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이어온 빛 연등회

직접 만든 등을 들고, 종로를 밝히는 별이 되어보자

 

 

그러니까 재작년이던가. 남편이 남편이기 전,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하던 때, 우리는 종로를 따라 데이트 중이었다. 그날은 무수한 주말 중 하루였는데, 도로가 통제되어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다. 이윽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집채만한 조형물을 밀고 퍼레이드를 벌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부처와 관음보살, 코끼리 등을 형상화한 ‘등’이었고, 더 자세히 보니 떼를 지어 행군하는 이들의 손에 각각 작은 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제야 생각났다. 아, 곧 부처님오신날이로구나.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본 것은 ‘연등회’였다. 1300년 넘게 이어진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것도,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연등 행렬을 봤음에도 선뜻 연등회가 떠오르지 않은 것은, 불교 색채가 났음에도 그걸 즐기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했기 때문이다. 불자들이 행렬을 이끌긴 하였으나 그 뒤를 따르는 상당수가 주말에 나들이 온 평범한 시민이었고, 그 절반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종교의 행사라기 보다는 그냥 어떤 재미있는,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다운 ‘축제’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크리스 마스도, 할로윈도 외국의 종교기념일 혹은 명절이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우리 식대로 즐기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연등회는 우리 문화이므로 그 정서가 더욱 친숙하다. 양력을 쓰는 지금,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이 매년 바뀌어 정확한 날짜를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만.

‘한도십영(漢城都十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조선 중기 월산대군을 비롯해 강희맹, 서거정 등 글 좀 쓴다는 문신들이 모여 서울의 아름다운 10가지 풍경을 시로 읊은 것인데, 그중 하나가 종가관등(鐘街觀燈), 즉 부처님오신날 종로의 연등 행렬이었다. ‘하늘 위로 일천 개의 별이 떨어진’것 같던 그 광경이 얼마나 장관이었던지, 노인들이 그날 잠두봉에 오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잠두봉은 현재 남산 N서울타워가 있는 곳으로, 사대문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연등회가 열릴 때면 늙은 부모를 업고 남산을 오르는 효자가 더러 있었다고 전해진다.

올해 연등회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하이라이트인 연등 행렬은 4월 29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 반까지 동대문에서 조계사까지 이어지니, 놓치지 말고 함께 즐겨보기를. 천년을 이어온 빛이 차별없는 세상, 우리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현화 협조 연등회보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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