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의 박형준 교수, 소통을 말하다

박형준 교수의 필모그래피는 꽤 복잡하다. 기자로 시작해 대학 강단에 서서 교육자로 활동했으며 17대 국회의원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후 청와대에 입성해 홍보기획관 및 정무수석을 맡아 국정 운영에도 족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책도 집필했다. 수많은 명함을 가진 사람들에겐 자신감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가 가진 자신감은 바로 화술이다. 인기 시사 예능 <썰전>의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 하차 이후 출연한 박형준 교수는 첫 등장부터 파란을 일으켜 그가 출연한 첫 회는 방송 7주 만에 시청률을 다시 6%(동시간대 종합편성 채널 중 1위)대로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심 끝에 출연했다는 박형준 교수는 “방송 이후 거리에서 30·40대가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다. 정치할 땐 인기가 없었다(웃음), 원래 정치인은 인기가 없다. 방송에 출연하니 나름 보람도 생기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출연하는 유시민 작가는 박형준 교수에게 “몇 번만 더 하면 내가 밀리겠다”며 그의 대화력을 인정했다.
박형준 교수와의 대화 속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운율이 있었다. 인터뷰 전날 <썰전> 녹화를 마친 그에게 유시민 작가와 또 대립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녹화가 끝나고 유시민 작가, 김구라 씨와 소주 한잔 했다. 방송에서 부딪친다고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우리 모두 인생을 겪을 만큼 겪은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밑바탕은 똑같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부터 알던 사이라 인간적으로 부딪칠 일은 없다”면서 방송에서 보이는 경쟁 구도와 인간적인 관계는 별개라고 답했다. 이어 “패널들 모두 자신만의 오디언스(청중)가 있으니 그들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오디언스가 있기에 더 극에 달할 때가 있다(웃음)”라고 패널 간 관계를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속시원하게 답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지만 이날 인터뷰는 가을 하늘처럼 청명했다.

 

Q 방송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7월 초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무엇보다 시청률에 대한 압박이 컸다. <썰전>이 그간 다양한 사회 이슈로 상승세를 타다가 전원책 변호사가 하차할 때쯤 하향 곡선을 탔다. 내가 투입돼 시청률이 최저점을 찍는 게 아닐까 우려했다(웃음). 그러나 현재 합리적인 중도와 보수로서 균형있는 시선을 전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 알다시피 <썰전>은 시사와 예능을 합쳤다. 아쉽게도 난 개그엔 소질이 없지만 대중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콘텐츠에 대한 힘은 있다.

Q 시청률 상승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예를 들어 첫 방송에서 원전 문제를 다뤘다.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급하게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반박 논리를 대중이 들을 데가 없었다. 이후 반응이 거셌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다른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Q 북핵 문제를 다룬 방송이 인상 깊었다. 말 그대로 ‘썰전’을 벌였다.
나는 문제를 넓게 보고 그 속에서 균형을 잡는 데 비해 유시민 작가는 어떤 핵심이 있다면 그걸 해결하고 다른 걸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어제 방송분(232회)에서는 건강보험을 주제로 다뤘는데 이 문제 역시 사회복지 차원에서 많은 이를 도와주자는 취지에는 양측 모두 동의했다. 다만 방법론의 차이는 발생했다. 보수적 견해에선 전체적인 의료체계의 생태계를 생각한 뒤 국가 재정을 고려해 정책 속도를 결정하자는 거고 진보는 우선 급한 불을 끄고 해결하자는 거다. 물론 건강한 논쟁으로 마쳤다(웃음).

Q 듣다 보니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비결이 무엇인가?
핵심적인 의제를 파악하며 대화의 포인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 평소 독서량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게 있다면 상대를 간파하는 능력이 생긴다. 바로 통찰력이다. 말과 이것이 연결 되면 스스로가 무엇을 말하겠다는 전제가 탄탄해진다. 이걸 푸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의 경우엔 주로 스토리를 가진 서술형이다. 서사적 성향을 띠고 있어 약간 길다, 하하하. 어떤 사람은 단답식으로 얘기하는데 이 경우엔 힘이 있다. 그런데 그건 정치인처럼 임팩트를 줘야 하는 직업에 어울린다. 다시 돌아가서 대화에 가장 중요한 힘은 ‘역지사지’의 심정이라고 본다.

Q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생각하고 자신의 뜻을 전개하는 의미인가?
그렇다, 나도 노력 중인 부분인데 대부분은 대화를 자기중심으로 진행하려 한다. 그러면 소통이 아니다. 어떤 의제가 있을 때 상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지 상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안다. 당연히 경청과 존중, 그리고 배려가 담겨야 한다. 상대를 논외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같은 얘기를 나누는 상대로 인정해야 그들도 진정한 소통을 발휘한다.

 
박형준 교수는 보수 패널이다. 당연히 진보와는 관점이 다르다. ‘합리적인 보수’라는 자신에게 붙은 타이틀처럼 모두가 성장할 수 있게 하려는 자신만의 대안을 방송에서 밝히고 있다.

Q 바르지 못한 화술도 있을 것 같다.
상대 얘기를 끝까지 잘 듣는 척하고 결국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거다. 차라리 대화 도중 아니다 싶으면 얼굴 붉히고 싸우는 게 낫다. 그렇게 하면 둘 사이에 접점이라도 생기니까. 이런 화법은 옳지 못하다. 남의 말을 들은 척하고 다른 행동을 하면 서로 벽이 생긴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자세는 자신은 물론 상대도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

Q 보수 패널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싶은가?
어려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진보 정부의 노력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 그들의 운동을 보면 종종 상대의 잘못만 침소봉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난 그 점에 대해 아쉬운 거다.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상대의 과만 바라보지 말고 공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라는 게 연속성을 가지고 축적성을 띠는데 대립만 한다면 사회적 측면에서 적대와 분노와 원한만 쌓게 된다. 공과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자세가 양측에게 필요하다.
다시 한번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은 분에게 보여줘야 한다. 보수 정부는 낡고 오래된 정치가 아니다. 그 안엔 미래를 위한 경쟁력이 담겼다. 비유하자면 중앙집중처리장치(CPU)만 사용하는 컴퓨터와 분산처리장치를 탑재한 컴퓨터 중 누가 더 뛰어날까? 바로 후자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학습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창의성을 준다는 걸 의미한다. 국가는 국가를 중심으로 돌기보단 국민을 위한 지원 세력이 돼야 한다. 이건 좌·우를 떠나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Q 취미가 있다면?
테니스와 농구를 좋아한다.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배는 나오지 않았다(웃음). 청와대 근무 당시 농구를 즐겼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쑥스럽지만 수준급이다, 하하하. 만약 거리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 함께 즐기고 싶다면 부담 없이 말을 걸어도 괜찮다.

Q 수많은 직업을 거쳐왔다. 어떤 직업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큰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청와대에서 국정 운영을 할 때였고 의미 있다고 여긴 일은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강의를 할 때였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에는 글을 많이 썼다. 내가 쓴 책에 ‘공진국가’(진화 경쟁 속에서 협력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주의와 새로운 경쟁 개념이 국가 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는 박형준 교수의 주장)란 개념을 만들어 옮긴 적이 있다. 이걸 더욱 완성하기 위해 부산에 가서 연구하려고 했던 게 본래 계획인데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하하하. 이 또한 내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작든 크든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유재기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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