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식채널e>의 시초, 김진혁 교수

지식은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인포테인먼트 방송의 선구자인 김진혁 교수는 모두가 그런 삶을 살길 바라고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어진 정보를 바르게 소화하는 데 달렸다.

 

김진혁 교수는 2013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의 교수(학과장)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진 EBS <지식채널e>의 연출을 맡은 PD로 활약한 바 있다.

대학 시절 기자는 5분도 채 안 되는 한 교양 프로그램에 넋을 뺏겨 시청한 기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EBS의 <지식채널e>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제작하고 있는 지식 다큐멘터리로 자연·과학·사회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일주일에 세 편씩 5분 동안 방영한다. 당시 시청한 에피소드는 ‘우주 탐험의 또 다른 역사’로 지난 1969년 인류의 달 탐사 과정의 성공 신화를 보여준 회차였다. 그러나 우주 탐사 이전에 수많은 동물과 곤충을 우주에 보내고 생체실험을 하며 거둔 성공 뒤의 이면을 보여줘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처럼 <지식채널e>는 하나의 정보를 여러 갈래로 생각하게 해주는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그 뒤엔 연출자 김진혁이 있었다.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어쩌다 어른>과 같은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방송의 합성어)의 초석을 다진 그는 “지식을 통해 머리를 꽉 채우지 말고 가벼움을 느끼며 자유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의 사전적 용어와 상반되는 역설적 표현. 그와 함께 지천에 널린 모든 지식의 이면을 살펴봤다.

 

Q 가히 지식 열풍의 시대가 열렸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가 트렌드다. 인문학 열풍으로 대변된 그 흐름이 최근 지식 프로그램으로 이동한 거고, 두번째는 미디어나 출판계가 지식 콘텐츠로 이익을 얻고 있기에 밀고 나가는 거다. 전체적으로 봤을땐 유행처럼 보이겠지만 그 위에 가려진 다른 차원에 있다고 본다. 과거 <지식채널e>를 제작할 때 고민하던 지점 중 하나가 알아두면 유익함을 얻을 수 있는 지식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었다. 즉 대중이 앞으로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가장 큰 힘이 지식임을 깨닫는 과정에 달렸다는 의견에 큰 무게를 두려 한다.

Q 그러기엔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느낌이 강한데?
1990년대 후반 EBS에서 방영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그것 역시 정보와 재미를 가미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때는 그 방송을 지식이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현재의 지식 채널 원조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다(웃음). 다만 과거와 달리 지식인의 생각이 궁금하기보단 우리가 원하는 지식을 그들에게서 들을 수 있느냐로 옮아갔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1980년대의 독재 정권에서 1990년대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재의 지적 민주주의로 변화한 흐름도 많은 지식을 습득하려는 대중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Q <지식채널e>의 에피소드 중 인상 깊었던 편은 무엇인가?
‘68혁명’(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회 변혁 운동을 다룬 에피소드)이 기억에 남는데 좋아서가 아니라 너무 힘이 들어서다(웃음). 다루기 민감한 문제였고 전문가들이 시청해도 욕먹지 않도록 빈틈없이 만들어야 하는 중압감도 컸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담기 애매해서 2부작으로 늘렸는데 아무리 수정을 해도 성에 차지 않았다.

Q 팩트 체크에 실패한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제작자 입장에서 에피소드에 담긴 의미나 아이템을 다룰 땐 의견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의 팩트가 잘못됐을 땐 시청자에게 신속하게 사과한다. 실제로 팩트가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바로 정보를 고치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Q 미디어의 정보가 잘못될 경우 파급력이 만만찮을 것이다.
지식이 수용자 중심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그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만 찾아볼 확률이 높다. 그때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경우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반드시 셀프 검열이 필요하다. 실제로 트위터나 SNS에 돌아다니는 정보 중 오류가 있는 게 많다. 그렇다고 공영 방송에서 나오는 정보만 믿으라는 건 아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렇게 SNS 플랫폼의 정보를 탓하던 주류 방송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다들 SNS를 사용하며 기사를 만들고 있다. 구주류 플랫폼이 신주류에게 밀린 거다.

Q 셀프 검열이 쉬운 건 아니다.
자신만의 큐레이팅 능력이 필요하다. 평소 기사를 읽다 보면 자신의 관심사 중 빈약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 부분을 다른 채널에서 찾아 보완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학생 식당에 가면 음식이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우선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내가 어떤 맛집을 찾아가거나 재료를 통해 무언가 만들어 먹으면 귀찮게 느껴진다. 이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태도다. 돈만 지불해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을 경우 우리는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음식을 만들면 셰프가 된다. 후자의 경우처럼 움직일 경우 논지를 확장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

Q 자신만의 지식 소화법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미디어가 정보를 쏟아낸다. 이걸 능동적으로 이용하면 질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 가령 손석희 앵커를 좋아한다고 그가 하는 모든 말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그가 전하는 정보의 일부를 기존 지식과 함께 소화하는 거다. 나름대로 얼개를 만들어 A에서 얻은 정보를 B에서도 찾아보며 탄탄한 지식으로 만들어보자.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미디어가 사용하는 언어는 알아둬야 한다. 매스미디어와 관련한 용어와 정보를 틈틈이 봐두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학창시절때 ‘꼬장거린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 그게 바로 앞서 말한 비판적 사고다. 자극만 받고 흘려버리면 쉽게 기억이 안 나지만 비판적 사고가 습관이 되면 지식의 주인이 된다. 요즘 기사를 보면 제목만 보고 댓글을 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게 틀린 게 아니다. 이미 댓글에 해당 기사에 대한 정보와 각기 다른 생각들이 담겼다. 꼭 댓글만 믿으라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나만의 얼개를 찾으며 셀프 검열을 해보는 자세도 얻어갔으면 한다.

Q 인포테인먼트가 인간이 사고할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까?
수년 전부터 그런 말이 많았다. 그러한 우려와 달리 최근 방영해 인기를 얻은 <알쓸신잡>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요소보다 정보전달에 집중하며 제 역할을 한 좋은 예라고 본다. 되레 걱정되는 건 과거의 플랫폼을 고수하는 언론사와 출판계다. 수많은 미디어가 변화를 감지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때 그들은 신사업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 물론 노력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과거 방송사들의 9시 뉴스를 시청하면 여러 가지 섹션을 반복해 보여줬다. 깊이는 없지만 그시절엔 그 방식이 맞았다. 그러나 현재는 하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컨텍스트(맥락)를 깊게 파고드는 추세다. 맛없는 수십 가지 메뉴를 파는 음식점처럼 콘텐츠를 운영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물론 그 틀을 깨기엔 넘어야 할 상황이 많다는 것을 안다.

Q 소화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추천해달라.
<지식채널e>를 추천한다, 하하하. 제작진이 완벽한 지식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 한 달을 매달려 5분짜리 방송으로 만든다. 마치 학원 강사가 자신을 홍보하는 멘트 같다(웃음). 실제로 그 방송의 근본적인 목표는 대중에게 결론을 주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생각을 열게 하려는 게 취지였다.

Q 긴 연휴에 접하면 좋을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우선 스스로가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이때 인지심리학 서적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여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많은 이에게 추천한다. 물론 오해받기 딱 좋은 책이다(웃음). 미국 민주당 선거의 전략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걸 배제하고 읽는다면 우리 뇌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를 하는지 경험할 수 있다.

Q 지식의 가장 큰 매력을 무엇으로 보는가?
자유로움이다. 그게 반드시 행복과 즐거움은 아닐 수 있지만 내가 몰랐던걸 깨닫고 답답함을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다. 지식을 통해 살이 찌는 게 아니라 담백해지고 가벼워질 수 있다. 덜어냄의 미학, 그 자체가 지식이다.

 

 

유재기 사진 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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