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멋과 맛을 담은 도시 목포에 가다

‘목포’ 하면 열에 아홉은 ‘목포는 항구다’라고 대꾸한다. 그러나 목포가 왜 항구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는 단순히 동명의 영화 제목이 아니다. 1942년 국민가수 이난영이 발표한 노래이자 목포의 정체성을 압축한 한마디다. 1897년 10월, 목포가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4번째로 개항된다.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한 자주적 개항이라는 것이 목포 개항의 가장 큰 특징. 비록 그 긍지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긴 했으나 대한제국의 마지막 운명을 거머쥔 도시가 목포였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유달산 주변 구도심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려는 걸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려는 걸까. 시간이 멈춘 거리에 일본인 관광객이 소란하다. 한때는 6대 도시에 꼽힐 만큼 번영했던 곳이자 가장 앞장서 신문물을 받아들이던 곳, 동시에 잔인한 수탈을 온몸으로 견뎌낸 영욕의 도시.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맛

 

찬바람 불기 전에 ‘민어회’
목포에 왔으면 민어 한 접시 정도는 먹어줘야 한다. 민어(民魚)는 ‘백성의 물고기’라는 소박한 이름과 달리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몸. 작은 것은 60cm, 큰 것은 1m를 넘길 정도로 거대한데, 활어로는 어렵고 2~3일 정도 숙성시킨 선어로 먹는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그만이다. ‘복더위 보신탕은 삼품, 도미찜은 이품, 민어찜은 일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서울에서 민어 맛을 보기란 ‘징허게 솔치(정말 쉽지)’ 않으니, 6월부터 찬바람 불기 전까지 냉큼 목포 ‘민어의 거리’에 들러보자. 신안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민어를 서울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이모 인심만큼 두툼한 민어회 한 점 기름소금 탁 찍어 꿀꺽! 민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밭 다 팔아먹을지 모르니 조심하자.

포도원횟집
SRT를 애용하는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는 민어의 거리 터줏대감. 민어회 1접시 4만5000원. 자꾸 술을 부르는 민어지리의 깊은 맛도 일품이다.
09:00~22:00|전남 목포시 번화로 41 (민어의 거리 내)|061-245-3755

 

 

목포의 눈물, 아니 ‘콩물’을 아시나요
목포 사람들은 콩국수를 사시사철 먹는다. 차갑게도 먹고 뜨겁게도 먹고, 국수 없이 미숫가루처럼 ‘콩물’만 후루룩 마시기도 한다. 콩국도 아니고 두유도 아니고 왜 ‘콩물’이라 부르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1970년대까지 물을 사 마실 정도로 식수가 귀하던 목포에서 콩물은 주린 배를 채우고 갈증을 해소하던 목포의 ‘소울푸드’가 아닐까.

유달콩물
1975년 처음 문을 열어 원조 어미집, 자식집 세 군데로 성업 중인 곳. 국내산 대두만 고집한다. 콩물 4000원, 콩국수 8000원.
06:30~20:30(5~9월)|전남 목포시 호남로 58번길 23-1(어미집)|061-244-5234

 

 

목포의 그때 그 시절

 

목포근대역사관 2관 (구 동양척식 주식회사 목포지점)
악명 높은 동양척식주식회사가 1920년, 목포에도 있었다. 일본영사관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건립한 목포지점은 농장 17곳을 관리하며 전국 실적 1등을 놓치지 않던 곳. 1층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금고가 있는데, 이곳이 우리 농민에게서 빼앗은 쌀과 소금, 목화로 가득 찼으리라 상상하니 분노가 인다. 2층에는 일제의 침략사를 주제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충격적인 사진이 많으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해설사가 함께하는데, 기자의 경우 공교롭게도 일본인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루 말할 수없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
09:00~18:00 (월요일 휴관)|전남 목포시 번화로 18|061-270-8728

 

목포근대역사관 1관 (구 일본영사관)
1900년에 건축한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내부 천장 장식과 벽난로, 거울 등이 당시 모습대로 보존돼 있으며, 붉은 벽돌의 외관에는 6·25 당시 입은 상흔이 남아 있다. 건물 뒤편에 일제가 노동 착취로 만든 방공호가 있는데 제법 으스스하다. 목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세운 일본영사관. 정문에서 항구까지 반듯하게 낸 신작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의도한 것이 분명한 설계, 그리고 그 길 따라 그대로 살아가고 있음에 마음이 아프다면, 언덕 아래 평화의 소녀상에서 역사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것도 좋겠다.
09:00~18:00 (월요일 휴관)|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초등학생 500원|전남 목포시 영산로 29번길 6|061-242-0340

 

갑자옥 모자점
갑자옥(甲子屋)은 1924년 갑자년에 문을 열었다. 목포 중심가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이 운영하던 가게. 밀짚모자를 비롯한 작업모부터 학생 모자, 고급 중절모까지 다뤘다. 멋쟁이라면 쌀 10가마와 맞먹는 쥐털 중절모 하나는 써줘야 하던 시절, 전당포에서 모자도 받아주던 시절이 었다. 4남매 모두 서울로 대학 보낼 정도로 잘됐던 갑자옥이건만, 시대의 변화 앞에 영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어머니로부터 갑자옥을 물려 받은 이태훈 옹(73)은 날 밝기가 무섭게 가게 문을 연다. “대를 잇긴 힘들겠지만 100년은 채웠으면 좋겠다”는 영감의 넋두리에 중절모 하나를 골라 값을 치렀다. 시대가 변했으니 모자 앞에 성별은 무의미했다.
전남 목포시 영해동1가 1|중절모 1만~2만원대|061-244-0570

 

행복이 가득한 집
‘나상수 가옥’이라는 옛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1930년대 일본 상인의 집. 적산가옥의 형태를 기본으로 서양식 창문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현재는 일부를 개조해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목포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인테리어 소품도 함께 판매한다. 옛 건물과 현대적 요소를 적절히 믹스한 주인장의 센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정원과 1층, 좁고 긴 계단 끝에 펼쳐지는 2층과 테라스까지, 군데군데 숨은 테이블을 찾는 것도 재미다. 차를 주문하면 티포트로 나오며, 1층 주방 앞에 간단한 핑거푸드가 마련돼 있다. 참고로 10세 미만 어린이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11:00~22:00 (일요일 13:00~22:00, 월요일 휴무)|전남 목포시 해안로165번길 45|061-247-5887

 

목포에서 쉬어가자

 

호텔현대목포
목포에서 제대로 된 숙소를 찾는다면 호텔현대목포만한 곳이 없다. 객실 207개 전체에 설치된 발코니에서 아름다운 다도해를 감상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600명 규모 수용이 가능한 1층 컨벤션 홀에서는 국제회의·학술대회·기업회의 등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2층에서는 중·소 규모 세미나에 적합한 연회장이 준비돼 있다. 비즈니스센터와 피트니스클럽 등 비즈니스 트래블러에게 걸맞은 부대시설도 호텔현대를 추천하는 이유. 내 집 같은 편안함,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을 테니까.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로 91|061-463-2233

 

 

이현화 사진 임익순 참고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목포개항백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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