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냄새 물씬나는 전국의 비빔밥 열전

봄 꼭 맛봐야 할 바다 향 진한 비빔밥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섞어 비빈 비빔밥의 기원과 역사는 확실치 않으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던 때와 궤를 같이한다는 설이 유력해 보인다. 예로부터 우리 음식문화는 제사 음식과 일상 음식을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이는 비빔밥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옛날 여러 사람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산신제·동제 등을 지냈고, 그렇다 보니 식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그릇 하나에 제사 음식을 여러 가지 올릴 수밖에 없었다. 먹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음식을 섞어 먹게 된것이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린 후에도 음복 음식을 고루 섞어 비벼 먹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비빔밥은 우리 풍속에서 지혜로운 의미를 더했다. 섣달그믐 부엌 찬간에 먹다 남은 반찬이 그대로 해를 넘기는 것을 꺼려하여 처치곤란인 남은 밥에 반찬을 모두 넣고 비벼 먹었다. 사실 이렇게 밤에 먹는 비빔밥이 그 어떤 비빔밥보다 가장 맛있는 법이다.

제철을 가장 잘 표현한 밥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비빔밥,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 함평비빔밥에는 모두 육회가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저마다 지역 맛은 확실히 보여준다. 전주비빔밥에는 쇠고기 육수로 지은 밥에 콩나물국이 따라오고, 진주비빔밥은 ‘엿꼬장’이라는 고추장과 선짓국이 따라온다. 또 함평비빔밥은 채 썬 돼지비계를 따로 내주는 점이 독특하다. 이렇듯 육회와 채소가 어우러진 비빔밥이 지역의 맛에 가깝다면 해산물을 넣은 비빔밥은 제철의 맛에 가깝다. 미더덕, 꽃게 살, 해삼 내장같이 제철 해산물을 넣은 비빔밥은 백화요란처럼 담음새가 화려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분명하다. 젓가락으로 다소곳이 살살 비비지 않고 숟가락으로 호기롭고 박력 있게 섞는 것이 가장 맛있다.

 

봄 바다의 슈퍼스타, 창원 고현 미더덕
경남 창원 진동면에 자리한 고현리는 미더덕 전국 생산량의 80%를 생산하는 ‘미더덕 마을’이다. 향긋한 미더덕이 나오는 고현마을 앞 진동만은 궁도·송도·양도 같은 작은 섬들이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파도가 잔잔해서 미더덕이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미더덕을 껍질을 제거하고 회로 맛보면 멍게와 비슷하면서도 멍게보다 쫄깃하며 씹을수록 상큼하고 입안에 남는 여운도 길다.

이층회관
오톨도톨한 미더덕 껍질을 까서 물을 빼고 살만 발라내어 급속냉동고에 저장 하면 일년 내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고현마을 이층회관의 미더덕비빔밥은 밥 위에 다진 미더덕 살과 김가루, 날치알이 전부다. 향기 좋은 미더덕에는 양념 장이 필요치 않다. 그저 숟가락으로 뜨거운 밥과 미더덕을 치대듯 박박 비벼야 밥알마다 미더덕이 고루 코팅되어 미더덕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비빔밥과 함께 내주는 미더덕회를 오도독오도독 씹다 보면 입안에 향이 꽃핀다.

영업시간 12:00~21:00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미더덕로 345-1
문의 055-271-3456
* SRT 부산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

 

참 고운 꽃처럼, 통영 멍게
울퉁불퉁한 멍게 껍질에서 발라낸 부드러운 멍게 살 한 점을 입에 넣어보자. 첫맛은 비릿한 바다 내음이 풍기다가 이내 단맛이 감돈다. 이 맛에 멍게를 먹는다.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멍게 최대 산지인 통영과 거제 등지에는 제철 멍게를 손질해 급속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일년 내내 사용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가면 늘 신선한 멍게비빔밥을 먹을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봄 바다 여행에서 먹는 맛은 각별하다. 싱싱한 생물 멍게를 올린 비빔밥도 좋고, 멍게젓을 넣어 감칠맛을 더한 비빔밥도 좋다.

멍게가
멍게가는 소금기를 적당히 뺀 멍게를 곱게 다져 마늘ㆍ파ㆍ통영멸간장 등으로 밑간해 3일 동안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멍게 향이 부드러워지고 깊어진다.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나오는 비빔밥 부재료와 반찬들은 하나 같이 멍게 맛을 돋운다. 비빔밥에 씹는 맛을 더해주는 가사리ㆍ톳 등 통영산 해초가 그렇고 생김도 그렇다. 멍게 비빔밥에 보통 조미김을 쓰는데 양념하지 않은 생김이 어우러지니 멍게 향이 그윽하다. 멍게비빔밥과 함께 내주는 심심한 미역국마저도 멍게비빔밥 맛을 살려 준다. 그래도 멍게 향이 부담스럽다면 해초비빔밥을 추천한다. 홍합ㆍ굴ㆍ조개 등을 다져 볶아서 해초와 비벼 먹는 해초비빔밥은 짭조름하고 고소하다.

영업시간 09:00~21:00(첫째ㆍ셋째 주 월요일 휴무)
주소 경남 통영시 동충4길 25
문의 055-644-7774

 

쫄깃한 감칠맛, 변산 바지락
변산반도국립공원을 품은 전북 부안을 비롯해 젓갈로 유명한 곰소, 고창 일대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봄조개가 두 가지 있다. 백합과 바지락이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서 백합은 잔칫상에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새만금방조제 안쪽에 계화도 일대에서 많이 잡혔는데 최근에는 백합 생산이 현저히 줄어 방조제 바깥쪽과 고창 바다에서 조금씩 잡히고 있다. 다행히 바지락 생산은 늘 풍년이고 맛 또한 친근해서 이지역 사람들은 탕과 죽, 회무침과 비빔밥 등을 별미 중 별미로 친다. 바지락 전문식당에 가면 죽을 먹을 수 있는데 바지락죽은 바지락의 향은 약한 대신 녹두나 인삼 등을 갈아 넣어 영양이 높다.

변산 명인바지락죽
명인바지락죽은 부안에서 바지락죽을 최초로 만든 집이다. 바지락 국물에 바지락 살과 인삼을 넣어 쑤었는데 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바지락죽 못지않게 인기 있는 바지락비빔밥은 쫄깃하고 새콤해서 잃었던 입맛을 돌게 한다. 매일 신선한 바지락이 도착하면 일일이 바지락살을 발라낸 후 데쳐 양념한다. 바지락비빔밥은 멍게나 미더덕에 비하면 바다 특유의 향긋함은 적다. 그러나 해산물의 비릿한 향이 적은 대신 쫄깃함과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누구라도 좋아할 맛이다.

영업시간 08:00~19:30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794
문의 063-584-7171
* SRT 정읍역에서 차로 50분 거리

 

바다의 속 깊은 맛, 진도 꽃게와 해삼
꽃게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전남 진도 서항망에서는 7~8월 금어기를 제외하고는 일년 내내 꽃게가 잡힌다. 적조가 없고 플랑크톤이 풍부하며, 갯바위 모래층에서 꽃게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이곳에서 남도의 풍성한 반찬과 함께 꽃게를 비빔밥으로 즐겨 먹는다. 부드러운 꽃게 살에 칼칼한 양념장을 더해 밥과 쓱쓱 비벼보시라.

신호등회관
꽃게 살 비빔밥은 진도뿐 아니라 목포, 여수 등 전남 꽃게 산지에 가면 맛볼 수 있지만 진도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진도는 꽃게와 해삼, 전복 같은 해산물을 비롯해 각종 해초들과 봄동 같은 채소도 풍부하다. 그래서 진도의 산물들로만 봄밥상을 차려도 잔칫상 같다. 신호등회관은 알이 꽉찬 암꽃게에서 알과 꽃게 살을 양념장과 섞은후 밥 따로 양념 따로 내준다. 채소와 한데 비비면 칼칼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이 집에서 꽃게보다 진한 봄 바다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단연 해삼 내장 비빔밥을 추천한다. 고급 일식집에서 회를 찍어 먹는 ‘고노와다(해삼 내장젓갈)’를 이곳에서는 밥과 비벼 먹는다. 싱싱한 자연산 해삼에서 발라낸 내장과 따뜻한 밥이 만나면 바다 자체다.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해삼 내장의 새로운 맛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생김과 가사리를 넣은 토속 적인 된장국을 비롯해 몰과 자반 등 해초 반찬도 별미다.

영업시간 08:00~22:00
주소 전남 진도군 진도읍 남동1길 66
문의 061-544-4449
* SRT 목포역에서 차로 50분 거리

 

 

문경옥 사진 홍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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