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처럼 선비여행

낯설지만 신기하고 즐거운 여행, 나만 몰랐던 향교·서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진주에 가면 선비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는 진주향교가 있다. 고즈넉한 향교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곳에서 공부했을 젊은 선비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남강을 따라 떠나는 선비들의 유유자적’이라는 테마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향교·서원이 여행지라고? 템플스테이는 들어봤지만 향교·서원 스테이는 뭘까? 향교·서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홈페이지(www.opc.
or.kr)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가까운 향교·서원 프로그램에 문의 후 참여해보자.
향교(鄕校)는 고려 성종 6년(987)에 향학당(鄕學堂)으로 시작되었고 고려 말에는 사교당(四敎堂)으로 개칭하였으며 조선 태조 7년(1398)에 관학(官學)의 역할을 하게 된다. 향교는 지방에 설립된 국립교육기관으로 천년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창건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진주향교에 관한 문헌을 살펴보면 고려 초에 설립되었음을 알 수 있어 향교 중에서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진주향교의 건축물을 살펴보면 대성전(大成殿), 동무(東廡), 서무(西廡), 내삼문(內三門), 명륜당(明 倫堂), 동재(東齋), 서재(西齋), 사교당(四敎堂), 풍화루(風化樓) 등이 있어 큰 규모의 학교였음을 알 수 있다.

선현의 지혜를 배워보는 고유례(告由禮)
향교여행 첫 순서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아름다운 의식, 고유례 체험으로 시작한다. 고유례란 나를 돌보는 조상과 성현에게 예(禮)를 올리는 시간이다. 하늘을 향하고 땅을 보며 사람을 위해 향을 피우고 성현과 스승께 절을 한다.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경건해지는 시간이 된다. 고유례 순서는 단순히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헌관과 집사자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전통을 스스로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는 성균관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또는 성균관대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 때만 고유례를 볼 수 있다.
고유례를 마친 다음 사교당(四敎堂)으로 자리를 옮겨 진주향교 전교님과 함께 향교와 공자님, 그리고 선비문화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진 후 가호서원으로 향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정문부를 모시기 위해 세운 가호서원은 충의사, 장판각, 북관대첩비, 유물전시관 등이 있으며 충의사와 정문부 농포집 목판은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가호서원에서는 박수관 명창의 신명 나는 특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원 마루에 앉아 박수관 명창이 들려주는 백발가, 영남모노래, 상여소리, 장타령 등을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절로 흥이 났다. 동부민요는 태백산맥의 동쪽 지방인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지역에서 불리던 노래로 박수관 선생님은 동부민요의 대표 명창이시다. 당대 최고의 명창과 함께 우리나라 민요 가락에 취해 풍류를 느껴보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특강이 끝난 후에는 곱게 차려진 5색 송편을 눈으로 입으로 호사를 누린다.

 

민족의 충절을 되새기는 진주남강유등축제
저녁식사 후 해 질 무렵 축제가 열리는 남강으로 향했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 물결과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강의 도시 진주는 민족의 충절이 서려 있는 고장이다. 남강 절벽 위에 세워진 진주성은 김시민 장군이 1592년 임진왜란 때 3800여 명의 적은 군사로 3만여 명의 왜군과 맞서 치열하게 싸웠던 진주대첩의 역사적인 장소다. 후일 진주 사람들은 진주성에서 국난극복에 몸을 바친 순국 선열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남강에 등을 띄웠고, 이 전통이 이어져 대한 민국 대표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음 날 아침 반성시장에 들러 국밥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현지인들의 전통시장을 구경 했다. 시장 이름이 착해서인지 소박하게 좌판을 연 사람 들의 풍경이 따뜻하다. 다음 여행지는 서산서원이었는데 전통 춤과 논어 이야기, 그리고 다례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서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감동이 인다. 외로운 시름이 사라지며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차를 즐겨 마시던 선비는 누구였을까? 우리 선조들이 추구하던 선비란 단순히 학식이 높거나 관직에 높이 오른 권력가가 아니고 성품이 올곧은 사람, 사람다운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선비’ 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만든 <용비어천가>에 최초로 등장한 순우리말로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진주에 와서 선비가 되어 남강을 따라 여행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번잡한 생각은 어느새 훌훌 날아가고 서두름이 없는 평온한 여행이었다.
진주향교 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내가 되고 네가 된다면 우리의 인생길이 꽃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기 이익만을 바라지 않는 선비 같은 사람들과 나의 인생길, 꽃길만 걷고 싶다.

 

진주향교에서 향교스테이 체험을 하고 싶다면
경상남도 서부의 교육 중심지인 진주에는 그 뿌리에 많은 인재를 배출한 진주향교가 있다. 이곳에서는 문화관광 프로그램 이외에 청소년 인성교육과 유교아카데미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www.jinjuhg.kr

 

 

2017 향교·서원 문화관광 프로그램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단장 최영갑)이 주관하는 유교지원국고보조사업 ‘2017년 향교·서원 문화관광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향교와 서원을 문화체험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며 유교문화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야심차게 마련된 문화관광 프로그램이다. 향교·서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른 먹거리, 볼거리를 접목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공모해 선정한 향교·서원 15곳을 지원한다. 이곳에 문화관광 진행이 가능한 청년유사와 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전국의 향교, 서원이 문화관광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여건을 마련하는 기틀이 되고자 실시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향교와 서원은 외국인 대상의 한국적인 관광자원으로 개발돼 지역 및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www.opc.or.kr

 

 

글 ·사진 양소희 협조 진주향교,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양소희 작가는 여행 전문 작가로 TV와 라디오에서 여행 관련 방송을 하고 있다.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문화관광 프로그램 연구원, 관광 약자를 위한 서울 관광환경 조성 민관협의체 위원, 전남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자문위원, 보령시 대표음식문화개발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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