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 : 소유] 소유욕 에피소드

빛깔도 영롱한 모래알이여

“27살, 나는 인도에 있었고 아주 아름다운 모래를 봤다. 그때부터 세계 각지의 ‘모래’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집한 모래는 장소를 써서 작은 유리병에 보관한다. 사실 그냥 유리병이 아니라 주사약을 담는 작은 공병이다. 옛날 종로 뒷골목 의료기기 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200개 정도 충동구매했다. 지금까지 40개 정도 모래병을 채웠다. 지인들이 여행 기념품으로 ‘자, 모래야’ 하고 갖다준 것도 많다.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 제주도 모래들인데, 그중에서도 우도 모래를 가장 아낀다. 여러 가지 조미료를 섞어놓은 것처럼 다양한 색깔이 영롱하게 빛난다.”
오진민 모래를 수집하는 포토그래퍼 남은 것 40개의 모래병, 160개의 빈 모래병

 

내 영혼의 조각들

“나에겐 조금 특이한 버릇이 있다. 사실 특이한 줄 몰랐는데 주변에서 특이하다고 하도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중이다. 내가 찍힌 사진은 무조건 전부 갖고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설령 뒷모습만 나왔더라도, 엄지발가락만 살짝 걸쳐 있더라도 전부. 외출하고 돌아오면 친구들에게 그날 찍은 사진을 남김없이 보내달라고 한 다음, 날짜별로 폴더에 넣어 이중으로 백업해둔다. 찍힌 기억이 있는데 리스트에 없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 받아낸다. 그렇다고 딱히 그 사진들을 자주 들춰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두발 뻗고 편히 잠들 수 있을 뿐이다.”
양승민 미신을 잘 믿는 건축가 남은 것 20TB 사진, 감정 상할 뻔한 교우관계

 

예비 아빠가 사는 법

“‘유부남이 사는 법’이란 플레이스테이션 광고를 봤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소니 PS4 프로’를 지르고 있었다. 그것도 일시불로. 어린이집 교사인 아내는 늘 상냥하지만 화나면 나를 어린이 처럼 다룬다. 정말 무섭다. 그래서 우기기로 했다. ‘리노(아기 태명) DVD 보여주려고 산 거야.’ 그렇다. 나는 12월이면 아빠가 될 몸인 것이다. 만화의 ‘ㅁ’자 정도만 알던 아내는 이제 아침마다 1990년대 만화주제곡 메들리로 태교를 하고, 곧잘 나와 월광보합(옛날 오락실 게임기)으로 ‘슈퍼팡’을 한다. 이렇게 부부는 닮아가나 보다. 참고로 ‘리노’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따왔다. 델 피에로 포에버!”
장주영 게임과 축구를 좋아하는 IT엔지니어 남은 것 소니 PS4 프로, 월광보합, 곧 날아올 카드명세서

 

우체통 찍는 남자

“내겐 의무가 있다. 예쁜 우체통을 보면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의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여 년 전,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대만, 독일, 제주…. 우체통에는 이름 모를 주인의 혹은 주민의 손때가 묻어 있다. 사연도 담겨 있다. 생각 해보니 뭔가 규격화된 것,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사위라든가, 스노볼이라든가. 우체통도 마찬가지다. 크기도, 모양도, 국적도 다르지만 편지나 엽서 따위를 넣는 작은 입구와 소포를 꺼낼 수 있는 커다란 입구가 공존한다.”
서경수 아름답게 낡는 것을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남은 것 수백 장의 우체통 사진, 언젠가 사진전을 열 것이란 기대

 

놓을 수 없는 아이린 닮은 그녀

“1996년, 강남역 ‘딥 하우스’에서 만난 그녀. 뉴욕제과 앞에서 만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연애가 시작됐다. 우연히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 한턱 쏘려는데 몰래 뒷주머니에 현금을 꽂아주던 센스 있는 그녀. 그녀와 헤어진 뒤, 울적한 마음에 혼자 정동진에 갔다. 새벽 3시부터 기다려 해돋이를 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데…. 거짓말처럼 그녀와 마주쳤다. 지금도 기차를 타면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그때 어물 어물 나눴던 인사가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절대 서울행 기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익명(40대 남자) 아내가 볼까 두려운 마케터 남은 것 첫사랑에 대한 추억, 첫사랑에 대한 후회, 레드벨벳 앨범

 

전 세계 화장실을 정복할 그날까지

“15년 전 일본 배낭여행에서 기념비적인첫 ‘대변’을 봤다. 일본 중부 이카루카라의 어느 공용 화장실. 양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고 오토바이 타는 느낌의 형이상학적인 변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화장실과 화장실 문화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 뒤로 여행 갈 때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화장실을 찾아 나섰다. 기억에 남는 화장 실은 홍콩의 황금 화장실. 입장료만 56만 원인데 보석 가게에 있는 화장실이라 그렇 단다. 물건 사면 10만 원대. 우리나라에도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 검색해보라. 변비인 사람들은 방문 해보라.”
김균용 화장실 탐방이 취미인 해외영업직 남은 것 쾌감

 

물냉면에 대한 심味적 고찰

“나는 냉면 먹는 데 연 300만 원 이상 쓰는 냉면마니아다. 서울 오장동 비빔냉면을 첫 경험한 나는 한 가지 계획을 세운다. 오장동 냉면거리에서 한 끼에 비빔냉면 세 그릇을 각각 다른 집에서 먹고 장충동 평양면옥 물냉면으로 양념으로 얼룩진 배 속을 정화하는 원대한 계획. 그리고 나는 배탈이 나서 큰일을 보면서 토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계획을 세웠는가? 진정 물냉면을 최고로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비냉 따위를 세 그릇이나 먹어도 여전히 물냉 먹기를 주저하지 않을지에 대한 ‘심味적 고찰’이 필요했다.”
김지윤 금융인·푸드파이터 남은 것 위염, 물냉면에 대한 확신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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