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가 탐방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채택된 백련막걸리는 3대째 이어온 신평양조장의 자랑이다. 이곳의 긴 생명력은 뛰어난 맛,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빚어낸 술도가 정신에서 비롯됐다. 

 

 

 

고집스러운 제조 과정, 기분 좋은 한 모금
충남 당진시에 자리한 신평양조장은 1933년 부터 술을 빚기 시작해 1대 할아버지에서 2대 아버지를 거쳐 현재 3대까지 명맥을 이어온 술도가다. 3일 정도 배양한 쌀누룩에 효모를 넣고 다음 항아리에 담아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 지에밥과 연잎을 섞은 뒤 두 차례의 숙성 과정을 거쳐야 탄생하는 전통주다. 현재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교 대표는 “큰 공정시설을 갖춘 양조장의 경우 대부분 수입쌀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무조건 국내산 쌀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젊은 피를 수혈한 백련막걸리
김 대표는 가업을 물려받기 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제조업만 해오던 양조장에선 사업을 확장할 주체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가업의 번영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많은 사람이 막걸리를 접할 수 있는 문화체험장인 ‘백련원’을 개관했다. “성인만 백련원을 방문하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의 화학 동아리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막걸리 발효 과정을 실험하고 돌아갔어요.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류 동아리와 협업해 해외에서도 찾아 옵니다.” 많은 이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백련원의 성공으로 신평양조장은 서울에도 이곳의 술을 마실 수 있는 주점 ‘셰막’을 운영하고 있다.

 

김동교 대표는 밤낮없이 막걸리 연구에 매진하며 신평양조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한 다짐
막걸리는 지난 1970년대만 해도 국내 주류시장의 74%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1990년대에 이르러 5% 이하로 그 세가 떨어졌다. 농경사회의 축소는 막걸리 판매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김 대표는 막걸리 산업의 재부흥과 농경사회의 동반 성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미약하지만 입지가 좁아진 농경 지역을 돕고자 좋은 쌀을 찾아 협약해 좋은 막걸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신평양조장의 수장으로서 제품 개발과 사업가로서의 갈림길에 서 있는 그는 “무한정 하나의 일을 반복하며 그 일에 통달한 장인보단 다양한 경험을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지금 세대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사업이 안정되면 세계를 돌며 몰랐던 주류 기술도 배우면서 최종적으로 막걸리의 맛을 진화시키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밝혔다.

연잎의 향기를 담은 우윳빛 막걸리
백련막걸리를 시음했다. 걸쭉함보단 깔끔함이, 텁텁함 대신 연잎의 향긋한 내음이 혀를 적시며 깜짝할 사이 목구멍으로 흘러 행복감을 선사했다. 가히 차별화된 맛이다. 김 대표는 “매주 화·수·목요일엔 쌀누룩을 만들며 매일 오전 당일 출하되는 막걸리를 관리하기 이른 시간부터 작업을 시작한다”라고 바쁜 일정을 공개했다. 기자가 방문한 명품 술도가의 3대 대표의 정신은 고집보단 소통에 가까웠고 더 나은 결과물을 얻으려는 변화의 근거는 타당하다. 명품을 좌우하는 척도는 창조자의 정신에서 시작하기에 신평양조장은 그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취재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갑자기 취기가 돌며 졸음이 쏟아졌다. 역시 낮술은 위험하다.

 

지에밥을 짓는 과정은 막걸리를 지을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순간이다

 

가족 놀이터가 된 백련원
346㎡ 규모의 백련원을 천천히 둘러봤다. 최대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이곳은 막걸리 빚기와 누룩전, 칵테일 막걸리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가까워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이 홈페이지 또는 전화를 통해 예약한 뒤 방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린 자녀를 둔 30대 부모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직접 담근 막걸리도 마셔보고 미성년자는 누룩쌀로 만든 전을 먹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평양조장을 찾으면 갓 생산된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서 내놓는 술은 4종류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된 ‘하얀연꽃 백련막걸리’(Snow)와 풍부한 연잎 맛이 일품인 ‘하얀연꽃 백련막걸리(Misty 500)’, 장기간 숙성 후 맑은 부분만 걸러 낸 ‘생약주’, 살균 처리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하얀연꽃 백련막걸리(Misty 살균)’가 있다.

오늘만큼은 나도 막걸리 소믈리에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 종류는 막걸리 빚기(단양주 빚기)와 막걸리 소믈리에 클래스, 증류주 체험, 누룩전 빚기다. 실제 막걸리 제조 과정을 엿보고 배울 수 있게 참가자들은 지에밥을 쪄서 식힌 다음 누룩을 빚고 술을 만들어보는 신나는(?) 경험을 할수 있다. 미성년자라면 누룩전을 만드는 체험을 해보자. 고소한 누룩으로 전을 만들면서 ‘나도 얼른 성인이 되겠다!’는 가열찬 열망도 얻어 갈 수 있다. 물론 역사가 깃든 이곳의 전경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된다. 막걸리 칵테일을 만드는 이벤트도 열고 영어 서비스도 제공하니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함께 방문해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을 알려보자.

 

취재를 하며 한모금씩 마셔봤지만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맛있었다

 

고즈넉한 전통의 멋, 보이는 모든 것이 작품
제조공정실 옆, 80년 넘게 백련막걸리와 함께한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다. 옛것이 지닌 성숙함은 현대의 것은 흉내 낼 수 없는 기품이 담겼다. 물론 과거와 달리 기계식 장비가 숙성과 생산을 도맡지만 신평양조장의 항아리가 품은 상징성에 비할 순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곳의 막걸리는 수많은 과정 대부분을 사람의 손으로 제조한다. 김 대표는 “술을 만들때 몸이 편하면 좋은 맛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의 손맛이 담긴 작은 양조장의 술이 맛있고 특별하다”면서 백련막걸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평양조장의 즐길 거리

칵테일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은 관객의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주 체험시설 백련원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민 장소가 아니다. 독특한 전통주를 빚는 체험을 비롯해 SNS에 올리면 반응이 후끈할 콘텐츠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신평양조장


연혁 2009년 청와대 만찬장 막걸리 선정,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 수상, 2013년 런던주류품평회(IWSC) 동메달 수상, 대한 민국 우리술 품평회 ‘약주’ 부문 장려상 수상, 2014년 백련 맑은술 대기업 사장단 만찬주 선정
충남 당진시 서평면 신평로 813
041-362-6080
http://koreansul.co.kr

 

 

 

유재기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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