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

죽음의 ‘질’이 달라진다

 

2018년 2월부터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웰다잉법(Well-dying)이 시행된다. 중증 환자라면 삶의 마지막을 산소호흡기로 버티는 대신,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며 남은 시간을 정리할 수 있다. 최근 이법에 관해 찬반 논란이 엇갈리는 가운데 웰다잉에 관한 사례와 필요성을 담은 책 <존 엄한 죽음>(최철주, 메디치미디어)이 주목 받고 있다. 기자로 한평생을 살아온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가슴 아픈 과거를 지녔다. 그 뒤 그는 인간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권리인 ‘웰다잉법’의 인식을 고착화하기 위해 강연을 다니고 있다.
 
 
Q 웰다잉법이 뭔가?
과거 ‘잘 먹고 잘살자’라는 웰빙이란 단어가 유행이었다. 웰다잉도 그 안에 담긴 또 하나의 핵심이다. ‘잘 살다가 좋게 떠나자’라는 의미다. 병원에서 더는 가망이 없다고 했을 때, 의미 없는 연명 치료를 중지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며 사람다운 죽음을 맞이하자는 취지다. 물론 생소한 행위일 수 있지만, 가정의 어른부터 변화한다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어떤 자녀도 부모한테 웰다잉법에 대해 꺼내긴 어려우니, 연장자가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들과 밥을 먹거나 TV를 시청하면서 “우리는 고통스러운 모습보단 편안한 심신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싶다. 너희는 이런 우리의 결정에 어떻게 생각하니?”라며 의견을 묻는 가족만의 문화를 조성하면 된다.

Q 호스피스 병동에서 받는 치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반 병원과 달리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와 더불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가족과 함께 어울리게 해주는 일종의 영적 지원치료로 생각하면 쉬울거다. 한번 생각해보자. 연명 치료를 받느라 중환자실에 갇혀 있다 세상을 떠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을 맞이하는 순간, 당신이라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Q 의사들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그동안 의사들은 생명을 살리는 의술만 공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의 심적 고통에 관해선 배우지 않았다. 2013년부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은 국내대학 최초로 ‘죽음학 강의’를 시험적으로 채택했다. 이제 그들은 죽어가는 환자를 이해하는 인문학을 접하게 됐다. 앞으로 의료 서비스의 개념이 바뀔 거다.

Q 우리가 알 만한 웰다잉법 사례는 무엇인가?
미국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가 2012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3개월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 죽음을 공개한 뒤,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지난 2008년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 사건이 세상을 들썩거리게 했다. 당시 가족들은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이 환자의 뜻이 아니라며 병원에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고, 병원이 이에 반대하자 소송으로 넘어갔다. 결국, 법원은 제거 결정을 내렸고 2009년 인공호흡기를 뗀 김 할머니는 무려 200일 넘게 생존했다.

Q 김 할머니 사건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결정이었다
김 할머니 사건 때는 웰다잉법이 있지 않아서 법원으로 넘어간 사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웰다잉법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식물 인간으로 살며 인공호흡기를 끼고 살거나, 한평생 만성질환으로 앓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환자 가족 2인이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갈 수 있다. 때론 연명 치료를 지속하면 가정에 불화가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처음엔 “부모님인데 당연히 치료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가족 모두가 협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 병간호는 누가 하며, 비용은 누가 계속 지급하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미혼의 직장인이 부모님이 아플땐 간호가 가능하지만, 결혼했을 경우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워진다.

Q 왜 웰다잉을 이야기하게 됐나?
해외 영화에 나오는 장례식 장면을 떠올려보라. 관을 잡고 서글피 우는 국내 장례 문화와 달리 묵념과 목례로 초연하게 떠나는 자와 인사하는 모습이 기억날 거다. 삶 속에 죽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가슴의 아픔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다. 죽음이란 프레임을 조금 틀어보면,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웰다잉이 곧 ‘웰빙’이다.

 

유재기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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