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니까, 냉면이 땡긴다

 

냉면은 역시 국물이라는 물냉파가 있는가 하면 비벼 먹는 것이 제맛이라는 비냉파가 있다. 입덧하는 내내 회냉면만 먹었다는 이도 있고 전국 냉면을 섭렵했다며 덕후 기질 뽐내는 이도 있다.
냉면은 본디 북쪽 지역의 음식이다. 조선시대 문집 <계곡집(谿谷集)>과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기록이 남아 있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춘 건 일제강점기 무렵 부터였고, 평안도와 함경도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대부분의 냉면집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에 메밀로 만든 면을 넣어 먹는다. 소고기 육수가 대중적이지만 꿩이나 닭을 사용하기도 하며, 양념을 최소화해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비해 함흥냉면은 농마국수에서 유래했다. 농마는 녹말의 북한 사투리로 감자 혹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에 홍어나 가자미회무침을 고명으로 얹어 비벼 먹는 국수로 ‘회 냉면’으로도 불린다. 남쪽 지역의 냉면을 꼽자면 진주냉면과 부산밀면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야식으로 먹었다는 진주냉면은 죽방멸치와 갖가지 해물을 넣고 끓인 육수에 두툼한 육전을 고명으로 얹는다. 부산밀면은 이제 밀면만의 고유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이 만든 냉면에서 파생했다.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밀가루로 면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밀면이 된 것.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제 그만 냉면 먹으러 가보련다.

 

담백함에 빠지면 답이 없다, 평양냉면 평양면옥

미식가들이 뽑은 평양냉면집에 늘 이름을 올리는 경기도 의정부의 평양면옥. 실제 평양 출신인 김경필 할머니가 1·4후퇴때 월남해 경기도 연천에 냉면집을 개업했고, 1987년에 현재 자리로 옮겨 장사를 이었다. 평양면옥은 매일 아침 끓이는 맑은 육수에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은 면을 사용하고, 고명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육, 무절임, 달걀 반쪽을 올린다. 송송 썬 파와 빨간 고춧가루를 뿌려주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 냉면을 제대로 맛보려면 면을 삼키기 전에 여러 번 씹을 것. 면발이 가늘고 탄력 있는데, 씹을수록 쫀득함이 더해지고 고소한 맛을 낸다. 이어 담백한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 주면 입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다. 의정부까지 가기 힘들다면 서울에서도 평양면옥의 맛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창업주의 세 딸이 각각 을지로에 을지면옥, 충무로에 필동면옥, 잠원동에 본가 평양면옥을 운영해 이른바 의정부파 평양냉면 라인을 구축했기 때문. 그렇게 어머니의 손맛은 대대로 이어지나 보다.

11:00~20:30 (화요일·명절 휴무)|냉면 1만 원, 수육 2만 원|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439번길 7|031-877-2282

 

간자미회무침에 침이 고인다, 함흥냉면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과 함께 오장동 냉면거리를 이끄는 흥남집은 1953년부터 64년째 이어져 온 이 골목 터줏대감이다. 가게 이름도 창업주의 고향 이름을 따서 흥남집이라 지었다. 회비빔냉면, 고기비빔냉면, 물냉면, 섞임냉면 등 다양한 냉면이 있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는 두말할 것 없이 회비빔냉면.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얇고 쫄깃한 면발 위에 간자미회무침과 채 썬 오이, 삶은 달걀 반쪽을 얹어낸다. 홍어의 사촌 격인 간자미를 삭혀 매콤하게 무친 회무침은 분명 붉디붉은 색감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하게 맵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 또한 일품이다. 면발의 담백함을 툭 치고 들어가는 간자미회무침의 새콤함이란! 이 맛에 사람들이 반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수육이 빠질쏘냐. 얇게 저민 아롱사태 수육 한 조각을 회냉면 한 젓가락 위에 얹어 먹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11:00~21:00 (둘째·넷째 주 수요일 휴무)|냉면 모두 1만 원, 수육 2만 원|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02-2266-0735

 
고명으로 육전을 올리다니!, 진주냉면 하연옥

진주냉면의 원조는 하연옥이다. 원래 진주냉면이던 상호는 2011년 지금의 진주시 이현동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창업주 하거홍의 딸 이름을 따 ‘하연옥’으로 바뀌었다. 진주냉면은 고명부터 남다르다. 채 썬 오이와 배에 황백지단은 물론 잘게 썬 소고기 육전까지 풍성하게 올려져 눈을 즐겁게 한다. 육수는 소고기 육수를 바탕으로 멸치, 바지락, 명태 등 해산물을 우린 장국이 섞여 깊은 감칠맛을 낸다. 육수는 적당히 차가워 입안에서 모든 맛이 온전히 느껴질 정도. 메밀과 고구마 전분, 밀가루를 섞어 뽑은 면은 소면보다 약간 두꺼워 씹는 맛이 좋다. 진주냉면에 육전이 빠지면 섭섭하다. 기름기 적은 우둔살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지져낸 육전은 고명으로 올라가 진주냉면 맛의 일등공신이 된다. 물론 고명 만으로는 부족하니, 따로 주문해 제대로 맛보기를 권한다.

10:00~20:30|물냉면 8000원, 비빔냉면 9000원, 육전 1만9500원|경남 진주 진주대로 1317-20|055-746-0525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준 맛부산밀면, 내호냉면

부산시 우암 전통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내호냉면은 ‘밀면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일단 맛부터 설명하자면 어르신들 표현으로 슴슴하다. 밀면의 느낌은 분식집에서 흔히 보는 쫄면에 가깝다. 질기지도 않고 퍽퍽하지도 않다. 한우 사골과 아롱사태로 낸 육수의 구수한 맛에 강하지 않은 양념장을 더했고 삶은 달걀과 오이, 무절임, 편육이 곁들여진다.
1950년 흥남철수 때 함경남도 흥남 내호리에서 동춘면옥이라는 냉면집을 하던 이가 피란 내려와 우암동 피란촌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던 곳이라 맛과 더불어 그 시절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값어치가 더 크다. 밀면이란 것도 피란민들이 미군 부대에서 보급품으로 나오는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들었던 것이라 사실 따지고 보면 맛보다 허기와 눈물로 먹던 음식이다. 그럼에도 내호냉면은 늘 문전성시다.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시장 찾는 사람은 없어도 이곳 밀면을 먹으러 오는 이들의 줄은 시장 밖까지 항상 이어진다고 한다. 테이블 40여 개는 늘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가게를 찾으면 대기 표를 받고 십 여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부산지하철 2호선 지게골역에서 가깝다.

10:00~21:00|밀면 6500원|부산 남구 우암번영로 26번길 17|051-646-6195

 

 

김정원 사진 오진민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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