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가 필요해 _ 전남 완도

너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면 말없이 고개를 저을 것만 같아.
우리는 지금 치유가 필요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괜찮지 않으니까 괜찮아지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야.
나는 치유가 필요했고, 여기는 완도야.
전남 완도의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 정말 잘 사는 방법, 완도에 있다

똑똑. 내 안의 문을 두드린다. 어제 있던 일로 아직도 성이 나 있는지 꼭꼭 닫은 마음의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오래 세상을 산 현명한 어른들은 그런 상처를 놔두면 안 된다고 했다. 어쩌면 피가 난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위험하다고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아플 수 있는 연약한 사람. 오늘 나를 스쳐간 무수한 타인들이 나와 다르랴. 어제와 어제를 보내느라, 알 수 없는 내일을 염려하느라 지쳐 있던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똑똑. 이 안에 상처받은 존재를 꺼내어 맑은 햇살에 씻어주고 미풍에 뽀득뽀득 말려주고, 말간 속살을 다시 마주한다. 제 안의 상처를 다스려 치유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우리의 알 수 없는 내일은 짙은 불안보다 강한 희망이 자리 잡으리. 오늘은 어제보다 분명 살 만하리.

완도타워에서 바라본 풍경, 가까이 작은 섬, 주도가 보인다

봄의 기운이 물씬 올라온 완도에 도착했다. 입고 온 외투를 벗어두고 개나리를 닮은 노란 길을 따라 걸었다. 완도타워 아래 저 푸른 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뭉클뭉클해지고, 위풍당당한 기운이 고개를 든다. 여기 붉은 동백꽃은 아까울 것 없다는 듯 피어난 모습대로 땅 위에 누웠다. 꽉 움켜쥔다고 꼭 잡히는 법칙이란 없다는 듯 매 순간 정의로운 자연의 순환. 깊고 푸른 완도의 바다에는 꿀벌처럼 부지런한 어민들이 뿌린 씨가 자라고 있다. 에메랄드빛 수면 위에 격자무늬 양식장은 청정한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 빚어진 커다란 작품이다. 바다에 씨앗을 뿌린 어민들은 봄의 포근함을 느낄 새가 없다. 새벽잠과 오슬오슬 추위를 뚫고 생명들을 보살피러 배를 띄운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지만, 내일은 강풍이 휘몰아쳐 이 귀한 것들을 돌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미역과 김, 전복을 길러낸다. 오랜 시간 완도의 바다는 생명의 보고로 존재했다. 그곳에서 생산한 해조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고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 바탕에는 완도를 청정한 땅으로서 존중한 마음과 그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있었다. 이제 완도는 제가 가진 것을 더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차오르는 완도의 푸른 바다를, 그 바다와 어우러진 깊은 숲을, 지역민들이 삶을 다해 길러내는 해조류를. 지쳐 있던 당신에게, 잔뜩 움츠러든 오늘의 세상을 위해 ‘치유의 힘’을 전한다.

깊고 푸른 완도의 바다에는 꿀벌처럼 부지런한 어민들이 뿌린 씨앗이
자란다. 에메랄드빛 수면 위에 격자무늬 양식장은 청정한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 빚어진 커다란 작품이다. 바다에 뿌린 생명의 씨앗이 내 안에
퍼진다. 치유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 완도에서 치유한 하루

완도와 신지면을 잇는 신지대교를 타고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 닿았다. 나의 마음이 이 해변처럼 넓다면 근심걱정이 없겠다 싶다. 모두가 노심초사하며 걱정과 안전을 바라는 오늘, 완도의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긴 숨을 들이마신다. 현재 완도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해수욕장에만 주어지는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획득했으니, 그 이유가 차고도 넘침이다. 블루 플래그는 환경교육재단(FEE)이 친환경 국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인증으로 심사 기준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안전과 환경, 수질 관리 부문 등 100여 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하며, 특히 수질 부문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안전은 국제표준기구 (ISO) 기준에 따라 매우 까다롭게 평가된다. FEE의 국제인증 심사가 북반구는 매년 상반기에, 남반구는 하반기에 열리는데, 사전 FEE Korea의 국내 심사를 거친 후 국제총회의 엄격하고 공정한 최종 심사를 통해 이뤄진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진행되는 해양치유프로그램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공기 비타민이라 불리는 산소 음이온이 풍부하고 고운 모래알과 주변의 숲, 탐방로 등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해양 오감 자원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적극 활용하여 남녀노소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으며, 면역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각 일정에 따라 인원은 30명으로 제한하고, 무료로 진행된다. 4월 10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되는 ‘봄 그리고 치유’ 프로그램은 최근 척추운동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자이로키네시스’ 수업을 진행한다. 의자를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 밖에도 ‘노르딕 워킹’을 통해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해변을 거니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해초떡볶이, 미초샌드위치 등 이색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 참가방법 등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완도군청 해양치유담당관 해양치유지원팀(061-550-5682)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파도에 씻겨 푸른빛을 내는 청환석을 찾아  구계등으로

푸른빛을 내는 청환석 위를 걸으면 달각, 달각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가 음악 같다

해양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구계등(완도읍 정도리)에 가보길 추천한다. 기자는 처음 구계등이 동네 이름인 줄 알고 ‘구계동, 구계동’ 하였는데 도착하여 안내 문구를 보고서야 ‘구계등’임을 알고 이마를 쳤다. 해변에서 방풍숲까지 갯돌이 마치 아홉 개의 계를 이룬다 하여 구계등(九階燈)이라 이름 붙었단다. 완도의 신지도·청산도·대모도·노화도·보길도·소안도 등 대부분의 섬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는데, 1972년 명승 제3호로 지정된 구계등 또한 이곳에 포함되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순전히 한 장의 사진에 반해 가볼 생각을 한 구계등은 해안가가 온통 자갈로 이뤄져 있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의 고운 모래 대신 해안가를 촘촘히 메운 자갈밭은 한편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돌은 청환석으로 불린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동안 파도에 씻겨 푸른빛을 내는 돌. 어떤 돌은 머리만 하고 주먹만 한데 그 위를 걸으면 달각, 달각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가 음악 같다. 청환석을 조심스럽게 포개 작은 탑을 쌓았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면 탑은 흩어지고 그제야 속으로 바랐던 일은 이뤄질지 모른다.

전남의 보물, 완도의 자랑 ‘완도수목원’

완도에 근사한 것은 바다뿐만이 아니다. 1991년 개원한 완도수목원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이자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기도 하다. 난대림이란 연평균 기온 14℃ 이상, 1월 평균 기온 0℃ 이상으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울릉도 등 온난하고 일교차가 적으며 비가 많은 내리는 지역으로 상록활엽수가 주요 종을 이룬다. 전남의 보물이자 완도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인 완도수목원은 2033㏊(약 600만 평) 규모로 다 돌아보려면 무려 2박 3일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다. 코스별로 오감로드, 힐링로드, 트레킹로드를 선택하여 수목원을 탐방할 수도 있고, 유아숲체험, 청소년 녹색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수목원 안의 산림박물관은 전통한옥 양식으로 조성되었는데 은은한 풍경 소리를 벗 삼아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수목원의 풍경은 참 근사하다. 멀리 시선 끝에 닿는 공간이 궁금하여 걸음을 옮겼다. 깊은 숲속 거대한 유리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스한 공기 속에 대왕야자부터 극락조화, 꽃기린 등 이름도 생김새도 인상적인 열대·아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모르는 생명들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며 제 빛을 뽐내고 있다.

완도에서 치유의 경험을 했다.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자연의 품에 깃들며 공생의 선을 생각했다. 일출부터 일몰, 완도의 하루를 순환하며 바다의 색을 닮은 전복죽 한 술을 떴다. 바다에 뿌린 생명의 씨앗이 내 안에 퍼진다. 감사히 한 그릇을 비운다.

 

> 해양치유 체험 ‘봄 그리고 치유

해양자원인 해양기후(태양광, 해풍, 해양에어로졸), 해수, 해양생물 등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건강증진 활동에 참여하세요.

운영기간 2020. 4. 10(금) ~ 6. 27(토)
소요시간 9: 30 ~ 12:00
참가장소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참가인원 30명(선착순 모집, 무료)
준비물 운동복 차림, 모자, 선글라스, 해수찜(세면도구, 여벌 속옷)

4월
10(금), 11(토) 자이로키네시스,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17(금) 금일도 찾아가는 해양치유 체험하는 날 (10:00~12:00)
24(금), 25(토) 노르딕 워킹,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5월
15(금), 16(토) 필라테스,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22(금) 청산도 찾아가는 해양치유 체험하는 날 (10:00~12:00)
29(금), 30(토) 노르딕 워킹,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6월
12(금), 13(토) 자이로키네시스,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19(금) 보길도 찾아가는 해양치유 체험하는 날
26(금), 27(토) 필라테스, 해수찜, 꽃차·청산도보리커피 시음, 해초떡볶이·미초샌드위치 시식

참가문의 완도군청 해양치유담당관
해양치유지원팀 061-550-5682, 5578, www.wando.go.kr/chiu4u
※ 프로그램 일정 및 내용은 코로나19 진행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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