 세번째 커리어가 됐네요. 옷을 만드는 것과 가구를 만드는 것이 물성은 달라도 비슷한 점이 많답니다. 저는 사용자가 편한 가구를 추구해요. 재미있게도 옷을 만들 땐 정반대였어요. 예쁘려면 다소 불편하고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가구도 아름다워야죠. 그렇다고 장식성을 위해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집어넣지는 않아요. 100% 오더메이드라 수입은 들쑥날쑥해요. 그래도 회사 다닐 때보단 덜 지치고 마음이 편하답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다행이죠(웃음)?

 

고양이

저의 또 다른 직업은 ‘고양이 집사’랍니다. 집에서는 유러피안 숏헤어 봉봉과 사바나캣 연아를 돌보고, 공방에서는 최근에 식구가 된 아기고양이 참, 단, 호두를 돌봐요.

제가 덕질(?)하는 게 좀 많은데(웃음), 1세대 웹툰작가 스노우캣의 광팬이에요. 그분이 초창기에 그린 생활툰을 보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그렇게 프랑스 입양보호소에서 저의 첫 고양이 봉봉을 만났어요. 화이트데이에 입양해서 ‘Bonbon(캔디)’이랍니다. 봉봉이에게 ‘꼭 캣타워를 사줄게’ 약속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맘에 드는 게 없는 거예요. 눈에 안 차는 걸 집에 들일 순 없으니까(웃음)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주마!’가 된 거죠. 이렇게 고양이 전문가구 ‘핸드크라프트’ 가 탄생했네요.

시작은 고양이 가구였는데 제가 쓸 가구도 만들다 보니 사람 가구도 종종 주문이 들어와요. 보시면 알지만 고양이 가구라고 딱히 더 귀엽게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대신 반려동물의 성향과 크기, 성격에 따라 높낮이나 견고함 등을 세세하게 조정하죠. 원래 있던 가구들과의 어우러짐도 매우 중요하고요. 개인적으로 티크(Teak)를 선호하는데 수종 자체가 고가라 주문으로 이어지긴 힘들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재즈’에게 선물한 고양이 식탁이에요. 북유럽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부부네 고양이인데, 오랫동안 ‘랜선이모’를 하다 재즈 생일에 월넛으로 식탁을 만들어줬죠.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얼마 전에 저세상으로 갔어요. 집으로도 초대해주셔서 ‘언젠가 가야지’ 차일피일 미뤘었는데…. 그렇게 예뻐하면서도 왜 한 번도 보러 가질 않았을까, 참 많이 울었어요.

 

빈티지

새것보다 헌것, 재생산보다 오리지널을 좋아합니다. 이런 취향은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꼭 빼닮았어요.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자라온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도 그렇고 거리의 모습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계속 보고 자라온 것들이 생각보다 평생을 관장한달까? 아버지가 해외출장을 다녀오시며 사온 빈티지 스탠드나 그릇,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수입 모양자나 컴퍼스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쇼핑에 더 까탈스러웠죠(웃음). 요즘은 1950~1960년대 데니시 모던 스타일 빈티지 조명에 푹 빠져 있어요. 자주 가는 곳은 ‘더 올드 시네마(www.theoldcinema.co.kr)’.
일하는 틈틈이 빈티지숍을 둘러보고 새로운 숍을 발굴하는 게 낙이죠.

요즘 한창 집수리 중이거든요. 그냥 한번 둘러보는 마음과 뭔가를 사려고 둘러보는 마음은 참 다르잖아요? 전자는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평소에 우연히 발견한, ‘내 거다’ 싶은 물건을 만나면 반드시 삽니다. 그렇게 사지 않으면 예쁜 물건을 가질 수 없어요(웃음). 앞으로 몇 년 안에 제 모든 취향을 오롯이 담은 아주 작은 공방을 열고 싶어요. 서울에서 오가기 편한 곳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사람들이 원데이나 투데이 정도로 소화할 수있는 작은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그런 가게요.

 

 

 

이현화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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