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꽃보다 아름다운 목포, 화사한 꿈이 이뤄지네

트래블 버킷리스트 _전남 목포

“전라남도 서남단의 목포에는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크고 작은 배 오고 가나. 수많은 꿈 싣고 가나. 1897년 개항해 3대 항 6대 도시로 이름을 날리던 목포가 화려한 날갯짓을 펼친다. 옛 명성을 되찾으려 함이 아니다. 목포의 새로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 목포의 참맛을 볼 테다.”
고하도 해안덱에서 바라본 목포

 

  • 목포 No.1 유달산에 흐르는 봄의 노

유달산에 분홍색, 자주색 꽃이 피었다. 목포역을 등지고 서자 유달산에 목포해상케이블카가 봄의 노래처럼 흐르는 것이 보인다. 지난해 9월 개통했으니 기자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이처럼 신기한 마음도 들고 변화하는 목포의 오늘이 새삼스럽다. 햇살도 바람도 잔잔하니 걷기 참 좋은 날,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으로 걸음을 옮긴다. 해발 228m의 유달산은 가파르고 높은, 정복을 꿈꾸며 오르는 그런 산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산이 가진 기세는 비교할 데가 없다. 유달산 초입에 자리한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노적봉 바위에 볏짚을 덮은 후 군량미, 노적(농가의 마당이나 넓은 터에 원통형으로 쌓아두는 곡식단)처럼 보이게 위장하여 왜군의 침략을 저지하고 아군의 사기를 드높였다는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해군에서는 노적봉에 깃든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담아 차기 상륙함 중 마지막 네 번째 함정의 이름을 ‘노적봉함’으로 명명했다. 4900t급의 노적봉함은 병력 300여 명, 상륙주정 3척, 전차 2대, 상륙돌격장갑차 8대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이처럼 크고 빠른 배가 있었으면 우리의 역사는 또한 달라졌을까?

유달산 둘레길에서 만난 동백

해발 60m의 바위산 노적봉에 서서 열악함 속에 최선의 전략을 펼친 이순신 장군을 떠올린다. 그의 기백, 씩씩하고 굳센 기상과 진취적인 정신이 그때,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다. “아가씨, 여기 계단 말고 그냥 오르는 길은 없어요?”기자를 목포 시민으로 안 것이 분명한 여성분이 유달산 둘레길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을 묻는다. 둘레길 곳곳에는 산 정상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조성되어 있다. 굳이 정상을 오르지 않는다면야 동백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달성공원을 거닐고, 내친김에 옥정우물이 있는 달성사와 특정자생식물원까지 두루 둘러보는 것도 못지않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돌계단도 없이 유달산 정상에 오르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지난해 9월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북항과 고하도 스테이션을 왕복(40여 분 소요)하는 케이블카는 중간지점인 유달산 스테이션에서도 하차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유달산 정상까지 설치된 목재 계단을 따라 20여 분을 걸으면 산 정상에 닿는다.

 

  • 목포의 역사는 바다와 하늘, 골목과 골목에서 이어지고
해가 지면 더욱 아름다움을 뽐내는 목포대교

목포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보는 데 유달산 일주도로를 권한다. 초록이 훤한 유달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항의 바다를 팔베개하고 달리면 오늘날의 목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분위기가 다르고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그 어느 도시보다 빠르고 급속적인 발전을 이뤘다. 특히 근대문화역사로 점철된 목포 원도심은 목포의 어제와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내일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목포근대역사관 제1관(구 목포 일본영사관, 사적 제289호)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호남은행 목포지점, 일본식 가옥, 병원 관사, 교회, 상가주택 등이 개별등록문화재로 자리한 목포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다.

드라마 <호텔목포근대역사관 제1관(구 목포 일본영사관, 사적 제289호), 드라마 <호텔델루나>에 등장했다.

 과거는 지났다지만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이난영이 노래한 ‘목포의 눈물’을 듣다 보면 애잔한 곡조에 가슴이 시리지만, 2020년 목포의 정서는 반짝이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포의 맛이다. 근대문화역사공간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목포9미의 참맛이 깃들어 있다. 무안이며 신안, 완도, 흑산도 등 목포와 한 몸 같은 섬에서 건져올린 바다의 맛이 뜨거운 손맛으로 버무려져 우럭간국이며 병어찜, 준치무침 등의 목포9미를 가꿨으니, 향수와 추억을 길러 목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 힘에는 잠시 쉬어가든, 주목을 받든 아랑곳없이 정성과 진실을 다한 목포 시민의 저력이 있겠다. 골목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철학을 간직한 새로운 가게들도 목포의 변화 중 하나다.

비가 오는 날의 시화마을

비가 내리는 아침, 다순구미 마을과 지척인 시화마을을 찾았다. 초입에는 영화 <1987>에 등장한 ‘연희네 슈퍼’가 그 모습 그대로 자리해 있다. 원래 슈퍼이기도 한 이곳은 몇 년간 주인 없이 있다가 영화 세트장으로 새 옷을 입으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연희네 슈퍼에는 순번을 돌아가며 문화해설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전해 들은 바로는 <1987>의 시나리오 작가인 김경찬 씨가 목포 출신으로 당시 시대상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시화마을 일대를 낙점했단다. 지금 시대에는 ‘레트로 감성’을 찾아 젊은 사람들의 발길도 잦은 마을은 일제강점기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화골목으로 재탄생했다. 집 담벼락마다 시 구절과 소소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주민들이 거주하는 만큼 방문 예절을 지켜달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빗소리에 맞춰 조심스럽게 좁은 골목을 걷고, 낮은 담 너머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봄 색을 닮은 지붕 너머 목포 바다가 아스라하다.

 

  • 서남해안권 수문장, 눈물겹게 반짝이는 목포의 이야기

울긋불긋 꽃 대궐 이룬 유달산을 한가로이 떠다니는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자연 속에서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빨간색 ‘일반 캐빈’과 하얀색 ‘크리스털 캐빈’으로 구분된다. 왜인지 더 예뻐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는 크리스털을 선택했고, 탑승 후에 왜 크리스털의 이용요금이 좀 더 비싼지 알게 됐다. 케이블카 바닥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아찔함이 상상 초월이다. 탑승장을 지나 바다로 진입하는 크리스털… 그제야 국내 최장 3.23km. 국내 최고 155m 높이라는 목포해상케이블카의 기념비적인 기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케이블카 주탑 중 세계 두 번째 높이의 목포해상케이블카의 5번 타워는 유달산 상부에서 고하도로 향하는 지주 타워로 그 높이가 155m에 이릅니다. 프랑스 포마의 최신 설계와 시공사 새천년종합건설의 첨단 공법으로 건설된 압도적 높이에서 즐기는 아찔함을 경험해보세요.”안내장의 문구가 야속하다. 유리문에 새겨진 ‘공중산책’을 맨몸으로 하는 무시무시함이라니! 망망대해에서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압도적 높이의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앉은 그대로 옴짝달싹 못한 채,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최선의 몸부림을 펼쳤다. 편도권이든 왕복권이든 중간 지점인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하차하는 것은 자유다. 3층 탑승장 위에 자리한 전망대는 감성을 자극하는 포토존으로 꾸며져 꼭 한 번 들렀으면 좋겠다.

목포에서 꼭 경험해보세요. 두근두근 목포해상케이블카

국도 1호선의 시점인 목포대교를 따라 달리면 목포시 내항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고하도에 닿는다. 목포 원도심만큼이나 목포의 명소로 조명을 받을 만한 곳이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때 첫 번째 행선지였던 고하도는 목포대교가 개통되며 더욱 쉽게 오갈 수 있게 됐다. 차는 물론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북항에서 고하도스테이션까지 왕복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하도 선착장에서 약 200m 떨어진 당산에는 고하도이충무공유적(高下島李忠武公遺跡)이 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수군 재건에 필요한 전선 건조와 군량미를 보관하기 위해 고하도에 그 시설을 갖췄다. 현재 모충각 안에 자리한 비문에는 장군이 고하도를 수군통제영으로 선정하게 된 경위와 전시 군량미의 중요성이 기록되어 있다. 1722년(경종 2)에 세워진 비문은 일제강점기에 야산에 버려져 있었던 것을 광복이 되면서 현 위치에 세운 것이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짙푸른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유적지는 후손들의 호위를 받듯 아늑하고 깊다.

고하도이충무공유적(高下島李忠武公遺跡)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을 찾아 유적지와 멀지 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케이블카 개통과 더불어 지난해 11월 고하도 해안 덱(Deck)이 개통된 것. 바닷길을 따라 목포대교와 인접한 용머리 해안까지 1km 구간에 걸쳐 설치된 해안 덱의 풍경이 참 인상적이다. 특히 고하도 전망대에서는 해안 덱을 비롯해 먼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용감한 선장처럼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본다. ‘목포는 항구다’의 의미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우리나라 서남해안권의 수문장 목포를 향해 꿈을 실은 배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노장의 주름과 젊은 주역의 땀방울로 일궈낸 목포의 이야기는 눈물겹게 반짝인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해 ‘목포’ 한 바 이루리!

‘목포는 항구다’의 의미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우리나라 서남해안권의 수문장 목포를 향해
꿈을 실은 배가 물살을 가른다

 

글 정상미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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