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지켜보게 만드는 행위예술의 매력, 성능경

신문을 조각조각 잘라내고, 특정인의 사진에 테이프를 붙이고, 온몸을 활용해 잡지의 위치를 바꾼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1세대 개념미술 작가로 평가받는 성능경. 일반적으로 개념미술은 완성된 오브제보다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 사조를 일컫는다. 성능경은 우리나라에 개념미술이라는 용어와 정의가 미처 확립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행위예술을 펼쳐왔고, 대표적인 작품이 <신문:1974.6.1. 이후>, <특정인과 관련없음>, <신문읽기> 등이다. 언론통제가 심했던 유신체제에서 신문을 면도칼로 오리고 버리는 행위는 자칫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작가는 멈추지 않았다. 진실이 가리키는 나침판을 따라 예술을 펼치겠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그저 현실을 반영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사회·정치적 비판과 풍자가 된 그의 퍼포먼스. 모기소리만큼 작은 저항이지만 예술이 충분히 관객과 소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당대의 미술 흐름을 따르지 않고 물질성이 없는 것을 추구했던 그의 활동은 미술계에서 천박한 것으로 취급받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없음’ 여김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머릿속에서 날뛰는 무한한 상상과 예술로 풀어놓고 싶은 욕구,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 주는 행복이었다. 이제 개념미술은 현대미술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무시를 견디며 치열하게 쌓아온 작가로서의 활동도 재평가되고 있다. 올해 일흔넷, 그러나 나이는 결코 작가의 열정을 꺾지 못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넘친다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 그까짓 것, 푸지게 퍼져 있는 게 예술이다!

 

1967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196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작가초대전에 처음 참여했고, 1974년 <신문 : 1974.6.1. 이후>, 1977년 <특정인과 관련없음>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01년 <예술은 착란의 그림자>, 2015년 <한국미술의 거장 3인의 동거동락(同居同樂)>, 2016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등에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쳤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오는 2018년 1월 21일까지 <역사를 몸으로 쓰다> 전시회를 개최한다. 신체와 몸짓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역사·문화적 맥락과 관심을 어떻게 드러내왔는가를 다루는 국제 기획전으로 성능경을 비롯해 백남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오노 요코 등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퍼포먼스 작품 총 70여 점을 볼 수 있다.

 

위치 각 47.2×26.2cm, 197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냉담한 미술계로부터 소외받으며 예술을 지속해야 하는 참담함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유일한 건축미술전문잡지 <공간>의 위상과 제자리를 의심하며 그 정체성을 묻고 있다.”

 

신문:1974. 6. 1. 이후,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언론 통제가 심했던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행위. 스스로 검열관이 되어 사전 검열이 아닌 사후 검열을 하고 있다.”

 

 

김정원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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