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이로 색이 번진다, 이순화

나무와 나무가 만나 숲을 이루는 것처럼 그의 작품 속에서는 색과 색이 만나 나무를 이룬다. 햇살 가득 따뜻함까지 더해서.

 

 

 

1972년 미국 일리노이 퀸시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1974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미국 퀸시대학교 갤러리에서 첫개인전을 연 이래 서울과 이탈리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2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에서 22년간 초빙교수로 강의했으며, 한국미술협회 여성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Harmony 53×45.5cm, Mixed Media

 

나무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소녀는 나무를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1960년대 후반, 화가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공원. 6·25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과 들에 익숙한 그에게 자연이 만든 울창한 숲은 경이로움 그 이상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무가 작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소재와 기법, 장르 등 화가로서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 마음이 모아지는 건 어떻게 나무를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까였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진 않았다. 나무가 이토록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바로 그 순간의 찬란함과 벅차오름을 담고 싶었다. 작가가 까다롭게 색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화와 아크릴 물감, 롤러를 이용해 칠하고 덧칠하기를 반복하는 작업,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계산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색감을 맞춘다는 사실이다. 강렬한 붉은색은 항상 밑에 깔린다. 덕분에 따뜻한 기운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도 그에게는 훌륭한 미술도구다. 빗이나 나이프, 실리콘 주걱 등 뾰족한 것은 뾰족한 대로, 부드러운 것은 부드러운 대로 덧칠한 색을 긁고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밑색을 끌어올린다. 동양화에서나 드러나는 색의 번짐이 작품 곳곳에 표현된 것도 흥미롭다. 오일과 물감의 농도 조절이 최고 관건. 덧칠과 동시에 은은하게 번지는 색은 화폭 위에서 아지랑이 피어나듯 춤을 춘다. 매혹적인 색과 색이 만나 이룬 나무, 나무와 나무가 만나 이룬 숲, 그 속에서 작가는 매일 치유의 즐거움을 느낀다.

 

 

김정원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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