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대표 먹을거리 두 가지

낮이면 황남빵이, 저녁이면 교동법주가 생각난다

 

‘황남빵’ 칠 할이 팥, 반죽은 거들뿐

 

기차역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쇼핑백에는 황남빵이라는 주황색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무려 77년이 됐다. 고 최영화씨가 1939년 처음 빵 가게를 시작한 이래 2대, 그리고 3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가는 곳. 간판도 없던 황남동 작은 빵집의 빵은 자연스레 황남빵이 되었고, 고집스레 지켜온 맛은 경주의 명물이 됐다.

밀가루에 계란을 넣어 잘 치댄 반죽에 팥소를 듬뿍 넣은 빵. 크기는 작고 모양은 둥글다. 고유의 빗살무늬가 노릇노릇 구워진 반죽 위에서 피어난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다. 전체 빵 무게에서 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그마치 70%, 얇은 반죽에 팥을 넣는 과정에는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얇되 터지지 않아야 하고, 점성이 있되 질기지 않아야 하며, 촉촉하되 팥의 달콤함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팥 역시 100% 순수 국내산 붉은팥만을 고집하니 수많은 유사품이 넘쳐나더라도 황남빵, 그 고유의 맛을 따라올 재간이 없다.

 

‘교동법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유상곡수연이라는 선조들의 놀이가 있다. 흐르는 물에 잔을 띄우고 그 잔이 자기 앞에 올 때까지 시를 지어 읊는 놀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술 석 잔을 내리 비워야 하니 웬만한 요새 술 게임보다도 벌칙이 세다.

이 흥미로운 놀이에 어울릴만한 경주의 전통주를 꼽으라면 교동법주를 드는 이들이 많다. 조선 숙종 때 사옹원에서 임금의 수라상을 직접 감독하는 참봉을 지낸 후 경주로 낙향한 최국선이 사가에서 처음 빚은 술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86-3호, 현재 교동법주 2대 기능보유자 최경 씨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오로지 토종 찹쌀과 밀 누룩, 물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 원칙. 발효주의 특성상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추석이 끝나는 가을부터 봄이 오기까지 정성을 다해 술을 빚는데 발효를 시작으로 덧술을 익히고 숙성시키는 과정만 해도 꼬박 100일이 걸린다. 특유의 향긋함과 은은하게 올라오는 들큼함, 기분 좋게 취하는 16~18도, 혀를 적시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이 절정이다.

 

 

 

김정원 사진 손준석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