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병풍도, 맨드라미, 12사도 예배당 순례길

전남 신안의 병풍도에서
열정과
평화를 찾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는 넓고 완만한 대지가 바다와 맞닿은 작은 섬, 병풍도가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 지천으로 피어난 맨드라미를 따라 충만한 감동을 선사하는 순례자의 섬까지 돌아본다. 고요하고 깊은 평화가 맨드라미의 색만큼이나 진하다.

정상미 사진제공 신안군 기획홍보실

황홀한 맨드라미의 세계에 빠져든다 수탉의 벼슬처럼 보여 한자어로 계관화로도 불리는 맨드라미는 생김만큼이나 꽃말도 강렬하다. 열정, 시들지 않는 사랑, 영생 등이 그것이다. 신안 증도의 병풍도에는 가을이면 화려한 기상을 가득 머금은 꽃, 맨드라미가 지천으로 피어 다가오는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맨드라미를 잘 달여서 차로 마시면 약이 되지요. 면역력도 높여주고 지혈 효과도 있고요. 간의 열을 없애서 눈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관상용 꽃인 줄만 알았는데 병풍도에서 만난 어르신 덕분에 맨드라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리했던 것처럼 병풍도의 주민들은 맨드라미를 이용한 꽃차를 즐겨 마신다. 병풍도에서는 지난해 가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맨드라미 축제가 열렸다. 마을 주민들은 너나없이 밭을 일구었고 덕분에 3만9669㎡(1만2000여 평)의 대지가 프레스토화이어 등 30종 80만 본의 맨드라미로 환해졌다. 병풍도에서는 오는 9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두 번째 축제가 개최될 예정(신안군 홈페이지 www.shinan.go.kr 참조)이다. 노을처럼 붉은색의 맨드라미, 황금빛 벼처럼 노란색의 맨드라미, 촛불 같고 여우 꼬리 같은 황홀한 맨드라미의 세계에 빠져든다.


내일의 희망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 이어 병풍도의 노둣길(썰물 때 드러나는 바닷길)을 따라 대기점도로 향한다. 지난해 11월 12사도 예배당 순례길이 조성된 바로 그 길이다. 종교를 떠나 충만하고도 평화로운 감정이 들이차는 것은 소박하고 작은 섬이 주는 온화함에 있을 것이다. 12사도 예배당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여성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의 발자취를 따라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에 세워졌다.


12개의 예배당을 연결한 길에 대한 별칭도 생겼다. 마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같다 하여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로도 불린다. 세계적인 성상(聖像)조각가인 최바오로 작가는 “제가 조각한 12사도 천사조각상이 병풍도와 신안군을 방문하는 이들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정성, 지극한 마음들이 쌓여 바다는 눈부시고 신안은 빛난다.


노둣길에 자리한 작은 예배당은 기독교인의 성지순례뿐 아니라 삶에 지친 이들의 쉼터와 치유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2020년은 뜻하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와 엄청난 폭우로 몸과 마음이 상하고 지친 이가 무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앗을 뿌린 대지에 새싹은 돋아나고, 만물이 무르익는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바라는 내일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부지런히 찾는 오늘, 전남 신안의 병풍도에서 열정과 평화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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