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미슐랭 _ 전남 강진의 짱뚱어

강진만에서 만난 작고 소중한 너

완연한 봄을 지나 싱글싱글 싱그러운 초록이 물드는 이맘때는
장관이었던 갈대 대신 작고 소중한 생명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강진만생태공원

“강진만생태공원에 가면 놀고 있는 짱뚱어를 잔뜩 볼 수 있어요!”
현지인이 해준 말인데도 기자는 일단 의심부터 한번 해보는 사람인지라 전남 강진까지 와서 살아 있는 짱뚱어를 못 만나게 될까봐 불안하다. 짱뚱어는 너무나 작고 소중한 생물이라 시장에서도 쉬이 구할 수 없다. 아무 데서나 자라주지 않고 양식도 되지 않는다. 동면을 하는 생선이 있다더니, 그것이 짱뚱어일 줄이야. 전남 장흥군의 탐진강이 흘러와 ‘강진만’을 만난다. 추운 겨울에는 고운 모래색 같은 갈대가 따스한 빛을 드리우고, 철새가 날아와 보금자리를 펴는 곳이다. 완연한 봄을 지나 싱글싱글 싱그러운 초록이 물드는 이맘때는 장관이던 갈대 대신 작고 소중한 생명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꼭 사람 팔처럼 생긴 저것이 지느러미죠? 와, 방금 보셨어요? 점프를 해요!”

시선압도 짱뚱어

말 그대로지 않은가. 강진만생태공원에 짱뚱어가 나와 놀고 있다. 지난겨울 어른의 허리춤을 넘어섰던 갈대 사이를 ‘아름답다’ 거닐었는데, 그 안에, 깊은 속에 짱뚱어가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림으로만 보던 짱뚱어를 실제로 보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더운데도 땀 흘리며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처럼 하릴없이 햇볕을 쬐며 노니는 짱뚱어들이 천진하다. 마치 ‘매직아이’를 보듯 처음에는 진흙만 보이더니 차츰 갯벌을 걷고, 뛰고, 날아다니는(?) 움직이는 생물체가 관찰된다.

작은 지느러미로 걷고 뛰고, 추진력이 대단해!

짱뚱어는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로 조선시대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짱뚱어의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 서유구는 <전어지>에 탄도어(彈塗魚)라고 기록했다. 갯벌 위에서 상대를 향해 빠르게 튀어나가거나 높이뛰기(점프)를 하는 모양을 빗댄 것으로 추측된다. 덩치에 비해 한없이 작은 가슴지느러미는 크기는 작지만 기능은 아주 놀랍다. 짱뚱어는 좌우로 난 작은 지느러미를 지지대 삼아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활개치고 다닌다. 자기 옆으로 게가 지나가면(게는 그냥 지나가는 걸로만 보이는데) 그게 못마땅한지 등의 지느러미를 쫙 펴고 위협할 듯 뛰어나간다. 그때는 동그란 눈도 튀어나올 듯 부리부리한데 째려보는 것 같기도 하다.

궁금한 건 내게 물어봐요 자칭타칭 짱뚱어 박사 이순임 사장님

자칭타칭 ‘짱뚱어 박사’로 통하는 이순임 사장님은 짱뚱어에 대한 자부심도 애정도 대단하다. 짱뚱어 낚시 경력만 50년 이상, 식당 운영은 30년이 넘었다. 강진에 그녀만큼 짱뚱어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짱뚱어는 햇볕을 쬐고 사는 생물이에요. 보세요. 5~6개월 동면하는 생선이 어디 있나요? 짱뚱어는 온도에 민감하고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서 양식이 안 돼요. 강진에 오면 관광코스처럼 짱뚱어를 드시는 분이 많은데 단백질이 83%로 최고 보양식으로 여겨요.”

​짱뚱어 초보에게, 고수에게 권한다
산과 들, 강과 바다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춘 강진은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도 발전했다. 강진한정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흔해 보이는 돼지불고기구이(전라병영성)도 강진만의 맛이 담겨 있어 돌아서면 자꾸 생각난다. 이 외에 바지락, 민물장어, 갑오징어도 일품이지만 짱뚱어는 강진의 향토음식으로 여느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없어 꼭 추천한다. 짱뚱어탕, 전골, 회까지 먹어본 기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처음 짱뚱어를 접한다면 무조건 ‘탕’을 권하겠다. 추어탕과 비슷한 조리법에 한 상 차려진 모습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막상 짱뚱어탕을 한 입 맛보면 ‘앗, 이게 무슨 맛이지?’ 하며 한 술, 두 술 수저를 놓지 못할 것이다.

짱뚱어초보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맛난 탕!

1급수의 깨끗한 물에서만 노는, 햇볕을 좋아하는 단백질 덩어리 짱뚱어를 통째로 갈아 넣은 탕은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끓이는데, 따로 간을 하거나 들깻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고유한 맛을 낸다.
짱뚱어가 대중에게 익숙한 생선, 조기나 고등어 같은 생김과는 많이 다르므로 한 그릇의 죽 또는 국밥처럼 보이는 짱뚱어탕은 처음 맛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짱뚱어전골에는 크고 두툼한 짱뚱어가 열댓 마리 들어간다. 사장님 손은 맛있는 양념이자 과학적인 저울. 먼저 전골냄비에 콩나물을 깔고 호박과 양파, 무를 거침없이 잘라 넣는다.

“짱뚱어는 기온이 18℃ 정도 되어야 밖으로 나와요. 일광욕을 하니까 비린내가 없지요. 전골로 먹으면 짱뚱어 그 자체를 온전히 먹을 수 있으니 탕보다 비싸지만 이것만 찾는 분도 많아요. 우리는 따로 육수를 안 해요. 고춧가루 대신 마늘이랑 고추를 갈아서 다진 양념을 넣는 게 맛의 비결인 것 같아요. 짱뚱어는 또 호박이랑 궁합이 아주 좋아요.”

15분이 지났을까? 푹 끓은 짱뚱어는 부드럽고 국물맛이 얼큰하다. “짱뚱어는 서너 번 먹어봐야 그 맛을 알아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지 잘 몰라요.” 사장님의 말씀은 강진의 흙과 바람, 물과 공기를 머금고 자란 식재료의 고유한 정서를 뜻하는 것일 테다. 누구에게는 이 맛이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고, 여행에서 만난 우연한 별미, 누구에게는 낯설기만 한 음식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기자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맛을 잘 전할까? 고민하게 하는 음식이고!

한 번 먹어서는 이 맛을 모르지라, 짱뚱어탕

밥 한 수저 크게 떠 그 위에 부드러운 짱뚱어 살을 올리고, 잘 우러난 국물을 밥 위에 적셔 입에 넣는다. 밥공기가 비워질수록 전골 국물도 조금씩 졸아들며 맛이 깊어진다. 상에 차려지자마자 바로 먹는 것보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음미하는 음식으로 탕과는 또 다른 맛이다. 3~4인용 전골을 맛본 뒤라 회는 두어 점 맛보기로 시식을 해본다. 짱뚱어의 내장을 손질하고 뼈를 칼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어 애(간)와 함께 제공된다. 탕과 전골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짱뚱어는 붉은 살 생선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생선은 주로 흰살과 붉은 살 생선으로 나뉘는데 활동성이 있는 천해어에 붉은 살 생선이 많고, 운동성이 적은 심해어에 흰살생선이 많다고.

고수의 짱뚱어회 한 쌈

“처음 먹는 거니까 내가 먹는 방법을 알려줘야지. 자, 깻잎은 항상 뒤집어서 먹는 거예요. 깻잎에 참기름 찍은 살 한 점 올리고 마늘, 고추 올리고 된장 조금 찍어서 먹습니다.”
사장님이 손수 싸준 회 한 쌈을 입에 넣는다. 어금니로 잘 손질된 짱뚱어의 뼈를 천천히 꼭꼭 씹는데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된장을 넣어 고소한 건가, 참기름 덕분인가. 깻잎에 살만 넣어 맛을 본다. 짱뚱어가 다른 생선보다 크기는 작아도 살이 두툼하여 씹는 맛도 좋고 담백하다.
“가을로 접어들 때가 짱뚱어가 최고로 맛있지라.”
이 깊은 맛을 알려면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뜻. 작고 소중한 짱뚱어를 만나러 다시 갑니다!


강진만갯벌탕  강진군이 지정한 ‘강진맛집’ 제1호 식당이다. 이순임 사장님은 동해회관에서 지금의 ‘강진만갯벌탕’으로 새 이름을 짓고 짱뚱어 전문요리를 30년 넘게 선보이고 있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동성로 16 061-434-8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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