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니까, 보양식

활동량과 에너지 소모가 많은 여름, 우리 몸은 더위와 씨름한다. 잘 드러나지 않아도 체온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땀을 흘리며 몸을 식히는데, 신체 온도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식욕과 기운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더위 먹은 증상이 나타난다. 여름철에 특히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대표 보양식으로는 삼계탕과 초계탕, 연포탕, 추어탕 등이 있다. 모두 닭과 낙지, 미꾸라지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주재료로 하고, 재료의 영양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나도록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언제부터 계절에 따라 보양식을 챙겨 먹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초복·중복·말복으로 나누어 먹는 삼계탕만 하더라도 추측만 할 뿐이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기록은 요리연구가 방신영이 낸 최초의 근대식 한국 요리책 <조선요리제법>. 이 책에서 ‘닭국’으로 소개된 음식이 현재의 삼계탕 조리법을 따르고 있는데, 이후 인삼 재배가 활발해지면서 닭국이 삼계탕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궁중연회와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에 오른 음식은 오히려 초계탕이었다. 삼계탕이 속을 뜨끈하게 만든다면 초계탕은 관자놀이가 쭈뼛 치켜 올라가도록 차갑게 밀고 들어온다. 그럼에도 영양은 놓치지 않으니 여름에 먹는 보양식으로 이만한 게 또 없다.
이열치열(以熱治熱)하기 좋은 보양식은 추어탕과 연포탕이다. <고려도경>이나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의 문헌에서도 효능을 세세하게 소개한 추어탕은 두말하면 잔소리. 연포탕은 옛 문헌에서 이순신 장군이 즐긴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여기서 말하는 연포는 낙지가 아닌 부드러운 두부를 의미한다. 두부 대신 낙지를 넣고 맑게 끓여낸 연포탕이 대중화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셈.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타우린, 무기질, 필수 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낙지가 통째로 들어간 연포탕이 이순신 장군이 즐겼던 연포탕보다 보양식으로서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계탕 : 호수삼계탕

삼계탕, 단 한 가지 메뉴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꼭 먹어야 할 삼계탕 리스트에 반드시 오르는 식당. 1990년 서울 영등포에 처음 문을 열고 2대째 영업하는 곳으로 1000여 명의 손님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복날이 되면 뜨거운 뙤약볕도 마다 않고 길게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 삼계탕은 우리가 흔히 먹는 삼계탕과는 다르다. 닭고기 육수에 고소한 들깨와 땅콩, 찹쌀, 참깻가루 등을 넣고 끓여 국물이 뽀얗고 걸쭉한 것이 특징. 텁텁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크림수프를 먹는 듯 목넘김이 좋다. 닭고기는 인삼과 대추, 밤, 찹쌀 등으로 채워졌고, 굳이 뼈를 발라내지 않아도 살점이 먹기 좋게 뜯긴다. 여기에 매콤한 고추장을 푹 찍은 아삭한 풋고추 혹은 오이를 한 입 베어 물면 환상의 궁합이 따로 없다는 말씀!
11:00~21:30|삼계탕 1만4000원|서울 영등 포구 도림로 282|02-833-8948

 

초계탕 : 평래옥

닭고기를 꼭 따뜻하게 먹으라는 법은 없다. 더울 때에는 시원한 초계탕이 진리. 북한에서 즐겨 먹는 초계탕을 제대로 맛보고자 한다면 평래옥을 추천한다. 1950년 평안도 출신의 주인장이 오픈해 3대째 실향민의 입맛을 달래주는 식당. 재개발로 인해 잠시 문을 닫기도 했지만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손님들의 응원으로 2010년에 재오픈했다. 이곳 초계탕의 육수는 쇠고기 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섞어 만든다. 여기에 식초와 겨자를 넣어 닭고기와 메밀 70%로 직접 뽑아낸 국수에 부은 다음 얼갈이배추, 양상추, 무절임, 배 등을 올려 낸다. 닭다리 살을 결대로 먹기 좋게 찢어 넣기 때문에 씹는 맛이 좋고 상큼한 육수까지 더해져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밑반찬으로 내놓는 매콤달콤한 닭무침도 별미. 이외 냉면・불고기・ 평양식쟁반 등의 메뉴가 있다.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5:30~17:00, 일요일 휴무|초계탕 1만3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서울 중구 마른내로 21-1|02-2267-5892

 

추어탕 : 새집추어탕

남원에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 향토 음식인 추어탕도 있다. 광한루원 주변으로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추어탕 먹기를 권장하는 7월 5일 추어데이까지 있을 만큼 남원의 추어탕 사랑은 대단하다. 한 집 건너 추어탕집이니 맛집을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원조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은 새집추어탕. 1959년에 오픈해 60년 가까이 미꾸리와 미꾸라지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대표 메뉴는 추어탕과 미꾸리깻잎튀김이다.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며, 푹 익힌 미꾸라지의 뼈를 발라내고 살만 체로 걸러 즙을 낸 후 시래기와 들깨, 직접 빚은 장 등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조리한다. 생선의 비릿함 따위는 걱정하지 말 것. 오히려 칼칼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국물 맛에 반한다. 깻잎 향으로 미꾸리의 담백함을 감싼 튀김 역시 별미 중 별미다.
09:00~21:00|추어탕 9000원, 미꾸리깻잎튀김 1만~2만 원|전북 남원시 천거길 9|063-625-2443

 
연포탕 : 신안뻘낙지식당

목포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낙지가 빠지지 않는다. 무안과 신안, 영암, 해남까지 연결되는 해양도시라 싱싱하고 맛 좋은 뻘낙지와 세발낙지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고, 연포탕·갈낙탕·낙지탕탕·호롱구이 등 다양한 낙지요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낙지는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고단백 저지방식품으로 원기 회복에 좋다. 여름 보양식으로는 연포탕이 으뜸. 목포 호남동에 자리를 잡은 신안뻘낙지식당이 담백하고 깔끔한 연포탕을 끓여내기로 유명한데,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질 좋은 갯벌에서 자란 연한 뻘낙지를 사용한다. 맛의 비결은 달리 없다. 싱싱한 낙지 한마리만 있으면 된다. 다진 마늘과 파, 깨, 소금, 참기름 등이 들어가지만 국물의 깊은 맛은 오롯이 낙지가 담당하고, 육수를 위해 온몸을 희생한 후에도 야들야들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한상 푸짐하게 차려지는 밑반찬에 마음을 빼앗겨선 안 된다. 연포탕이 나오기 전에 배가 부를지도 모를지니.
09:00~22:00|연포탕 1만8000원, 낙지비빔밥 1만1000원|전남 목포시 청호로 16|061-243-8181

 

 

글·사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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